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2017.03.10. 오전 11:04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이정미 /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
지금부터 2016 사건번호 헌나1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

선고에 앞서 이 사건의 진행 경과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재판관들은 지난 90여 일 동안 이 사건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하여 온 힘을 다하여 왔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들께서도 저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많은 번민과 고뇌의 시간을 보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희 재판관들은 이 사건이 재판소에 접수된 지난해 12월 9일 이후 오늘까지 휴일을 제외한 60여 일간 매일 재판관 평의를 진행하였습니다.

재판 과정 중 이뤄진 모든 진행 및 결정에 재판관 전원의 논의를 거치지 않고 재판장인 저나 주심 재판관이 임의로 개인적으로 진행한 상황은 전혀 없습니다.

저희는 그간 3차례의 준비기일과 17차례에 걸친 변론기일을 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청구인 측 증거인 갑제 174호증에 이르는 서증과 12명의 증인, 5건의 문서 송부 촉탁 결정 및 한 건의 사실 조회 결정, 피청구인 측 증거인 을제60호증이 이르는 서증과 17명의 증인, 6건의 문서 송부 촉탁 결정 및 68건의 사실조회 결정을 통한 증거 조사를 하였으며 소추위원과 양쪽 대리인들의 변론을 경청하였습니다.

증거조사 된 자료는 48000여 쪽에 달하며 당사자 이외의 분들이 제출한 탄원서 등의 자료들도 40박스 분량에 이릅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 아시다시피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 존립 기관이며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입니다.

재판부는 이 점을 깊이 인식하면서 역사의 법정 앞에 서게 된 당사자의 심정으로 이 선고에 임하고자 합니다.

저희 재판부는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이루어지는 오늘의 이 선고가 더 이상의 국론분열과 혼란을 종식시키고 화합과 치유의 길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어떠한 경우에도 헌법과 법치주의는 흔들려서는 안 될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가야 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이 사건 탄핵 소추안의 가결 절차와 관련하여 흠결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소추의결서에 기재된 소추 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헌법상 탄핵소추 사유는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사실이고 여기에서 법률은 형사법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탄핵결정은 대상자를 공직으로부터 파면하는 것이지 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고 심판대상을 확정할 수 있을 정도로 사실관계를 기재하면 됩니다.

이 사건 소추의결서의 헌법 위배 행위 부분이 분명하게 유형별로 구분되지 않은 측면이 없지 않지만 법률 위배 행위 부분과 종합하여 보면 소추 사유를 특정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이 사건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당시 국회법사위의 조사도 없이 공소장과 신문기사 정도만 증거로 제시되었다는 점에 대하여 보겠습니다.

국회의 의사절차의 자율권은 권력분립의 원칙상 존중되어야 합니다.

국회법에 의하더라도 탄핵소추 발의 시 사유조사 여부는 국회의 재량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의결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다음 이 사건 소추의결이 아무런 토론 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의결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토론 없이 표결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국회법상 반드시 토론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은 없고 미리 찬성 또는 반대의 뜻을 국회의장에게 통지하고 토론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토론을 희망한 의원은 한 사람도 없었으며 국회의장이 토론을 희망하는데 못 하게 한 사실도 없었습니다.

탄핵사유는 개별사유별로 의결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여러 개 탄핵사유 전체에 대하여 일괄하여 의결한 것은 위법하다는 점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소추사유가 여러 개 있을 경우 사유별로 표결할 것인지, 여러 사유를 하나의 소추사유로 표결할 것인지는 소추안을 발의하는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의사에 달린 것이고 표결 방법에 관한 어떠한 명문 규정도 없습니다.

8인 재판관에 의한 선고가 9인으로 구성된 재판부로부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상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피청구인은 헌법 상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실의 개념은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와 같은 추상적 의무규정의 위반을 이유로 탄핵소추를 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는 규범적으로 그 이행이 관철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없어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 상의 잘못 등 직책 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로는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세월호 사고는 참혹하기 그지 없으나 세월호 참사 당일 피청구인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였는지에 대한 여부는 탄핵심판 절차의 판단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피청구인의 최서원에 대한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 남용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피청구인에게 보고되는 서류는 대부분 부속비서관 정호성이 피청구인에게 전달하였는데 정호성은 2013년 1월경부터 2016년 4월경까지 각종 인사자료, 국무회의 자료,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과 미국 국무부 장관 접견 자료 등 공무상 비밀을 담고 있는 문건을 최서원에게 전달하였습니다.

