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엽의 세상읽기] 손혜원은 법을 만들었어야 했다

[송태엽의 세상읽기] 손혜원은 법을 만들었어야 했다

2019.01.17. 오전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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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엽의 세상읽기] 손혜원은 법을 만들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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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억울할 수도 있다. ‘선의의 자본가’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박물관 등 공공용도로 사용할 건물을 방어적으로 미리 확보한 것이라고 해명도 하고 있다. 실제로 3~4년 전부터 목포 원도심인 만호동, 대의동 일대의 부동산 가격이 들썩거렸다고 한다. 지역 부호 일가가 가옥 수십 채를 샀다가 되팔아 거액을 챙겼다는 소문도 있다.

그러나 그는 국회의원을 고모로 두지 못한 수많은 청년을 실망하게 했다. 낙후된 동네나마 정붙이고 살던 주민들을 서울 부자들의 돈질에 밀려날 위험에 빠뜨렸다. 목포 원도심이 문화재 거리가 됐다면 그로 인한 이득은 공공시설이 미흡한 곳에서 수십 년씩 살아온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편이 맞다. 손혜원 의원이 문화를 그토록 사랑한다면 개인재산을 털 게 아니라, 근대문화재 거리가 질서 있게 재생되도록 입법 활동을 했어야 한다.


[송태엽의 세상읽기] 손혜원은 법을 만들었어야 했다

목포만이 아니다. 5년간 50조 원이 투입되는 도시재생뉴딜 사업이 진행되면서 전국 원도심에 투기세력이 준동하고 있다. 전북 전주시가 지난해 도시재생사업의 거점으로 삼기 위해 원도심 건물 매입에 나섰으나 두 채밖에 못 샀다. 행정기관의 부동산 매입 절차가 까다로운 점도 있지만, 땅값이 올라서다. 항상 부동산이 더 빠르다. 연로한 주민들이 내놓은 집은 부자들이 덥석 집어가고, 세입자나 상인들은 올라간 임대료를 견디지 못해 떠나게 된다. 지역에 들어와 살려던 청년들은 소리도 못 내고 희망을 접는다.

그래서 지역활동가들 사이에선 “한 번에 쫓아내면 재개발, 한 명씩 쫓아내면 도시재생”이라는 자조 섞인 우스개가 나온다. 이 문제는 그들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중앙과 지방정부, 그리고 손혜원 같은 국회의원들이 나서야 할 문제다.

그 거리는 지역주민과 목포 시민의 공동 자산이다. 공공적 소유가 바람직하다. 주민공동체에 돈이 없다면 문화재 거리 지정에 앞서 목포시가 주요 거점들을 매입하도록 했어야 한다. 나아가 어떤 지역사회에 가치가 있는 토지와 건물이 있다면 주민공동체가 사적 매매를 제한하는 청원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 해야 한다. 주민공동체에 우선 매입권도 줘야 한다. 공공서비스 공급과 운영에 주민 공동체가 우선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11년 제정된 영국의 로컬리즘 액트 (Localism Act, 지역주권법)의 내용이다.

제도적 장치 없는 도시재생사업은 토호, 자본가, 손혜원 같은 사람들에게 지역의 자산을 통째로 넘기는 일이다. 땅 귀신, 아파트 귀신이 오래된 도시의 마지막 희망마저 빨아먹으려고 군침을 흘리고 있다.

##송태엽 해설위원실장[taysong@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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