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생길까요?"…'모태솔로' 심리학

"왜 안 생길까요?"…'모태솔로' 심리학

2017.09.24. 오전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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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앵커]
"내 주위에 하나둘씩 생기니 언젠간 나도 애인이 생기겠지 막연히 생각하셨죠? 안 생겨요"

한때 각종 온라인에서 유행하며 '모태솔로'들과 싱글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글귀인데요.

오늘 '생각연구소'에서는 연인이 '안 생기는' 이유,

연애에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연세대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님과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오프닝에서 무리수를 뒀던 것 같은데요.

[인터뷰]
좋은데요? 목소리도 좋으시고요.

[앵커]
이렇게 흔히 '연애 세포'가 있다고들 하죠.

그런데 진짜 세포가 있는 건지 심리학적으로 연애를 잘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건지 궁금한데 어떤가요?

[인터뷰]
제 생각에는 이게 이론적으로 확립되면 정말 책이 잘 팔릴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쉽지 않은데요.

연애라는 게 정말 다양한 기술을 요하잖아요.

감정적으로도 잘 조절해야 하고 때에 따라서는 상대와 어느 정도의 거기를 둬야 하는지 밀당도 잘해야 하고 또 어떤 분들은 스킨십에 관해서도 잘 해결해야 하니까 어려운데,

딱 정해져 있는 '연애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만, 일반적으로 연애와 관련한 성격 특질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향적인 사람이 아무래도 내향적인 사람보다 훨씬 더 다른 사람과 같이 이야기할 때 에너지가 있잖아요, 친화력도 있고요. 그런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고요.

또 하나는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 다른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저 사람이 어떤 느낌인지 잘 아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겠죠.

실제로 지난번에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요.

'사랑의 삼각형'때 이야기했던 것처럼 심리학자 스턴버그가 말했던 사랑의 3가지 구성요소, 친밀감, 열정, 희생 또는 헌신, 이것과 관련한 성격 특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이점이 있겠죠.

[앵커]
그렇군요. 아무래도 이점도 있지만, 그런데 요즘 보면, 유난히 연애를 못 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조어들도 많습니다.

연애를 못 하는 남자 ‘연못남’, 연애 기술이 없는 ‘철벽녀’, 저는 처음 들어보기도 했는데요. 철벽녀 아니신가요?

[인터뷰]
기술이 있어서 아마 그걸 모르실 것 같은데요.

[앵커]
하하하. 이렇게 신조어가 생겨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인터뷰]
아무래도 젊은 분들이 신조어를 많이 만들어내잖아요.

두 글자, 세 글자 짧은 단어들인데, 아무래도 SNS 상에서 소통하다 보니 줄임말들이 많이 사용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내용을 보면 자조적인 내용이지 않습니까, '연못남'도 그렇고 '철벽녀'도 그렇고요.

그래서 이게 사이버 공간에서 익숙한 관계를 쉽게 소통할 수 있어서 신조어가 많이 생기는데,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연애라는 게 사이버 공간에서 주고받는 만남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직접 만나서 지지고 볶고, 때에 따라서는 비 온 뒤에 서로 간의 정이 생기고 이런 것들을 경험해야 하는 건데, 이게 사이버상에서는 잘 될 것 같은데 실제로는 직접적인 경험이 없으니까 사실 허탈하거나 이런 것이 생길 수 있을 것 같고요.

요즘은 특히 젊은이들이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1인 가구, 혼밥족, 혼술족도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소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하고 관계에서 어려운 것을 어떻게 견디는지에 대한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 같고요.

앞으로 특히 더 미래가 불투명하면 '내가 연애를 잘할 수 있나?'라는 회의적인 태도도 반영되는 것 같습니다.

[앵커]
연애를 계속 파면 팔수록 이론과 실제가 맞아 떨어지지 않을 때도 있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가 아닌가 생각할 때도 있는데요.

그렇다면, 지금부터 연애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모태솔로'부터 연애를 잘 못 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한번 살펴볼 텐데요.

함께 만나 보시죠.

"연애란 자고로..." 책을 보면서 지금 공부하는 것 같아요.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남자의 심리, 저도 많이 봤었거든요.

그런데 이런 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정보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현실에서 안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인터뷰]
아는 게 힘인지 아는 게 병인지 그 차이인 것 같은데요.

연애라는 게 말씀드린 것처럼 여러 가지 복합적인 기술을 요하는 건데, 책에서는 많이 단순화되잖아요.

책에서는 '이렇게 이렇게 하면 다 된다', 이래서 적용했는데, 어떻습니까?

실제로 잘 안 먹히거나 할 때 어때요. 당황하게 되는 거죠.

이게 너무 상세한 조언들이 책에 많이 나와 있긴 한데 책마다 상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 이걸 실제로 적용할 때 자신의 어떤 생각 속에 다 담을 수도 없고,

이 책에서는 이렇게 해라, '먼저 만나지 말고 기다려라.' 라든가 다른 책에서는 '먼저 접근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되면 어떻습니까?

많이 상충되고 많이 알면 행동으로 옮기는 데 제약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이게 군대에서 군대에 대해서 많이 알아서 '실제 총은 이렇게 쏘는 거고,

분해는 어떻게 하는 거고' 이런 생각은 많이 하고 책은 많이 보지만 어떻습니까?

