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과기혁신본부장 사퇴 거부 "일할 기회 달라"

박기영 과기혁신본부장 사퇴 거부 "일할 기회 달라"

2017.08.10. 오후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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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래도 물러나지 않겠다"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자진 사퇴를 거부했습니다.

일할 기회를 달라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는데요.

11년 전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사태에 연루된 점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야 4당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특히 정의당까지 나서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며 청와대를 압박했는데요.

청와대가 직접 나서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기영 본부장의 과도 있지만 공도 있다며 과학 기술 혁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정치권은 물론 과학계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양훼영, 권민석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기자]
과학기술계 원로와 단체장이 모인 간담회장.

거취 문제를 놓고 논란의 중심에 선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모두 발언에서 사퇴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자신에 대한 여론을 잘 알고 있지만 일로써 보답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박기영 / 과학기술혁신본부장 : 꿈만 꾸고 제대로 해보지 못했던 일을 이제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열정적으로 일해서 국민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임명 반대 여론의 도화선이 된 황우석 사태에 대해서도 11년 만에 사과했습니다.

박 본부장은 당시 청와대에서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했던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박기영 / 과학기술혁신본부장 : 특히 황우석 박사의 사이언스지 논문에 공저자로 들어가게 된 것은 제가 신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때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후회와 함께 그렇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박 본부장의 해명에 대해 과학기술계 내부 여론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원로들은 과오가 있지만, 혁신의 기회를 줘야한다고 지지한 반면 젊은 과학자들은 여전히 강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조완규 / 전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 나는 박기영 교수가 충분히 이 어려운 시기를 잘 끌고 나가면서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발전을 위해서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김준규 /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위원장 : 11년 전의 쇼 오늘 다시 하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원로들과 각계 기관장들을 초청해서 피에로로 만드는 이 과정을 보면서 역시 사람은 바꿀 수 없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신설된 과학기술혁신본부는 한 해 20조 원 가까운 국가 연구개발 예산을 심의하고 평가하는 곳입니다.

박 본부장이 혁신의 컨트롤 타워를 이끌 수장으로서 적합한지에 대한 논란은 과학기술계 안팎에서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YTN science 양훼영[hwe@ytn.co.kr]입니다.

[기자]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에 대해 야권은 한목소리로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이종철 / 바른정당 대변인 :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사람들은 무조건 기용된다는 것입니다.]

[김유정 / 국민의당 대변인 : 박기영 본부장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다면 청와대가 마음을 고쳐먹고 교체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것이 국민 여론입니다.]

야당이 일제히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자 청와대가 박기영 본부장의 인선 이유를 직접 설명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유감 표명도 있었습니다.

[박수현 / 청와대 대변인 :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인사 문제로 걱정을 끼쳐드려 국민께 송구스럽습니다.]

청와대는 박 본부장이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조작 사태 때 과학기술보좌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과와 함께 공도 평가받아야 한다며, 박 본부장은 참여정부 시절 IT·과학기술 분야의 국가 경쟁력을 가장 높이는 데 공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과학기술 부총리제와 과학기술혁신본부 신설 구상을 주도한 경험 등을 높이 평가했다는 겁니다.

인재 풀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야권 비판에 대해서는 해당 분야를 가장 잘 알기 때문에 발탁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박수현 / 청와대 대변인 : 이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조금이라도 경험이 있는 그러한 적임자가 필요했기 때문에 과거 인사의 재등용이라고 하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씀을….]

청와대는 박 본부장의 해명과 사과에 대한 과학계와 국민 여론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본인이 해명할 기회는 줘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박 본부장에게 제기된 비판들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거취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YTN 권민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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