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사법부의 '집행유예', 양심의 법정에 다시 세우고 싶었다"

공지영 "사법부의 '집행유예', 양심의 법정에 다시 세우고 싶었다"

2011.10.04. 오후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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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 성폭행이라는 실화를 다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화 '도가니'의 원작자 공지영 작가가 YTN 이슈&피플에 출연해 처음 소설 '도가니'를 쓰게 된 배경에 대해 털어놨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시절 신문 한 귀퉁이에서 '도가니' 사건의 마지막 재판 과정을 스케치한 기사를 보게 됐다"는 공지영 작가.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순간 청각장애인의 이상한 울부짖음으로 재판정이 가득 찼다'는 문장을 본 공지영 작가는 "한 번도 청각장애인이 내는 이상한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지만 순간 그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았고 무엇이 그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궁금해 취재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또 "장애아동에 대한 성폭행도 문제였지만 그보다 일상적인 폭력들이 더 문제였다"며 "아이들은 저녁마다 식당에서 낮에 먹은 걸 다시 끓인 꿀꿀이죽 같은 걸 주기 때문에 라면이나 과자를 사 먹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충격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사건에 대해 알면 알수록 소설을 쓸 수가 없을 정도로 너무 끔찍했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며, "재판에서도 인정한 사실 가운데 책이나 영화에서 묘사하지 못한 잔인한 장면 중 하나가 어린아이를 묶고 성폭행하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는 그 아이를 묶어놓은 채 퇴근해버린 것"이었다고 알려지지 않은 실화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공 작가는 "뒤늦게나마 일명 '도가니 방지법' 움직임이 일고 있는 건 다행"이라며 "7살 아이가 성추행이나 성폭력을 당했더라도 성인이 되고 난 뒤 처벌할 수 있도록 피해자의 성장시간까지 배려해 아동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가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영화 '도가니' 속 학교는 장애아동 성폭행 사건과 관련 재판이 세상에 알려진 뒤에도 매년 35억 원씩 지원을 받았고 학부모의 눈물의 호소는 전경에 가로막혔는데 이에 관련된 사람들도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다"며 "당시 책임을 모면하고 지나갔더라도 나중에 결국 피할 수 없다는 걸 한 번쯤 기록에 남겨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영화에 출연한 아이들은 미성년자라 영화를 못 본 상태인데도 외출하려고 할 때마다 너무 많은 언론이 아이들에게 배려 없는 질문을 하곤 해서 선생님들이 힘들어하시더라"며 "아이들을 위해 취재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사법부는 아이들을 성폭행한 사람들을 집행유예로 풀어주고 이들의 복직도 막지 못했지만, 나는 이 사건을 세상에 알려서 양심의 법정에 다시 한번 세우고 싶었다"는 공지영 작가.

사건을 취재하면서 어떻게 한 명의 이성도 없이 집단적으로 이런 폭력에 눈 감을 수 있는가 하는 생각에 '도가니'라는 제목을 떠올렸다는 작가 공지영의 진솔한 얘기를 YTN 이슈&피플에서 직접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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