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당한 문화재 찾아오는 '키다리 기업', 알고 보니 외국계 회사

약탈당한 문화재 찾아오는 '키다리 기업', 알고 보니 외국계 회사

2020.08.15. 오전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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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문화재 환수 ’키다리 기업’, 알고 보니 외국계?
외국계 게임회사, 2013년 ’문화재 지킴이’ 협약
문화재 복원·기록·교육에 누적 약 60억 원 지원
국내 기업은 ’0’…문화재 환수 성과 더뎌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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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제 강점기 전 세계로 흩어져 광복 75주년을 맞은 오늘까지 돌아오지 못한 우리 문화재가 20만 건 가까이 됩니다.

문화재 환수에 워낙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민간의 도움도 어느 정도 필요한 상황인데요.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조용히 문화재청을 지원해 온 기업을 봤더니 뜻밖에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계 기업이었습니다.

나연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석가모니의 설법 장면을 담은 이 불화는 전문가들 눈에는 매우 특별합니다.

제자 아난존자와 가섭존자가 부처의 뒤가 아닌 바로 앞에 앉아 생기있게 대화를 나누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귀한 작품은 그러나, 일제강점기 사찰에서 뜯겨 일본으로, 다시 태평양 건너 미국으로 100년 가까이 해외를 떠돌았습니다.

미국의 한 박물관 수장고에 40년 가까이 방치돼 있던 이 불화는 2013년 우리나라에 돌아왔습니다.

한 기업체가 박물관에 20만 달러 발전기금을 기부하고 불화를 기증받아 온 겁니다.

이 '키다리 기업'은 외국계 게임회사.

2013년 문화재청과 협약을 체결하고 지금까지 누적 60억 원 가까이 지원해 왔습니다.

후원금은 문화재 다섯 점 환수를 비롯해 보존과 정비, 3차원 디지털 원형기록에까지 구석구석 쓰이고 있습니다.

[구기향 / 라이엇게임즈코리아 홍보총괄 : 게임도 놀이문화이고, 문화의 바탕은 문화유산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했고요. 게임을 즐기는 젊은 층에 역사와 우리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려는 의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외국계 회사의 노력이 무색하게 그간 문화재청에 환수 지원 문의를 해 온 우리 기업은 아직 없습니다.

사회공헌 사업도 결국, 기업 홍보의 일환인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언제 어떤 기회가 올지 예측이 어려운 문화재 환수 사업에 선뜻 동참하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이에 21대 국회에서도 문화재 환수를 위한 특별법을 준비하고 뜻 있는 기업과 문화재청을 이어주는 가교역할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전용기 / 더불어민주당 의원 : 침탈 시기, 20만 점 이상의 문화재가 국외로 반출되었습니다. 국회가 정부는 물론, 기업과 민간 등에도 협력을 제안하여 우리 문화재 환수에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우리 문화재는 파악된 것만 19만 3천여 점.

광복 75주년, 나라 잃은 문화재에도 고국의 빛을 돌려주기 위한 정부와 민간의 관심이 절실한 때입니다.

YTN 나연수[ysna@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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