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했는데..." 돌봄시설 입소 10분 만에 쓰러진 할머니

"멀쩡했는데..." 돌봄시설 입소 10분 만에 쓰러진 할머니

2017.09.18. 오전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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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치매를 앓던 할머니가 멀쩡하게 걸어서 노인 돌봄 시설에 들어갔는데 10분 만에 쓰러져 한 달 뒤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치단체는 노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며 영업 정지 처분을 내렸는데 돌봄 시설은 억울하다며 행정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승배 기자입니다.

[기자]
붉은 옷을 입은 할머니가 현관을 통과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갑니다.

신발을 벗으려고 의자에 잠깐 앉았다가 이내 화면에서 사라집니다.

그리고 10여 분 뒤, 할머니는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돼 응급실로 옮겨졌습니다.

원인은 기도 폐쇄에 의한 심장 마비.

큰 병원도 가보며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골든 타임'을 놓치면서 71살 한 모 씨는 한 달 만에 숨을 거뒀습니다.

[김충식 / 유가족 : 돌아가신 그 날까지도 눈 한번 못 뜨고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신 것이 너무 (가슴 아프고) 원망스럽죠.]

사고 경위를 파악해달라는 가족 요청에 노인보호 전문기관이 조사를 벌였고, 해당 시설의 과실이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할머니가 화장실에 들어가 쓰러진 이후까지 10분이 넘게 방치돼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겁니다.

소변을 잘 보지 못해 화장실에 자주 가니 신경 써달라고 가족이 미리 요청했고 간호사도 낙상 위험이 크니 어디로 가는지 항상 살펴야 한다고 경고도 했지만 소홀했다는 겁니다.

[강희숙 / 전라남도 서부 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 (해당 시설에) 오시는 어르신들이 치매라든지 여러 가지 이유로 항시 돌봄이 필요하신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종사자들 누구도 어르신이 어디에 계셨고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몰랐다는 거예요.]

자치단체 역시 방임이 있었다고 보고 지난달 말쯤 심의를 열고 영업정지 3개월 처분을 결정했습니다.

해당 시설은 행정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노인복지시설 관계자 : 의도적이거나 내버려두는 행위들이 내포돼 있는데 그런 의미의 방임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

유가족은 보호 조치가 제대로 됐는지 가려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김충식 / 유가족 : 미안하다, 죄송하다 그 말 한마디, 그 말 한마디 듣고 싶어서 그쪽(시설)에 계속 상담을 요청하고 계속 만나고 그랬는데 무관심을 떠나서 그냥 무시를 해버리더라고요.]

YTN 이승배[sb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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