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마약 청정국은 있다? 없다?

[팩트체크] 마약 청정국은 있다? 없다?

2019.05.13. 오전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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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마약 청정국은 있다?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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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 (FM 94.5) [열린라디오YTN]

□ 방송일시 : 2019년 5월 12일 (일) 20:20~21:00
□ 진행 : 김양원 PD
□ 출연 : 이고은 뉴스톱 기자

- '마약청정국'이라는 기준 자체 존재하지 않아
- 우리나라 더이상 마약청정국 아니라는 표현은 일종의 은유일 뿐

<김양원 PD>1) 지난 한주간 있었던 뉴스들 가운데 사실 확인이 필요한 뉴스를 팩트체크 해봅니다.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의 이고은 팩트체커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이고은 팩트체커>안녕하세요?

<김양원 PD>2) 버닝썬 사건 이후 마약 투약범에 대한 수사와 검거 소식이 많이 들립니다.
재벌3세는 물론이고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사건도 보도되었죠. 마약 사건이 많이 보도되어서 그런지, “한국이 과거에는 마약청정국이었는데 지금은 아니다”라는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이고은 팩트체커>한국 언론에서 언젠가부터 “한국이 마약청정국 지위를 잃었다”는 표현을 쓰는 보도가 많이 눈에 띄는데요. 그런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마약청정국 지위 상실’이라는 말은 사실 성립하지 않습니다.

<김양원>
마약청정국이라는 말 자체가 없나요?

<이고은>
네, 마약청정국이라 하면 마치 어떤 공인된 기관으로부터 국제적 기준에 의해 지위를 부여받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는데요. 사실상 마약청정국이라는 명칭 자체가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말하자면 마약사범이 국제적으로 볼 때 적다는 뜻으로 쓴 일종의 수사적인 표현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마치 어떤 공식적인 명칭처럼 자리 잡은 측면이 있습니다.

<김양원 PD>
3) 최근 들어 더더욱 마약청정국이라는 표현을 언론에서 많이 본 것 같은데요. 국제기준이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니라는 겁니까?

<이고은 팩트체커>
‘유엔 기준이다’, ‘국제 기준이다’ 이런 말들이 많은데 주로 인터뷰어들의 코멘트를 통해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YTN 라디오에서도 전직 강력계 경찰이 출연해서 “유엔에서 정해놓은 것이 인구 10만 명당 20명 내외의 마약 혐의자가 있을 때 마약청정국이라고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요.

최근 마약사범 숫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잃었다는 식의 기사가 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다시 말씀드리지만, 마약청정국이라는 말, 특히 그 지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김양원 PD>
4) 언론 보도에서뿐만 아니라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그런 표현을 많이 쓴 것 같아서, 정말 이런 공식적인 기준이 실제로 있는 줄 아신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고은 팩트체커>
언론뿐만 아니라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열린 업무보고 자리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우리나라가 마약청정국 지위를 잃었다”고 말한다던지, 외교부가 해외주재공관에 배표한 자료에 “(우리나라의) 마약청정국 이미지를 악용해서 (한국을) 경유해 마약을 운송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표현이 나오기도 합니다.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이 2017년 8월에 보도자료에서 “UN에 따르면 마약청정국의 기준은 인구 10만명당 연간 마약사범 20명 미만”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언론이 쓰고 정부 등 공공기관도 쓰다보니까 공식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김양원 PD>
5) 그러면 도대체 마약청정국이라는 표현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요?

<이고은 팩트체커>
뚜렷한 근거를 찾기는 어렵지만, 검색을 통해 보면 2006년부터 마약청정국이라는 용어가 언론에 등장합니다. 당시에는 한국이 마약청정국이라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국제 마약범죄 조직이 마약을 유통하는 경유지로 악용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결국 처음에는 한국이 마약범죄 검거율이 낮아서 마약청정국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차원에서 쓴 표현인데, 최근에 와서는 “한국이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상실했다”는 식으로 UN으로부터 부여받은 지위를 박탈당한 것처럼 와전이 되고 있는 겁니다.

<김양원 PD>
6) 그러면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 20명 이하라는 기준은 더이상 마약 안전지대가 아니다...는 뜻인가요?

<이고은 팩트체커>
인구 10만명 당 20명이라는 수치는 약물남용자의 수치를 국제적으로 비교하기 위한 ‘마약류범죄계수’라는 용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지수는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범죄로 단속되는 인원을 말하는데, 20명이 넘으면 확산이 급증할 위협이 있다고 보는 학술적 용어로 볼 수 있겠습니다.

<김양원 PD>
6-1) 유엔에서 그럼 이 기준을 정하는 건 맞습니까?

<이고은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UN에는 약물 규제와 마약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설립한 ‘유엔마약범죄사무소’가 있고, 매년 각 국 정부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근거해 ‘세계마약보고서’를 발간하는데요. 그러나 여기에 마약청정국의 개념이라던가 지위 등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김양원 PD>
7) 마약청정국이라는 구체적인 용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구 10만명당 20명이라는 수치가 마약 확산력을 갈음하는 기준이 되기는 하는군요. 그럼 그 기준에서 보면 한국은 마약범죄가 늘었다고 보긴 해야 하나요?