최서원은 그 문건을 보고 이에 관한 의견을 주거나 내용을 수정하기도 하였고 피청구인의 일정을 조정하는 등 직무활동에 관여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최서원은 공직후보자를 추천하기도 하였는데 그중 일부는 최서원의 이권 추구를 도왔습니다. 피청구인은 최서원으로부터 KD코퍼레이션이라는 자동차 부품 회사의 대기업 납품을 부탁받고 안종범을 시켜 현대자동차그룹에 거래를 부탁하였습니다.

피청구인은 안종범에게 문화와 체육 관련 재단 법인을 설립하라는 지시를 하여 대기업들로부터 486억 원을 출연받아 재단법인 미르, 288억 원을 출연받아 재단법인 K스포츠를 설립하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두 재단법인의 임직원 임면, 사업추진, 자금 집행, 업무 지시 등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은 피청구인과 최서원이 하였고 재단법인에 출연한 기업들은 전혀 관여하지 못했습니다.

최서원은 미르가 설립되기 직전에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를 설립하여 운영했습니다.

최서원은 자신이 추천한 임원을 통해 미르를 장악하고 자신의 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와 용역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여 이익을 취하였습니다.

그리고 최서원의 요청에 따라 피청구인은 안종범을 통해 KT에 특정인 두 사람을 채용하게 한 뒤 광고 관련 업무를 담당하도록 요구하였습니다.

그 뒤 플레이그라운드는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되어 KT로부터 68억여 원에 이르는 광고를 수주했습니다.

또 안종범은 피청구인 지시로 현대자동차그룹에 플레이그라운드 소개 자료를 전달했고 현대와 기아자동차는 신생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9억여 원에 달하는 광고를 발주했습니다.

한편 최서원은 K스포츠 설립 하루 전에 더블루K를 설립하여 운영했습니다.

최서원은 노승일과 박헌영을 K스포츠의 직원으로 채용하여 더블루K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도록 했습니다.

피청구인은 안종범을 통하여 그랜드코리아레저와 포스코가 스포츠팀을 창단하도록 하고 더블루K가 스포츠팀의 소속 선수 에이전트나 운영을 맡기도록 하였습니다.

최서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김종을 통해 지역 스포츠 클럽 전면 개편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 내부 문건을 전달받아 K스포츠가 이에 관여하여 더블루K가 이익을 취할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또 피청구인은 롯데그룹 회장을 독대하여 5대 거점 채용 인재 육성 사업과 관련해 하남시에 체육시설을 건립하려고 하니 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여 롯데는 K스포츠에 70억 원을 송금했습니다.

다음으로 피청구인의 이러한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지 보겠습니다.

헌법은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여 공익의 실현 의무를 천명하고 있고 이 의무는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자윤리법 등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피청구인의 행위는 최서원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써 공정한 직무 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한 것입니다.

또한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의 설립, 최서원의 이권 개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피청구인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였을 뿐 아니라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입니다.

그리고 피청구인의 지시 또는 방치에 따라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많은 문건이 최서원에게 유출된 점은 국가공무원법의 비밀엄수 의무를 위배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피청구인의 법 위반 행위가 피청구인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 것인지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여야 함은 물론 공무 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 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습니다.

또한 피청구인은 미르와 K스포츠 설립,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K 및 KD코퍼레이션 지원 등과 같은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관여하고 지원하였습니다.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는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들을 단속해 왔습니다.

그 결과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른 안종범, 김종, 정호성 등이 부패범죄 혐의로 구속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 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입니다.

한편 피청구인은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하였으나 정작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하였습니다.

이 사건 소추와 관련한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헌법소의지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

피청구인의 법위배 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 결정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피청구인은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헌법상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를 위반하였고 다만 그러한 사유만으로는 파면 사유를 구성하기 어렵다는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의 보충 의견이 있습니다.

또한 이 사건 탄핵 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 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서 정치적 패습을 청산하기 위하여 파면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재판관 안창호의 보충의견이 있습니다.

이것으로 선고를 모두 마칩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