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뉴스타파 공동취재] '정책 정당'의 황당한 해외 출장

[YTN·뉴스타파 공동취재] '정책 정당'의 황당한 해외 출장

2019.11.04. 오전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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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YTN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는 오늘부터 국회 교섭단체 당직자들의 엉터리 해외 출장 실태를 공동 취재해 연속 보도합니다.

주요 정당의 정책연구위원들은 정책 개발 명목으로 세금 지원을 받아 해외 출장을 가고 있는데요.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 출장 보고서를 검증해 보니, 그야말로 황당한 낭비 사례들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먼저 홍성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더불어 민주당 정책연구위원 세 명은 2016년 7월 스페인으로 떠났습니다.

목적은 스페인 문화권 입법 기관 조사.

기간은 7박 9일.

비용은 천만 원입니다.

그런데 당시 스페인 국회는 해산해 텅 빈 상황이었습니다.

스페인 국회에 이메일 질의서를 보낸 결과, "해당 기간 한국인은 오지 않았다"는 상원 측 답변을 받았습니다.

셋째 날부터는 사실상 관광 코스였습니다.

마드리드에서는 세계 4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프라도 미술관을, 바르셀로나로 이동해서는 가우디 건축물을 관람했습니다.

중간중간에는 한국 기업인과 외교관 등을 만났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그러나 취재 결과 딱히 만날 이유가 없는 사람이었거나,

[스페인 민주평화통일위원회 자문위원 : 이분들 왜 왔나 싶었거든요. 이런 얘기 하려고 왔나. 아주 사소한, 전혀 중요하지 않은 얘기만 한 것 같았어요.]

만나지도 않은 사람을 만났다고 적어 놨습니다.

[2016년 스페인 주재 기업 법인장 : (면담하신 것으로 보고서에 적어 놓으셨더라고요.) 기억이 없는데요. 그거는….]

스페인에서, 이탈리아 대사관 외교관을 면담했다는 황당한 일정까지 있습니다.

[2016년 이탈리아 한국 대사관 외교관 : 적어도 현재 제 기억으로는 만난 기억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해당 정책연구위원들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서도 이탈리아가 아닌 스페인 주재 한국 대사관은 방문했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민주당 당직자 (2016년 스페인 출장) : 그 (보고서) 양식을 그 앞에 출장 갔다 온 사람 거를 받으면서 제가 제대로 수정을 안 한 것 같아요. 제 오타인 것 같아요.]

지난해에는 더불어 민주당의 다른 정책연구위원 세 명이 동유럽에 갔습니다.

비용은 천백여만 원.

7박 9일로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를 돌며 선진 의회를 시찰해 정책 입법 능력을 높이겠다는 목적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헝가리 의회는 지난 2012년 선거제도를 바꿔 국회의원 수를 386명에서 199명인 절반 수준으로 줄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출장 결과 보고서에는 현재 헝가리 국회의원을 바꾸긴 전 규모인 386명이라고 적어 놨습니다.

또 국제원자력 기구를 방문했다는 데, 가입한 나라의 숫자가 틀리고, 오스트리아 노동회의소 방문 내용은 서울시 연수보고서를 베낀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일정 중 갔다는 체코 주재 한국 대사관과 헝가리 한국 문화원 등에는 아예 공식 방문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더불어 민주당 정책연구위원 (2018년 동유럽 출장) : (약속 없이 찾아가니)대사관 가서 사람도 없지 이러니 기운 쑥쑥 빠지고 그런 점이 많았어요. 문화원도 그랬고.]

여당 정책 개발자들의 엉터리 해외 출장.

사실상의 허위 보고서를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은 당연히 모두 국민 세금입니다.

YTN 홍성욱입니다.


[앵커]
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정책연구위원들의 해외 출장 행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현지 선거 제도를 배운다며 엉뚱하게도 라스베이거스를 포함한 8박 10일 미국 서부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어서 뉴스타파 강혜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미국 대선을 6개월 앞둔 2016년 5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정책연구위원 2명이 미국 출장을 갑니다.

미국 선거제도 등을 연구해 2017년 치러질 우리 대선에 참고하겠다는 것.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승인을 거쳐 국회 예산 660여만 원을 지원받았습니다.

[당시 새누리당 정책연구위원 : 그때 아마 대선 전에 선거 전의 사례, 미국 대선 사례 본다. 이렇게 하고 갔었던 것 같아요.]

출장 보고서를 보니 미국 최대 도박 도시, 라스베이거스가 출장 지역에 포함돼 있습니다.

8박 10일 출장 기간에 방문했다는 기관은 단 네 곳.

5월 8일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10일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12일 LA 총영사관 14일 실리콘밸리가 전부입니다.

미국 대선과는 별로 관련이 없는 곳입니다.

[당시 새누리당 정책연구위원 :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은 왜 간 거죠?) 관광청이랑 뭔가 공식 기관을 한번 가보자고 해서 갔던 것 같아요. (선거랑 전혀 무관해 보이는 기관이어서요.) 어쨌든 미국 지역이잖아요. 지역이니까 그 지역 중에 한 곳을 들렀던 것 같아요.]

샌프란시스코와 LA 총영사관을 방문해서는 뭘 했을까?

해당 영사관에 이들이 오긴 왔는지, 왔다면 누구를 만났는지 물었습니다.

두 곳 모두 방문 기록을 찾을 수 없다는 답변이 왔습니다.

해당 정책연구위원은 비공식 방문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당시 새누리당 정책연구위원 : 공식적으로 누구를 만났냐고 물어보시면 기억이 안 나네요. 그냥 지인들 위주로 해서 이렇게 만났던 것 같아요.]

15쪽 분량의 출장 결과 보고서를 확인했습니다.

국내 총선과 대선의 투표율을 설명하고 미국 선거제도 일반 현황을 소개합니다.

이어 트럼프 후보의 인기 요인을 분석한 뒤 힐러리 후보와의 공약을 비교합니다.

굳이 미국을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내용입니다.

트럼프 관련 분석은 국내 언론이 보도한 그래픽 자료를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당시 새누리당 정책연구위원 : (미국 국회나 이런 데를 가셨을 법도 한데, 선거제도 연구면요.) 저희가 그렇게까지 할 여력이 없었던 것 같아요. 어쨌든 좋은 취지로 가고 선진국에 가서 대선 관련된 그런 사례들을 보고 왔다. 그렇게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이 같은 해외 출장에 6백만 원 넘는 세금이 들어갔지만, 출장을 보낸 새누리당이나 예산을 지급한 국회사무처, 그 어디도 엉터리 출장을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뉴스타파 강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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