실제로 가서 해보면 잘 안 되거든요. 그럴 개연성이 있고요.

또 이게 지나치게 연애에 대한 환상을 심어줄 수도 있어요. 잘되는 모범 케이스만 제시하잖아요.

그렇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죠.

그러니까 이게 생각보다는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이 직접 취득하는 게 중요한데 너무 간접적인 정보만 범람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앵커]
'일단 부딪혀봐라', 책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것을 실전에서 경험할 수 있다, 이렇게 말씀해주셨고요.

다음 사례를 한 번 살펴보시죠.

자, 어떤 걸까요?

꿈속에서 왕자님을 그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난 운명적인 사랑을 믿어"라고 하는 것 같은데요.

연애는 하고 싶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는 싫고, 운명적인 만남, '누군가 날 찾아오겠지,

백마 탄 왕자님이 날 찾아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림을 보니까 왕관 쓴 사람인 것 보니까 왕자님을 기다리는 것 같아요. 이상형이 높은 것 같아요.

[인터뷰]
그렇게 좋은 운명이면 좋겠죠.

운명적이어서 만나는 건지 만난 것이 운명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만나려면 노력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언제든 백마 탄 왕자가 찾아올 거야' 이렇게 생각하면 어떻습니까?

실제로 들어간 노력은 없는데, 환상적인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것을 심리학에서 말하면 '고슴도치 딜레마'의 사례가 아닌가 싶은데요.

고슴도치 같은 경우에는 겨울에 추우면 서로서로 같이 모여있어요, 모여서 따뜻한 체온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고슴도치는 가시가 있잖아요.

서로에게 다가갔다가 다시 빠져나오고,

그러니까 한편으로는 그런 걸 기다리지만 현실을 녹록치 않고, 빠져나오는 것을 반복하는 거죠.

그래서 연애라고 하는 것을 자신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딜레마인 것 같아요.

다가갈 수도 없고, 다가가지 못하면 나 혼자 쳐지는 것 같은 걱정이 되는 것을 반복하게 되는 거죠.

[앵커]
어렵네요.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네요.

[인터뷰]
아마도 이게 이전의 경험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아요.

운명적인 사랑을 믿으면서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이전에 힘들었던 경험이 떠올라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아니면 '내가 연애를 잘못할지도 몰라'라고 하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있을 수도 있고요.

아니면 너무 비현실적으로 멋진 사람만 기대하는 비현실적인 기대 때문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뭐냐면 자꾸 안 나가잖아요. 그럼 이것도 습관이 되는 거에요.

익숙해지니까 앞으로 사람을 더 피하게 되는 거죠.

[앵커]
연애를 잘못하는 사람의 특징, 또 다른 유형 화면으로 만나 보시죠.

"내가 좋다고? 왜?"

남자가 구애하고 있는데, 여자의 모습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인터뷰]
이게 문제죠, 막상 나를 좋아한다고 하고, 좋은 반응 보여주면 좋은 연애로 갈 수 있잖아요.

그런데 막상 좋다고 하면 자신은 한 발 뒤로 물러서는 거죠.

이러면 연애가 잘 되기 어려운데,

아마 제 생각에는 목표가 달성됐다는 생각이 드니까 좋아한다는 말을 들으면 호기심이 사라지는 거에요.

[앵커]
나쁜 거네요.

[인터뷰]
글쎄요. 아니면 '쉽게 나한테 좋다고 말하네?, 내가 손해 보는 건가?', 이런 생각일 수 있고요.

아니면 실제로 연애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이 과정을 다 거쳐야 한다는 생각,

이 과정을 다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연애가 되는데 그게 두려운 거죠.

현실에 뛰어드는 게 두려울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러다 보면 자꾸 밀당하게 되잖아요.

'만나자고 할까? 말까?' 이렇게 밀당하다 보면 고민이 많이 깊어질 수도 있고요, 상처를 줄 수도 있으니 어려운 문제죠.

[앵커]
자, 그리고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하는데요.

'우리가 만날 때 이 만남을 우연으로 볼 것인가, 기적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이렇게 같은 만남이라도 이걸 기적으로 받아들이면 기적적인 사랑이 되는 데 이걸 우연으로 받아들이면 그렇지 않은 상황이 될 수도 있고,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 따라서는 조금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고요.

세상에 '모태솔로'들이 많은데, 실패하기 싫을 것 아닙니까?

'모태솔로'면 한 번이라도 성공을 해야지 연애로 이어질 것 같은데, 연애로 성공하는 비결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인터뷰]
글쎄요, 제 생각에는 만병통치약 같은 건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일단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 소개해주는 사람은 만나라, 왜냐면 주변에서 볼 때 좀 더 맞는 타입을 만날 수 있고요.

또 하나는 사람을 만날 때, 대상을 고를 때 조금 더 확신이 있고 긍정적인 사람을 만나려고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자신감을 줘야 하는 거죠.

안된다, 안된다 하는데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할리는 없는 거죠.

그리고 혹시 연애를 잘하려면 만나기 시작했을 때 말을 조심해야 해요,

너무 극단적인 말을 하거나 자조적인 말을 한다면 썩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요.

쉽지 않지만 '모태솔로'들이 배려와 사랑 속에서 성공하는 연애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건강한 신체,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스스로도 건강해져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까지 생각연구소 이동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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