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성기 비리 시정하라는 공익신고에...軍 갑자기 "기밀보호법 위반" 논란

확성기 비리 시정하라는 공익신고에...軍 갑자기 "기밀보호법 위반" 논란

2020.06.28. 오전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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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북한이 대남 확성기 설치로 긴장을 고조시키자, 우리 군도 대북 확성기 설치로 맞대응하는 걸 검토했는데요.

그런데 예전에 대북 확성기 비리와 성능 미달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공익 신고가 국민권익위에도 접수됐는데, 최근 군이 이를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이라며 신고자를 조사하고 나선 거로 파악됐습니다.

임성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4년 전, 당시 정부는 144억 원을 들여 민간 업체로부터 대북 확성기 40대를 구매했습니다.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과 4차 핵실험에 맞서 대북 심리전을 강화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온갖 비리로 얼룩졌습니다.

성능평가 조건을 조작하고 단가를 부풀린 혐의로 군 관계자와 업체 관계자가 실형을 선고받았고, 확성기 성능도 요구 조건에 크게 못 미친다는 2018년 감사원 지적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당시 국방부는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보다 못한 김영수 전 해군 소령이 같은 해 5월 국민권익위에 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국방부가 대북 확성기 업체들의 부당이득금을 환수하고 성능 미달인 제품은 보수하든지, 안 되면 계약을 물려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그래도 군 당국은 조치를 차일피일 미뤘고, 2018년 12월로 계약서 효력이 다하며, 국고 환수는 물거품이 됐습니다.

이후 1년 반이나 지난 최근 김 전 소령은 느닷없이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았습니다.

권익위에 낸 신고서에서 김 전 소령이, 대북 확성기 성능이 부족하다는 군 내부 평가를 언급한 것을, 국방부가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으로 문제 삼은 것이었습니다.

[김영수 / 現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조사2과장 : 대북 확성기는 일반 상용품이거든요. 방산 물자가 아니에요. 그 평가 결과가 '성능 미달'이라고 나왔는데 그걸 군사기밀이라고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는 거죠. 내용으론 군사기밀이 아닌데.]

이 과정에서 안보 지원사는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김 전 소령의 메일함과 클라우드 계정까지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영수 / 現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조사2과장 : (압색영장이 발부됐단 사실을 조사에서 처음 아신 거예요?) 네. 제가 이 사건 말고 군납 비리나 방산 비리 추적하고 있는 게 많아요. 이메일로 주고받은 게 많아요. 제가 추적하고 있는 국방 관련 비리 사건도 (군에서) 다 봤을 거란 말이에요.]

대북 확성기 비리를 사실상 방치한 군이, 시정을 요구하는 공익 신고에조차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며 보복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YTN 임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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