데이터로 살펴본 북한 권력망...당군정의 판도 변화는

데이터로 살펴본 북한 권력망...당군정의 판도 변화는

2020.08.30. 오전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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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측근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면서도 수시로 인물을 교체하는 용인술을 구사해 왔습니다.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이 지난 9년간 김정은 위원장을 둘러싼 실세 그룹의 변화상을 데이터로 짚어 봤습니다.

함형건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조선중앙TV (지난 8월 15일 방송) :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을 선거하였습니다. 김덕훈 동지, 리병철 동지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으로 선거하였습니다.]

북한 노동당의 사실상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구성을 보면 김정은 통치 체제의 변화상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집권 초기인 2012년의 정치국 상무위원회에는 김영남, 최영림 등 원로와 함께 당 관료인 최룡해, 그리고 군 총참모장 리영호가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군부 실력자였던 리영호는 곧 숙청됐고, 이후에 3명으로 축소된 상임위원회엔 당 간부 출신인 최룡해와 황병서가 번갈아가며 선임됐습니다.

군부 최고 직책으로 꼽히는 총정치국장을 차례로 맡으면서 정치국 상무위원에도 선출되어 위세를 과시했습니다.

노동당 당 대회가 열린 2016년에는 상무위원회가 5명으로 확대됐고 베테랑 경제 관료인 박봉주 당시 내각총리가 상무위원에 선임됐습니다.

이후 고령의 김영남과 당 부부장으로 좌천당한 황병서가 상무위원에서 제외되면서 3명으로 줄었다가, 이달 들어서는 5명 상무위로 확대됐습니다.

박봉주 당 부위원장 외에 김덕훈 신임 내각총리를 상무위원으로 곧바로 선출해 경제라인을 강화했고, 군부 몫으로 전략무기 개발 담당인 리병철 군수공업부장을 발탁한 게 큰 특징입니다.

[정성장 /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 김덕훈 신임 내각 총리가 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출됨으로써, 박봉주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상무위원회에서 투톱 체제가 구축되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고요. 전략무기를 개발하는 리병철 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장이 총정치국장 등 기존의 군부 실세를 제치고, 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출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이변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이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활동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한 인물간의 연결망을 분석해 북한 고위 인사의 권력 판도를 다시 파악했습니다.

집권 1년차에도 당과 내각의 간부 다수가 동심원 중앙부에 포진했지만, 군부 역시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2016년에는 당과 내각이 더 촘촘하게 연결망의 중앙부를 장악했고, 군부 세력의 밀도가 옅어졌습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정중앙으로 들어온 지난해에는 당과 내각이 우위를 차지하는 경향이 더 뚜렷해지면서 군부는 연결망의 주변부로 더욱 밀려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꾸준히 승승장구해온 군인이 있으니 바로 이달 상무위원에 등용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겸 군수공업부장입니다.

2017년과 2019년에 군부 인사로는 드물게 연결망의 중심부에 근접했다가 올해는 아예 중심으로 진입하며 그 높아진 위상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지난 25일 김정은 위원장이 주재한 정치국 회의에서는 상무위원 호명 순서상 서열이 위인 박봉주와 김덕훈을 제치고 김 위원장의 바로 옆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전략무기 개발 총괄인 리병철 부위원장에게 더욱 힘을 실어줌으로써 앞으로도 핵무기의 개발과 실전 배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도 풀이되고 있습니다.

YTN 함형건[hkhahm@ytn.co.kr]입니다.

리서치 : 신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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