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길이만 2m...기린의 비밀은?

목 길이만 2m...기린의 비밀은?

2017.04.12. 오후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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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혹시 반려동물 키워보셨나요?

1인 가구가 늘면서 개나 고양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반려동물 키우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그만큼 동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다양한 동물의 생태를 관찰해보고 그 속에 숨은 과학을 찾아보는 '과학관 옆 동물원'과 함께 합니다.

이동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앞으로 다양한 동물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 텐데요,

이 기자도 평소 동물을 아주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기자]
아쉽게도 반려동물을 키우지는 않지만, 저도 동물을 정말 좋아하고 개인적으로는 동물 프로그램의 열렬한 애청자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동물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기도 하고 힐링 된다는 느낌을 받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동물을 좋아하게 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앞으로 동물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과 그 속에 담긴 과학적인 이야기를 매주 여러분과 나눠볼까 합니다.

[앵커]
아주 기대가 되는데요, 그럼 첫 번째 만나볼 동물은 무엇인가요?

[기자]
첫 번째 주인공은 아주 독특한 특징이 있는 동물인데요, 영상으로 먼저 만나보시죠.

[앵커]
목이 길다, 이광수 닮았다, 바로 알겠는데요?

지구 상에서 가장 목이 긴 동물, 기린이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대부분 '기린'하면 이렇게 긴 목을 가장 먼저 떠올리죠.

그런데 기린이 과거 지구 상에 처음 나타났을 때는 지금처럼 목이 길지 않았습니다.

[앵커]
그래요? 그럼 왜 이렇게 목이 길어지게 된 건가요?

[기자]
바로 유전자 변이 때문입니다.

지난해 과학자들이 드디어 기린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데 성공하면서 기린의 목을 길게 만든 유전자를 찾아냈는데요,

기린과 중에서도 목이 짧은 동물인 '오카피'와 기린의 유전체 서열을 분석했더니 유독 기린에게서만 특정 유전자의 변이가 나타난 것입니다.

[앵커]
그럼 특정 유전자가 변이되면서 기린의 목이 과거와 달리 길어졌다는 거네요?

[기자]
그렇죠. 이 유전자는 사람과 쥐에게도 있는데요,

몸의 크기를 조절하는 것은 물론 심혈관계 기능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유전자가 기린의 목에는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건가요?

[기자]
기린의 목은 다른 포유류처럼 7개의 뼈로 되어 있지만, 무려 2m에 달할 만큼 긴데요,

한마디로 머리가 심장보다 2m나 높은 데 있다는 것입니다.

뇌까지 혈액을 보내려면 아주 큰 힘이 필요하겠죠,

그래서 기린은 다른 포유류보다 심장이 유난히 크고 혈압도 2배 정도 높습니다.

육식 동물을 피하고 높은 곳에 있는 풀을 뜯어 먹기 위해 진화 과정에서 목이 길어졌지만, 특정 유전자 때문에 심혈관계도 그에 맞게 변한 거죠.

[앵커]
그럼 하나의 유전자가 기린의 목을 길게 하면서 동시에 튼튼한 신체적 조건까지 갖춰준 것이네요.

재미있는 연구 결과인데요. 얼마 전에 기린에 대해서 또 다른 사실이 밝혀졌다고요?

[기자]
먼저 화면 한번 보시죠.

지금 보고 계신 네 마리 기린의 차이점, 혹시 아시겠어요?

[앵커]
글쎄요, 무늬가 좀 다른가요? 표정이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언뜻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죠?

실제로 기린은 250년 넘게 단일 종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물론 생김새나 서식지가 조금씩 달라서 9개 정도의 아종, 그러니까 종의 아래 단계의 분류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은 해왔는데요,

최근 DNA 분석을 통해서 기린이 단일 종이 아니라 서로 교배하지 않는 4개의 종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앵커]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종이라는 거네요, 그럼 새롭게 밝혀진 네 개의 종은 어떤 건가요?

[기자]
크게 북부기린, 망상기린, 마사이기린, 그리고 남부기린. 이렇게 네 종의 이름이 붙여졌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같은 아프리카지만 사는 지역이 조금씩 다른 종들이죠.

[앵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기린들은 어떤 종에 가까울까요?

[기자]
저도 그 점이 가장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국내 한 동물원을 찾아가 직접 물어봤는데요,

우리나라에는 1984년에 처음 기린이 들어온 이후 주로 내부에서만 번식을 해와서 사실상 종 구분은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설명 한번 들어보시죠.

[정우주 / 사육사 : 자기들 무리를 지키려는 먹이 경쟁이 있다 보니까 외부에서 합류하는 경우가 드물고요, 무리 내에서 사육하지 다른 데서 도입하는 경우는 무리에 합류시키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앵커]
그럼 이제는 모두 우리나라 출신 기린들인 셈이네요?

[기자]
다만 종 다양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오랫동안 구분 없이 살아온 거죠.

[앵커]
그리고 우리나라에 아주 유명한 기린이 있다고 들었어요, 혹시 그 기린도 만나보셨나요?

[기자]
물론이죠. 바로 다산의 여왕 '장순이'입니다.

[앵커]
아, 지금 화면으로 보이네요. 언뜻 봐서는 그냥 귀여운 기린으로 보이는데, 다산의 여왕이라고요?

[기자]
이래 봬도 장순이가 무려 18마리 기린의 엄마입니다.

세계 최다 출산 기린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올해 31살이 된 장순이는 4살이 되던 해인 1990년에 첫 출산을 했습니다.

[앵커]
18마리라니, 정말 많기는 한데요, 기린이 이렇게 다산하는 경우가 드문가 봐요?

[기자]
기린은 보통 420~450일 동안 임신을 했다가 한번 새끼를 낳으면 1년 이상 젖을 먹입니다.

출산 간격은 보통 20~23개월 정도인데, 4살 가까이 돼야 첫 출산이 가능합니다.

장순이가 마지막으로 새끼를 낳을 때 27살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평균 17개월에 한 마리꼴로 새끼를 낳은 게 되는 거죠.

[앵커]
한 번 출산에 한 마리밖에 낳지 못하는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쌍둥이도 낳을 수 있는데요,

아주 희귀한 일이기는 합니다.

장순이도 1997년 6번째 출산 때 처음으로 쌍둥이인 천지와 창조를 낳았고요,

이후에는 쌍둥이를 낳지 않았다고 합니다.

[앵커]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장순이는 그야말로 모범 기린이네요,

그러게요, 처음에는 귀엽게만 보였는데 갑자기 장순이가 위대해 보이는데요?

[기자]
그렇죠, 사육사들은 전문적인 보살핌과 안정된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는데요,

이와 더불어 남편 '장다리'와의 금슬도 다산에 한몫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장순이와 장다리는 2015년에, 변함없는 금슬을 자랑하며 결혼 25주년을 축하하는 은혼식을 열기도 했습니다.

[앵커]
기린이 생각보다 아주 많은 이야기를 품은 동물이었네요.

그러게요, 저는 알콩달콩 변치 않는 금슬이 제일 부럽네요.

이동은 기자, 다음 주에도 동물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 기대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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