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만 원 명품백, 4만 원에 내놔도 '외면'…中 중고 시장 휘청

61만 원 명품백, 4만 원에 내놔도 '외면'…中 중고 시장 휘청

2025.06.11. 오후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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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만 원 명품백, 4만 원에 내놔도 '외면'…中 중고 시장 휘청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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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기침체 장기화가 소비 패턴을 뒤흔들고 있다. 부동산 침체와 소득 감소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중산층이 지갑을 닫으면서, 중고 명품 시장에서도 가격 하락과 출혈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11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주요 대도시에 등장한 대형 중고품 거래 플랫폼 '시엔위', '페이유에', '좐좐' 등을 중심으로 중고 명품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소비 수요는 제한적인 반면 판매자는 급증하면서, 중고 시세가 신품 대비 10% 수준까지 떨어진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좐좐 플랫폼에서는 3,260위안(약 61만 원)에 달하는 코치(COACH)의 크리스티백이 단 219위안(약 4만 원)에 거래되고, 2,200위안(약 41만 원)짜리 지방시(Givenchy) 목걸이가 187위안(약 3만 원)에 팔리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고 명품의 시세는 신품의 60~70% 수준을 유지했지만, 올해 들어 급격히 붕괴된 것이다.

베이징의 좐좐 오프라인 매장에서 로이터 취재진과 만난 28세 직장인 맨디 리 씨는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자산이 반토막 났고, 국영 기업에서 10% 임금 삭감까지 통보받았다"며 "큰 지출부터 줄이고 있다. 지금은 사치보다 생존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러한 현상을 '공급 과잉'에 따른 시장 왜곡으로 분석했다. 컨설팅업체 즈엔에 따르면, 2023년 중국 중고 명품 시장은 20% 성장했으나 이는 수요 증가가 아닌 판매자 증가에서 비롯된 수치다.

다쉐 컨설팅의 리사 장은 "중고 명품 판매자들이 경쟁 심화로 인해 판매가를 더 낮게 책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고 물품을 내놓는 이들만 1년 새 20% 늘었을 뿐, 실수요층인 구매자는 정체되거나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익명의 중고 명품 판매업자는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는 여전히 일정 수요가 있지만, 중소도시 시장은 공급 물량이 포화상태"라며 "최근 문을 연 매장 상당수는 조만간 문을 닫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반적인 내수 경기 부진 속에 중국 내에서는 3위안(약 400원)짜리 초저가 아침 식사나 하루 수차례 번개 할인 행사를 벌이는 마트가 늘고 있다. 이는 사치에서 절약으로 소비 성향이 급변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비 위축이 장기 불황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내년에도 경기 침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YTN digital 류청희 (chee090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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