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가기 전 꼭 봐야하는 영상

벌초 가기 전 꼭 봐야하는 영상

2017.09.20. 오후 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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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요즘같이 가을철로 접어들 때 특히 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기자]
맞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미리 벌초나 성묘 가시는 분들도 있고요, 또 긴 연휴를 이용해서 모처럼 놀러 가시는 분들 많을 텐데,

그러다 보니까 말벌을 주의해야 한다는 이야기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앵커]
맞아요. 해마다 추석 무렵이면 말벌에 쏘이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심하면 목숨을 잃기도 하고요.

[기자]
네, 실제로 지난해 벌에 쏘여 사망한 사람이 17명인데요, 이 가운데 59%가 벌초 작업 중에 벌에 쏘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말벌 중에는 땅에 집을 짓는 경우가 있는데 벌초 작업을 하다가 이런 말벌집을 건드릴 수가 있거든요.

[앵커]
그렇군요. 이맘때 산에 가보면 정말 말벌 수가 늘어나는 것 같아요?

[기자]
네, 맞습니다. 말벌은 보통 7월 정도부터 개체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데요, 8월에서 10월까지는 벌집이 가장 커지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산이나 숲에 가실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죠.

[앵커]
그런데 이 말벌이 일반 벌보다 훨씬 크잖아요? 보통 크기로 구별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말벌의 '말'이라는 접두사 자체가 '크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는 큰 벌을 의미하겠죠.

실제로 꿀벌의 경우 수컷의 몸길이가 보통 15~17mm 정도이고요, 말벌의 몸길이는 수컷이 20mm, 암컷은 보통 25mm에 달합니다.

지금 화면으로 보이시죠?

[앵커
확실히 크기가 다르네요. 또 다른 특징이 있나요?

[기자]
꿀벌이 흔히 우리가 아는 것처럼 꿀을 따러 다닌다면, 말벌은 육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무 수액이나 꿀을 주로 먹지만, 꿀벌이나 작은 곤충을 사냥하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잡은 곤충들을 유충에게 먹여서 단백질을 보충시킵니다.

생김새의 경우도 말벌이 좀 더 흑갈색이나 황갈색에 가깝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역시 설명을 듣고 보니 꿀벌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은데요, 말벌은 전부 다 이렇게 무서운가요?

[기자]
말벌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요, 우리가 아는 땅벌이나 쌍살벌류도 말벌에 속합니다.

하지만 이 중에서 가장 무서운 벌은 역시 토종벌인 장수말벌인데요, 장수말벌은 일단 우리나라 벌 중에서 가장 큽니다.

보통 수컷의 몸길이가 27~39mm 정도 되고요, 암컷은 큰 경우에는 44mm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꿀벌의 두세 배가 훨씬 넘죠.

[앵커]
그 정도면 거의 새끼손가락만 한데요?

[기자]
네, 게다가 이 장수말벌의 공격성은 정말 섬뜩한데요, 일반 벌보다 15배 이상 강한 독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독의 양도 20~40배까지 많아서 한 번 쏘이면 치명상을 입게 된다고 합니다.

[앵커]
아, 정말 웬만큼 조심해서는 안 되겠어요.

그럼 이런 말벌의 공격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자]
그래서 얼마 전에 장수말벌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색깔이나 움직임에 따라서 어떤 경우에 벌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본 건데요, 먼저 색깔이 다른 실 뭉치들을 매달아 놓고 벌집을 건드려봤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빨간색, 흰색, 노란색 등 여러 가지 색깔이 있는데요,

[앵커]
결과는 어땠나요?

[기자]
장수말벌이 가장 많이 모이는 색깔은 보시는 것처럼 검은색이었습니다.

반대로 흰색이 가장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다른 말벌들과 마찬가지로 장수말벌이 어두운 색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앵커]
화면을 보니까 확실히 어두운색에 말벌이 많이 모이네요?

[기자]
네, 검은색에 많이 모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말벌의 천적 곰이나 오소리와 같은 동물인데, 아마 이런 동물들이 대부분 어두운색이기 때문에 공격성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산에 갈 때는 밝은색 옷을 입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여기서 증명된 거네요?

[기자]
네, 그렇죠. 이번에는 벌이 공격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실험해봤습니다.

벌집을 건드린 뒤에 제자리에서 주저앉거나 도망가는 경우,어떨 때 덜 쏘일까요?

[앵커]
글쎄요, 가만히 있는 게 화를 좀 가라앉히지 않을까요?

[기자]
그렇게 아는 경우가 많은데 실험 결과 장수말벌이 공격할 때는 무조건 빨리 도망가는 게 상책이었습니다.

전문가의 설명 들어보시죠.

[최문보 / 경북대 식물의학연구소 박사 : 벌이 공격을 하거나 벌집을 건드렸을 때는 제자리에 엎드리거나 가만히 있거나 하지 마시고 무조건 10~20m 이상 벗어나야지만 말벌의 공격이 줄어들기 때문에 항상 벌이 공격을 할 때는 빨리 뛰어서 그곳을 벗어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앵커]
이렇게 직접 실험으로 확인하니까 말벌의 특성을 좀 알겠네요.

[기자]
네, 또 장수말벌은 다른 말벌과 달리 땅속에 집을 짓는데요, 벌집 주변에 약한 진동만 발생해도 수십 마리가 쏟아져 나오면서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그러니까 벌이 있다고 해서 발을 동동 구르거나 행동을 크게 하면 장수말벌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 정도면 장수말벌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요? 만에 하나 진짜 벌에 쏘였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자]
먼저 일반 벌에 쏘이면 보통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계신가요?

[앵커]
벌침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고 있는데요, 신용카드 같은 것으로 밀어서 빼야 한다고 들었어요.

[기자]
맞습니다. 꿀벌에 쏘이면 침이 피부에 박혀 있어서 독액이 계속 주입되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빨리 침을 빼야 합니다. 보통 신용카드처럼 납작한 물건으로 살살 밀면 빠진다고 알려져 있죠.

그런데 말벌은 다릅니다.

말벌은 독침을 주삿바늘처럼 뺄 수 있어서 피부에 박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번 공격하면 죽는 꿀벌과 달리 여러 번 공격할 수 있는데요, 말벌에 쏘였을 때는 플라스틱과 같은 물건으로 긁으면 오히려 염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쏘인 부위를 차갑게 한 뒤에 빨리 병원으로 가는 것입니다.

[앵커]
아, 일반 벌과 똑같이 생각했다가는 큰일 나겠네요. 그럼 말벌의 독 성분도 일반 벌과는 다른가요?

[기자]
보통 벌의 독에는 히스타민이나 세로토닌과 같은 화학 성분이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쏘이게 되면 부어오르면서 가려움증을 일으키게 되죠.

특히 장수말벌의 독에는 '만다라톡신'이라는 성분이 있어서 근육 신경을 마비시키고요, 호흡을 가쁘게 만드는 아세틸콜린도 포함돼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꿀벌보다 말벌에 쏘였을 때 훨씬 더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되는 거군요?

[기자]
네, 또 벌 독 자체도 무섭지만 이렇게 말벌에 쏘이면 강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보통 '아나필락시스 쇼크'라고 하는데요,

벌 독이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면역 반응이 과하게 나타나면서 오히려 심각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이런 알레르기 증상이 심해지면 몸이 퉁퉁 붓고 기도가 막히면서 쇼크사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앵커]
말벌이 무섭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도 크게 실감한 적은 없었는데요, 이렇게 보니까 정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동은 기자의 정보를 통해서 벌에 쏘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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