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스티커 붙이고 끝'...허술해진 군 보안

[취재N팩트] '스티커 붙이고 끝'...허술해진 군 보안

2019.01.28. 오후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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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럼 이 문제를 취재한 기획이슈팀 이승윤 기자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우선 리포트에도 지적했습니다만, 실제 취재 과정에서 느낀 심각성은 더했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카메라는 스티커로 붙이고, GPS 기능은 그냥 꺼둬야 하고, 녹음은 그냥 하지 않아야 지켜지는 군 보안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제 스마트폰에 군 보안용 스티커를 붙여봤는데 하루에도 몇 번이나 떨어지는 데다 분실해도 인터넷상에서 70원이면 구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군 전용 특수 스티커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떼면 문양이 나타나는 일반 보안 스티커여서 저도 사실 많이 놀랐습니다.

또 취재 과정에서 소셜 미디어를 검색해보니 촬영 경위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군 장비나 부대 내부를 최근 촬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진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은 교육과 병사들의 양심에 군 보안을 맡겨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장병들도 불안함을 느끼긴 마찬가지입니다. 들어보시죠.

[시범 사업 참여 군 장병 : (아직은 앱 대신에 스티커로 하고 있거든요. 임시 방편으로. 그대로 가는 게 낫다고 보세요? 아니면 앱으로 해서 완벽하게 통제를 하는 게 낫다고 보세요?) 앱으로. (스티커의 단점은 어떤 게 좀 있을까요?) 뗐다 떨어지면 괜히 좀 그렇습니다. (뗐다 떨어지는 게 제대로 감지가 가능한가요?) 감지는 안 됩니다.]

[앵커]
그런데 상반기 중에 개발하기로 한 기능 제어 앱도 문제가 있다고요? 그럼 앞으로도 문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거 아닙니까?

[기자]
리포트에서 전해드린 것처럼 카메라와 GPS를 차단하는 보안 앱을 개발 중인데 문제는 녹음 기능입니다.

일부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의 경우, 앱이 개발돼도 녹음 기능은 물리적으로 제어가 안 됩니다.

여전히 허점이 있는 거고요,

또 현재 개발 중인 '기능 제어 앱' 월 사용료가 600~800원 정도 예상되는데 보안을 필요로 하는 국방부가 아니라, 병사 개인이 지불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부실하게 준비가 이뤄지다 보니 훨씬 적은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쓰는 군 장병들이 일반인들과 똑같은 요금제를 쓰고 있다고요?

[기자]
국방부에서 지난해 시범 기간 중 조사한 결과, 병사들은 4~6만 원짜리 요금제를 주로 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일엔 저녁 6시부터 밤 10시까지만 사용이 가능한데 일반인과 같은 요금제를 쓰는 겁니다.

국방부는 뒤늦게 지난해 연말에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군 장병 전용 요금제 개발을 요청했고, 현재 통신사들은 전용 요금제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병사들만 사용한 시간에 비해 비싼 요금제를 오래 써야 하는 상황입니다.

병사 전용 요금제가 나오기 전에 스마트폰 이용부터 허용하다 보니 칼자루를 통신사가 쥐게 된 셈입니다.

국방부 주최 병영 문화 개선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군납 업체 관계자는 이런 준비 부족의 모습을 지켜보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군납 업체 관계자 : 사전에 다 준비를 해놓고 진행해도 되는데 이미 사범 사업을 6개월에 걸쳐서 해서 거기서 나온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도출이 됐고 그것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가 된 상태인데. 그걸 준비하고 최종 시범 사업을 해도 큰 문제가 없는데…. 이상하게 지금 문제점들을 안고 지금 2차 시범 사업을 강행하는 건 일반인 상식으로는 납득이 안 가는 거죠.]

[앵커]
'유비무환'의 자세로 군 보안에 신경 써야 할 국방부가 이렇게 급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국방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국방부는 우선 일부 부대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조금씩 시행하면서, 필요한 부분은 계속 보완해 나간다는 입장입니다.

군 생활 만족도가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큰 만큼 문제가 있으면 보완하면서 일단 강행하겠다는 겁니다.

또 앞으로도 여러 차례 공청회 등 의견 수렴 등을 거쳐서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 졸속 추진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국방부의 입장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김경중 / 국방부 인사기획관 : 전면 시행이 아니잖습니까. 아시다시피 아직 시범 운영을 하고 있는 과정입니다. 이 사이에 저희가 나타난 문제점을 계속 보완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보완해서 최종적으로 안정된, 완전성이 높아진 상태의 제도가 되게 하기 위해서 그런 과정을 하고 있는 것이고, 본격적으로는 그것이 검증된 이후에 시행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YTN 보도 이후 군에선 어떤 보완책을 강구하고 있습니까?

[기자]
국방부 관계자는 YTN과의 통화에서 인터넷에서도 판매 중인 보안 스티커로 영상 보안이 유지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단,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군 전용 스티커 보급을 검토하는 등 후속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국내 통신사들이 시간을 끌지 말고, 병사 전용 요금제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출시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습니다.

당장 다음 달부터 장병 19만 명, 3월엔 28만 명, 4월엔 38만 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는 만큼 후속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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