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피플] ‘지속가능한 발전’…공존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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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7. 오후 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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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앤피플] ‘지속가능한 발전’…공존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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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주유가 아닌 ‘충전’으로 차를 타게 됐습니다.”

최근 미세먼지, 황사 등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디젤차 배출가스가 지목되면서 ‘친환경 자동차’가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지난 4월부터 예약을 받기 시작한 미국 테슬라 보급형 전기차가 인기를 끌면서 '전기차' 상용화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원인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차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대안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피플앤피플] ‘지속가능한 발전’…공존시대 열린다

환경과 산업 발전의 공존을 모색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는 유엔이 올해부터 2030년까지의 실천 과제로 삼은 어젠다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오는 30일 경주에서 열리는 유엔 공보국 NGO 콘퍼런스에 참석해 ‘지속가능한 발전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실천과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윤세미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대학 지속개발협력과 교수는 “한국은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제를 갖추는 것이 관건”이라며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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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윤 교수와의 일문일답.

Q.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무엇인가요?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용어는 1987년 유엔 산하 환경과 개발에 관한 세계 위원회(WECD)의 보고서인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에서 처음 언급됐습니다. 공식 정의는 ‘미래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위태롭게 하지 않으면서 현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발전’입니다.

1970년대에 석유 가격이 폭등하자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토론이 시작됐습니다. 이어 미래의 경제개발계획은 자원이 결코 무한대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어요. 우리 세대는 자연이 허락하는 범위 안 에서 사회, 경제, 환경 부문을 균형 있고 조화롭게 발전시켜야 하며 국가나 계층, 성별의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고 여러 세대에 걸쳐 제대로 발전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죠.


Q. 환경친화와 경제 발전의 조화가 가능한 것인가요?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여러 가능한 방안 중에 ‘에너지’를 예로 들겠습니다. 기후변화의 큰 요인으로 여겨지는 화석 연료를 에너지 기반으로 계속 사용한다면 결국 자원은 소진되고 환경오염도 심화됩니다.

하지만 아예 전력 시스템을 새로 도입해야 하는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해 기술비약(leapfrogging technology)을 한다면 지속가능한 발전의 요구를 근본적으로 충족하는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요즘 화제인 전기차도 화력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만큼, 과연 친환경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이 있습니다.
자동차 사용 증가로 인한 대기오염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기존 차들보다는 훨씬 친환경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가 사용하는 전기를 재생에너지원을 사용해 만든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얼마 전엔 경유차가 실제보다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는 조사결과가 있는데, 이에 대해 정부에서 다양한 규체책을 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Q. 지난해 유엔이 새로운 목표를 정했는데, 2030년까지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8개의 ‘유엔새천년개발목표(UN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를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년 9월에는 17개 부문에 대한 169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가 새롭게 제시됐습니다.

주로 빈곤문제에 초점을 맞췄던 MDG와 달리 SDG는 절대 빈곤 퇴치, 불평등과 부정의 해소, 기후변화 대응과 해결이 중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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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시아가 직면한 과제는 무엇일까요?
청년 고용, 여성역량 강화와 인구 고령화를 어떻게 다루는지가 아시아 태평양의 사회적 발전에 중요한 관건이 될 것입니다. 불평등은 중대한 문제로 남아 있고, 특히 도시와 시골 주민들 간의 소득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또한 빈민국 사람들이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도로, 전력, 물, 교육, 보건과 같은 인프라 공급이 인적자본 투자로 까지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Q.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우선, 에너지 체제를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국의 에너지 해외의존도는 2011년 기준으로 97%로, 화석연료를 둘러싼 국가 간 갈등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전기사업법 및 관련법을 마련해 높은 생산가에도 불구하고 연구와 개발을 통해 기술이 상업화 될 수 있도록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또한 ‘개발 협력’에 있어서도 차별화된 양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0년 선진 공여국(OECD)의 포럼인 국제개발위원회(DAC)의 24번째 회원국이 됐습니다. 아직 절대적인 원조액수에 있어서는 다른 국가들보다 적지만 질적으로 다른 개발 원조를 지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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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비교적 젊은 나이에 강단에 섰는데,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어릴 때 계속 도시 생활을 하다가 고등학교 때 강원도 산골로 전학가면서 환경, 자연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도 같은 생각으로 환경 수업을 들었고 유니세프와 아동인권 동아리에서 활동했습니다. 특히 2학년 때 제프리 삭스 교수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과제(Challenges of Sustainable Development)’ 수업을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후 대학원에서 계속 공부하게 됐고, 보건 프로젝트와 농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러 에티오피아와 말라위를 방문하게 됐습니다. 한국 사회가 세워준 명성 병원이나 대양누가병원이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죠. 하지만 개별적으로 전력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다른 개발도상국의 병원에 정전이 일어난다면 어떨지 상상만 해도 아찔했습니다. 또 여러 공립학교에 전력이 들어오지 않는 것을 보고 개발도상국의 취약한 부문이 에너지 시스템이라는 것이 피부에 와 닿았습니다.