<이고은 팩트체커>
한국 인구를 5000만명으로 볼 때, 1만명의 마약사범이 검거된다면 10만명당 20명에 해당됩니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2017 마약류 범죄백서>를 보면 1999년 처음으로 1만명을 넘는 마약사범이 검거됐고, 이후 등락을 거듭하지만 1만명 안팎으로 수치가 왔다갔다 합니다.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잃었다고 표현하는 것은 틀린 표현이지만, 마약청정국으로 불릴 만큼 마약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닌 상황이 됐다는 것은 일정 부분 사실인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김양원 PD>
8) 한해동안 만 명의 마약사범이 검거됐을 때, 우리나라 인구가 5천만명이니까 계산해보면 10만명당 20명 꼴이 된다. 그러므로 더 이상 마약 안전지대가 아닌 것은 맞다. 이렇게 정리가 되는군요. 알겠습니다.

다음 사안에 대해 팩트체크해보겠습니다. 자유한국당 해산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인원이 180만 명까지도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 참여 기록을 계속 갱신하고 있는데요. 청원참여가 조작됐다는 정치권의 주장이 제기되지 않았습니까?

<이고은 팩트체커>
바른미래당 소속 이준석 최고위원이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밀러웹이란 사이트를 링크해서 조작설에 불을 지폈는데요.

“3월 통계만으로도 청와대 사이트 13.77%가 베트남 트래픽이고, 전달에 비해 2159% 증가했다”면서 “4월에 어떤 사이버 혈맹국이 우리나라의 청와대에 국민청원에 관심이 많아졌을지 (4월 통계를 봐야겠다)”고 말했습니다. 조작됐다고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조작 가능성을 사실상 제기한 것입니다.

<김양원 PD>
9) 이준석 최고위원은 이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정정했어요. 그런데 이 사이트 분석결과는 3월이고, 자유한국당 해산 국민청원은 4월에 시작된 것 아닙니까?

<이고은 팩트체커>
그렇습니다. 시기적으로 맞지 않아서 일단 해당 청원이 조작됐다는 근거는 될 수 없는데요. 그리고 해당 사이트의 트래픽은 청와대 국민청원 뿐만 아니라 청와대 홈페이지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국가별 순위는 모바일은 제외한 데스크탑 컴퓨터 접속만 집계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뉴스톱>이 시밀러웹 사이트에서 추천하는 경쟁 혹은 유사 사이트를 확인했더니 한겨레, 연합뉴스, 중앙일보 등 언론사와 위키피디아, 다음뉴스 등 여타 서비스까지 8개였는데요. 이중 6개가 1위는 한국, 2위는 미국, 3위는 캐나다, 베트남, 일본 등이었습니다. 한국과의 연관성을 감안하면 대체로 수긍이 가는 국가들의 이름입니다.

<김양원 PD>
10) 이번에 '시밀러웹'이라는 사이트가 많이 등장했어요. 시밀러 웹은 트래픽 분석을 하는 사이트죠?

<이고은 팩트체커>
네, 시밀러웹을 비롯해 아마존닷컴의 자회사인 알렉사 등 비즈니스용 웹 분석 서비스가 전 세계의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이런 서비스들은 해당 사이트의 모든 트래픽을 분석하는 것은 아니고 일부 선정된 패널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일종의 샘플링 방식이죠. 때문에 국내에서는 근거자료라기보다는 참고용 자료로 더 유용하게 쓰이는 편입니다.

최근 사이트 분석에 가장 많이 쓰이는 툴은 구글 애널리틱스와 네이버 애널리틱스인데, 이 서비스들은 직접 관련 코드를 넣어 통계를 집계하기 때문에 사이트 운영자만 정보를 열람할 수 있지만, 거의 전수조사에 가까운 정확한 분석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김양원 PD>
11) 청와대도 국민청원 사이트를 통해 해명을 내놓지 않았습니까?

<이고은 팩트체커>
청와대가 구글 애널리틱스로 집계한 결과, 국민청원 방문자가 급증한 4월 29일 기준으로 청와대 홈페이지 방문을 지역별로 분류해보니, 97%가 국내에서 이뤄졌고 미국 0.82%, 일본 0.53%, 베트남 0.17% 순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이 위원이 제기한 3월 트래픽도 보면 국내 비중이 90.37%, 베트남 3.55%, 미국 1.54% 순이었습니다. 베트남 접속 트래픽이 집중된 시기는 가수 승리의 버닝썬 스캔들, 장자연 사건 등이 베트남 매체에서 보도된 3월 14일과 15일에 집중됐는데 해당 기사에서 청와대 청원 링크를 연결해서 소개했다는 겁니다.

결국 최근 보수 진영에서 제기되고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 조작설을 증명할 근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김양원 PD>
12) 그렇군요.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고은 팩트체커>감사합니다.

<김양원 PD>
뉴스톱 이고은 팩트체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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