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실로 총출동...'저항의 역사'

국회의장실로 총출동...'저항의 역사'

2019.12.11. 오후 9:52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20대 정기 국회 마지막 날, 진통 끝에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4+1 협의제 공조에 반발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곧바로 국회의장실로 몰려가 항의했는데요.

이번 예산안 처리가 '날치기 통과'라며 문희상 의장의 사퇴를 외쳤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어제) : 의장님 나오세요. 뭐가 겁이 납니까! 천벌 받을 의장. 지금 도대체 뭐하는 거예요. 천벌 받아 천벌!]

그런데 이 모습, 어디선가 본 모습 같은데요.

불과 8개월 전인 지난 4월로 시계를 돌려보겠습니다.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공수처법안에 대한 여야 4당 합의를 막기 위해 한국당 의원들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바른미래당의 사개특위 사보임 절차를 막아달라고 요청했죠.

이 과정에서 고성과 몸싸움이 벌어졌고 임이자 의원은 의장이 자신의 두 볼을 만졌다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문희상 / 국회의장 (4월) : 전 세계에 이런 국회 봤습니까. 이게 현장입니다. 지금 현재 대한민국 의회 정치의 현장입니다. 가슴 아프고 슬퍼요. 의장에 이런 대우를 하는 이런 국회가 전 세계에 있습니까?]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에도, 의장실 항의방문은 단골 레퍼토리로 등장했습니다.

2016년 9월, 정세균 국회의장이 정기국회 개회사에 공수처를 언급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의장실로 찾아가 항의하면서 막말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고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이낙연 국무총리의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도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장실을 찾아갔습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어땠을까요?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야당 시절의 민주당도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실로 몰려간 적이 있습니다.

당시 172석의 거대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하자 이에 항의한 건데요.

급기야 이틀 뒤에는 의장실 점거에 들어갔고, 결국 보름 만에 농성은 끝이 났습니다.

[강창일 / 더불어민주당 의원(2008년) : 의장님 말씀이야? 말 똑바로 해. 자 우리한테 직접 와서 얘기하라고 해. 어디서 비서실장이?]

[김양수 / 당시 국회의장 비서실장(2008년) : 의장님과 사전에 약속하고 오셨습니까?]

법안 통과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회의장 발목을 잡고, 매번 낭떠러지로 치닫는 여야의 정쟁.

세월이 흘러도 여야의 공수만 뒤바뀌었을 뿐, 국회의 모습은 변한 게 없어 보입니다.

'정치력 부재의 시대'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협상과 타협의 모습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차정윤[jycha@ytn.cf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