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동의 강간죄' 법안 발의..."일상적 위력·위계 성범죄도 처벌"

'비동의 강간죄' 법안 발의..."일상적 위력·위계 성범죄도 처벌"

2020.08.12. 오후 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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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의 강간죄’ 법 발의…"일상적 위력 성범죄 포함"
"상대방 동의 없는 경우도 강간죄 처벌" 법 발의
"동의 입증 어떻게 하나?" 과잉 처벌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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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간 사건 재판에서 피해자를 향해 흔히 제기되는 질문이 바로 "얼마나 저항했느냐"입니다.

현행 강간죄는 피해자가 저항하지 못할 만큼의 폭행과 협박이 있을 때만 인정되기 때문인데요.

상대방의 동의가 없을 때는 물론 의사와 환자처럼 일상적인 위계 관계에서도 강간죄가 적용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송재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018년, 군부대에서도 첫 '미투'가 나왔습니다.

직속 상관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 중절 수술까지 하게 됐다는 겁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상관 두 명이 결국 1심에서 징역 8년과 10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은 원심을 뒤집고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양 측 진술이 엇갈리는 가운데, 피해자가 저항 불가능한 수준의 폭행·협박이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이처럼 현행 강간죄는 '폭행·협박'이 있을 때, 그것도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을 정도였다는 게 인정될 때에만 적용됩니다.

하지만 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강간피해 상담 가운데 폭행, 협박이 있는 건 10건 가운데 단 3건꼴.

그마저 공포감이나 위력에 의해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하면 강간죄 인정이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이에 강간죄 기준에 '상대방의 동의 여부'를 더해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류호정 / 정의당 의원 : 이른바 '비동의강간죄'를 신설하는 것입니다.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폭행과 협박으로 간음한 경우에만 강간죄 성립을 인정하는 법원의 해석은 더 이상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정의당 당론 법안은 상대의 의사에 반한 성관계를 처벌하자는 민주당 백혜련 의원 법안에서 한 발 나아가 명시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취지입니다.

또, 의사와 환자, 종교인과 신자처럼 업무 영역 밖에서의 위력에 의한 성범죄도 처벌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배복주 / 정의당 여성본부장 : 문화예술계 미투, 스포츠계 미투, 정치계 미투에서 나타나듯이 권력형 성범죄를 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피해자의 동의 여부'가 객관적 입증이 어려운 만큼, 과잉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의당은 이미 동의 여부도 고려한 강간 사건 판례가 등장하고 있는 만큼, 법 적용에 결정적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비동의 강간죄 논의는 성범죄의 기준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돼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이번 법안이 새로운 사회적 논의의 장을 열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YTN 송재인[songji10@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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