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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N팩트] '뒷북 수색·부실수사'...70여일 만에 탈주범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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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 2017-10-20 12:13
앵커

지난 8월, 전남 나주에 있는 정신병원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살인미수 새터민이 최근 경찰에 붙잡혔는데요.

이 새터민은 북한에 가기 위해 사전답사를 하고, 장비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하지만 경찰은 초동대처도 뒷북이었고, 수사도 부실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건을 취재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나현호 기자!

혈혈단신으로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난 탈주범을 경찰이 무려 70일 만에 잡았는데요.

별다른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람을 어떻게 붙잡은 겁니까?

기자

탈주범 유태준 씨는 은신하던 인천 남동구에서 붙잡혔습니다.

일주일간 잠복한 경찰이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는 유 씨를 검거했는데요.

잠적 뒤 두 달 넘게 오리무중이던 유 씨의 행적은 다름 아닌 수원에 있는 은행에서 확인됐습니다.

통장을 재발급받았다가 덜미가 잡힌 건데요.

유 씨는 도주한 이유에 대해서는 "북한에 있는 아내를 만나고 싶어서 그랬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사전 계획 없이 우발적으로 도망쳤다고 했습니다.

탈북자인 유 씨는 지난 2004년, 이복동생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쳐 실형과 치료감호,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받고 전남 나주에 있는 정신병원에 수용됐다가 지난 8월 1일 전자발찌를 끊고 탈주했습니다.

앵커

화면을 보니까 압송 당시 경찰서 분위기가 굉장히 격렬했던 것 같습니다. 몸싸움도 벌어지던데, 탈주범이 반항이라도 했던 겁니까?

기자

아닙니다.

오히려 탈주범 유 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억울한 게 많다는 듯이 말을 이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이 의경을 동원해서 기자들을 밀어붙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현장에는 저희 광주지국에 이승배 기자가 취재하고 있었는데요.

경찰이 '밀어붙여', '대형 만들어'라고 외쳐가면서 일사불란하게 의경을 지휘해 기자들을 밀어냈다고 했습니다.

이런 장면은 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는데, 거의 시위대나 폭력조직을 진압하는 식이었는데요.

이에 대해 취재진은 전남지방경찰청장과 나주경찰서장에게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황당한 게 이미 경찰 측과도 취재 협의를 마친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겁니다.

경찰은 유 씨가 갑자기 마스크를 벗고 돌발행동을 해서 당황해서 그랬다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현장에서는 경찰이 탈주범 유 씨의 입을 막을만한 이유가 있는 거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었습니다.

앵커

취재진을 시위 진압하듯 밀어붙이는 경찰의 태도가 참 황당해 보입니다.

탈주 사건이 났을 때, 경찰이 인력을 동원해 주변을 열심히 수색했던 것 같은데, 잡히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어제 나주경찰서 브리핑을 통해 밝혀진 건데요.

유 씨가 정신병원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탈주를 시작한 게 지난 8월 1일 오후 3시 반쯤입니다.

곧장 병원 뒷산으로 올라갔는데, 하룻밤을 지새운 뒤, 이튿날 아침 일찍 산에서 내려와서 서울 구로구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했고, 서울과 경기 일대를 돌며 70여 일간 일반인처럼 생활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수색에 나선 경찰은 도주 첫날 뒷산을 수색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유 씨는 두 차례 탈북 경력이 있었던 데다, 살인미수 피해자에 대한 보복 우려까지 제기됐던 상황입니다.

당시가 8월 1일 한여름으로, 해가 길었는데도, 곧장 뒷산을 수색하거나, 야간수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방심한 사이 유 씨는 경찰 통제선을 뚫고 달아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인근 도로나 빈집을 위주로 수색했고, 날이 어두워져 야간수색을 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습니다.

경찰은 탈주범 유 씨가 포위망을 뚫은 것도 모르고 오랜 기간 애먼 뒷산만 쥐잡듯이 뒤졌습니다.

이 같은 부실한 초동대처 때문에 수사력만 낭비했던 셈입니다.

앵커

유 씨가 전자발찌를 끊고 나섰을 때는 가진 게 별로 없었을 텐데, 어떻게 도피생활을 오래 이어간 겁니까?

기자

유 씨는 애초에 돈을 백만 원 갖고 있었지만, 도피 생활이 길어지면서 막노동을 하며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일당을 받기 위해 유 씨가 통장을 재발급받으면서 탈주 뒤 처음으로 행적이 확인됐는데요.

유 씨가 통장을 만든 게 지난달 7일입니다.

그런데 경찰은 이보다도 한 달도 더 지나서,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 10일에서야 유씨가 통장을 만든 사실을 알았습니다.

한 달 넘게 유 씨의 계좌를 아예 들여다보지도 않은 건데요.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아 꾸준히 계좌를 확인해보면, 간단한 일인데 이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겁니다.

이 때문에 유 씨 검거도 한 달 이상 늦춰지게 됐습니다.

유 씨를 검거할 당시 집에서는 구명조끼와 오리발, 잠수 장비 등이 나왔는데요.

실제로 인천 월미도까지 사전답사하면서 월북 준비까지 치밀하게 준비해왔습니다.

조금 더 늦었더라면, 유 씨를 영영 못 찾을 뻔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앵커

경찰 수사가 허술해서 오히려 잡힌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앞으로 경찰 조사는 어떻게 이뤄집니까?

기자

우선 경찰은 유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요.

두 시간 전쯤에 법원에서 실질심사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우선 경찰은 미리 계획해서 도주한 건지, 아니면 우발적인 건지 확인하고 있는데요.

사전에 백만 원을 은행에서 찾아 도주한 것 등을 근거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유 씨는 도주 과정에서 만난 노숙자의 명의로 휴대전화도 만들고 집도 계약했는데요.

도주 후 행적에 대해서도 자세히 조사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으로 도주하려 한 정황을 바탕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도 확인하고 있습니다.

앵커

70여 일 동안 탈주범이 도망 다닐 수 있었던 데는 최근까지도 갈피를 잡지 못했던 경찰 수사가 한몫했군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나현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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