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리고 찢긴 '비자림로'..."되살려 주세요!"

잘리고 찢긴 '비자림로'..."되살려 주세요!"

2018.08.09. 오후 8:18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길쭉길쭉 곧게 뻗은 나무들이 빽빽하게 양옆으로 늘어선 아름다운 길.

이렇게 울창한 숲은 그저 보고만 있어도 몸과 마음이 힐링이 되는 느낌이죠.

바로 제주의 명소, 비자림로입니다.

비자림로는 지난 2002년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돼 대통령상까지 받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길이 지금은 어수선한 공사판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삼나무는 무차별적으로 잘려나갔고 길은 파헤쳐졌습니다.

제주도가 이곳의 교통난을 해소하겠다면서 도로 확장 공사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도는 이곳 3km 구간을 애초 왕복 2차로에서 왕복 4차로로 더 넓힌다는 계획입니다.

교통체증이야 해소되면 좋지만, 관광객들에게 꼭 좋은 소식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곳의 삼나무가 하루 100그루, 공사가 진행될 앞으로 6개월 동안 모두 2천4백여 그루가 사라지게 된다는 겁니다.

환경단체들은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숲길 보전 방안을 마련하라고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교통량이 많기는 하지만 확장해야 할 만큼 정체구간은 아니고, 인근 도로가 어차피 왕복 2차로여서 비자림로를 확장해도 병목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제주도는 관광객도 늘어나고 있고 농수산물도 원활히 수송해야 해서 공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또 2015년 환경부 소규모영향평가 협의도 완료했다고 강조했는데, 환경단체는 당시 협의된 내용에 도로가 경관보전지구 지역을 통과하는 만큼 확장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적혀있었다고 재반박했습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 국민 청원에도 '비자림로를 살려달라'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도로 확장이 주민 숙원 사업이고 이미 토지 75%에 보상이 이뤄진 만큼 사업을 백지화하는 건 어려운 상황이라고 난색을 표했습니다.

또 도로를 확장해도 삼나무 숲 전체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고 해명했는데요.

하지만 일단 공사를 잠시 중단하고 최선의 대안을 검토해보겠다고 했습니다.

도 관계자의 해명에도 네티즌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확장할 만큼 차가 막히지 않는다, 확장이 필요해도 우리가 지켜야 할 아름다운 길이다, 이 길은 제주도민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것이다, 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YTN 프로그램 개편 기념 특별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