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과일 들여왔다간 농가에 치명적 피해

무심코 과일 들여왔다간 농가에 치명적 피해

2016.05.24. 오전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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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년 전 중동 호흡기 증후군, 메르스가 우리나라를 강타하면서 전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대단히 커졌지요.

그런데 화상병 같은 식물 전염병 역시 관련 농가에는 메르스에 비견될 만큼 두려운 존재입니다.

그만큼 엄청난 피해를 불러와서인데, 더 큰 문제는 공식적인 검역만으로는 막는 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이혜리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푸르러야 할 배나무 잎이 갈색을 띠며 시들어버렸습니다.

지난해 경기도와 충청도 일대의 사과와 배 과수원에 막대한 피해를 유발한 화상병입니다.

발병 농가의 반경 100m 이내에 있는 과수원 68곳은 문을 닫았고 일본과 호주 수출길까지 막혔습니다.

[정재훈 / 경기도 안성시 현매리 : 생계가 달린 부분이니까 농업인들한테는 최소한 10년을 가꾸고 투자한 후에 소득을 보기 시작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더욱더 안타깝죠.]

그런데 최근에도 경기도 안성의 한 과수원에서 화상병 신고가 들어오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화상병을 일으키는 세균은 꽃에서 시작돼, 벌이나 농기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파되는데, 한 번 꽃을 통해 들어온 세균은 줄기를 타고 식물 조직 안에 머물게 됩니다.

이때부터 화상병의 잠복기가 시작되는데, 이 잠복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할 수 없어 선제 대응이 불가능합니다.

미국과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만 나타나던 화상병이 어떤 경로로 국내로 들어왔는지도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더 큰 문제는 공식적인 검역만으로는 화상병 같은 식물 전염병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용환 /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 : 우리 국민 개개인 모두가 해외여행을 할 때 금지된 식물이나 과일은 절대 가져오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부처 간에 긴밀한 협력 체계가 요구되고, 더 나아가서는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있다면 아주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농가에는 메르스만큼이나 위험하고 무서운 식물 전염병.

검역 시스템마저 무력화시키는 개개인의 조그마한 부주의가 오랫동안 땀과 정성을 쏟아부은 농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혜리[leehr2016@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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