Q. 미국에서 ‘지속가능한 발전’ 연구를 시작하셨는데, 미국의 현황은 어떻습니까?
미국에 지속가능발전 분야 전공이 생긴 지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공부했던 컬럼비아 대학에서는 박사과정이 2004년에 처음 생겼고, 학부 전공은 2010년부터 공식 등록됐습니다. 사회 과학, 특히 경제학을 기반으로 인류가 직면한 이슈들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자연과학, 정책, 인문학적 요소를 고려해 만들어졌습니다.

애리조나 주립대에도 학부부터 박사까지 좋은 프로그램이 있고, 하버드나 예일, 스탠포드 대학의 경우 공식적인 전공은 없지만 관련 연구센터들이 있습니다.


Q.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 연구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한국에서도 최근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국제기구’ 설립과 송도에 녹색기후기금 사무국인 ‘Green Climate Fund’, ‘UN 지속가능발전센터’를 유치하는 등 이 분야에 대한 인식이 점차 향상되고 있습니다.

특히 연세대에서는 국내 최초로 융합사회과학부 내 ‘지속가능발전협력’ 학부 전공을 만들었습니다. 학생들이 관련 이론과 실제 이슈들을 쉽게 접하고 급변하는 사회에 대한 이해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지속개발협력' 전공생들이 활약할 분야는?
지난 2014년에 이 전공이 연세대에 최초로 생겼고 올해 3년째입니다. 전공생들은 일차적으로 국제기구(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니세프, 유엔사무국,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국제이주기구, 유엔세계식량계획, UNFPA (유엔인구기금), UNDP,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유엔환경계획 등)와 한국 개발 협력 관련 기관(코이카, 수출입은행,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 등으로 진출합니다.


Q. 이쪽 연구가 ‘블루오션’인 만큼,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오히려 한 주제에만 초점을 두지 않음으로써 다양한 분야들과 대화를 촉진하고 총괄적인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주제가 다양하다 보니,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부분을 동료들끼리 서로 발견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주로 개발도상 국가들의 에너지 이슈를 다룹니다. 하지만 동료들을 보면 자연재해와 개발 등에 대해 연구하고 국제기구, 보험 회사 및 NGO와 협력하기도 합니다. 선진국의 지속가능한 발전 가운데 중요 부문인 교통 부문에 대해 연구하고 어떤 정책이 소비자로 하여금 행동을 바꾸게 하는지 뉴욕시와 케냐 나이로비 정부와 연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담수량이 바뀌어 농업에 미치는 영향이나 평균 온도가 상승해 열대 기후의 말라리아 기생충 생애주기가 활발해져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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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는 주제는?
에너지 보급과 경제, 사회 발전의 연관성에 대해서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경우 최근 15년 사이에 전력 보급률이 거의 100%가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베트남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분석했습니다. 남아공이나 브라질에서 농촌 지역에 전력 공급을 활성화했을 때는 두 곳 모두 가계소득이 올랐습니다. 남아공에서는 여성 고용률이 높아지고, 브라질에서는 남녀 모두 고용률이 높아졌다는 연구 보고서가 있습니다.

이와 달리 베트남은 여성 고용률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전력 공급으로 인해 가사 노동을 효율적으로 하게 되면서 잉여시간이 생겨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하지만, 베트남과 같이 공산 경제에서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할 때에는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발견이라고 봅니다.


Q. 개발도상국을 연구하면서 느낀 현실의 벽은 없었나요?
물론 이해 관계자들과 협의를 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아프리카에 처음 갔을 때 사람들이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답답했는데, 알고 보니 손목시계가 없었어요. 우리에게 익숙한 물건들이 그들에겐 신문명과 같았던 것입니다. 이렇게 서로 이해하고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 가운데 지속가능한 발전과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난 10년이 지속가능한 발전 연구를 위한 기반 쌓기에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한국,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등에 초점을 두어 구체적인 이슈를 고민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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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교수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경제학과 및 동대학교 국제행정대학원에서 지속가능한 발전 과정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베트남, 인도, 중국 등의 에너지와 사회의 연관 관계 연구, 에티오피아와 말라위 보건 관련 연구 등에 참여했다. 또 Global Green Growth Institute, UN Millennium Village 및 한국 환경정책평가연구원 프로젝트 추진에 함께 했다.


[YTN PLUS] 취재 공영주 기자, 사진 정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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