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디스플레이 'QLED' 시대 앞당긴 과학자, 이창희 교수

차세대 디스플레이 'QLED' 시대 앞당긴 과학자, 이창희 교수

2015.07.14. 오후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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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에디슨이 발명한 백열등, 그리고 형광등을 사용하던 시기를 지나 21세기는 발광다이오드, 이른 바 'LED의 시대'로 불리는데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한 가지 재료만으로도 모든 색상을 구현할 수 있는 QLED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국내 과학자가 QLED의 성능과 수명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을 개발해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QLED 연구로 이 달의 과학기술자상, 7월 수상자로 선정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이창희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7월, 이 달의 과학기술자 상을 수상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인터뷰]
영광스러운 상을 받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이 연구는 제 연구실과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차국헌교수님 연구실, 화학부 이성훈교수님 연구실의 공동 연구를 통해 진행되었는데, 우리 연구팀 전체에 주신 격려로 생각하고 앞으로 더욱 좋은 연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차국헌교수님, 이성훈교수님께 감사드리고, 제 지도를 잘 따라주고 열심히 연구를 해서 우수한 성과를 낸 연구실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합니다.

[앵커]
교수님께서는 양자점 발광다이오드, 즉 'QLED'에 대해서 연구하고 계신데요.

LED, OLED는 익숙한데 QLED는 아직 생소한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QLED'’가 무엇인지 시청자분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발광다이오드 (light emitting diode, LED)는 전기에너지를 빛에너지로 효율적으로 변환시키는 반도체 소자입니다.

일반적으로 주기율표상에 3족과 5족 원소로 이루어진 GaAs, GaP, GaN와 같은 화합물 반도체로 LED를 만듭니다.

예를 들면, 작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슈지 나카무라교수는 GaN 결정을 이용해서 청색 LED를 개발한 업적을 인정받은 것이지요.

발광재료로 유기반도체를 사용한 것을 OLED (organic light-emitting diode)라고 하며, 현재 삼성전자의 갤럭시 S 시리즈 휴대폰과 LG전자의 OLED TV에 사용되고 있지요.

발광재료를 양자점(quantum dot, QD)으로 사용한 LED를 양자점 발광다이오드(quantum dot light emitting diode, QLED)라고 말합니다.

양자점은 화학적 합성으로 만들어지는 지름이 나노미터 (2~10 nm) 크기인 반도체 결정으로 같은 성분임에도 크기가 바뀌면 색깔이 바뀌는 특성이 있고 발광효율이 우수하여 LED 재료로는 아주 이상적입니다.

이 재료를 얇게 코팅하여 발광층으로 형성한 LED에 전류를 흘려주면 양자점의 크기에 따라 빨간색부터 청색까지 빛을 낼 수 있습니다.

[앵커]
전 세계에서 연구하는 QLED의 소자 구조는 대부분 교수님이 만든 기술을 따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교수님의 연구 내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양자점을 이용한 LED는 1994년에 처음 발표되었는데 효율과 수명이 아주 낮았습니다.

일반적인 QLED 구조는 투명전극인 ITO (인듐주석산화물) 전극을 양극으로 사용하고 그 위에 양공주입층, 양자점, 전자주입층, 음극 (알루미늄) 전극 순서대로 만드는 것인데, 양극에서 양자점으로 양공이 주입되기 어려워서 발광효율과 수명이 낮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2012년에 양극과 음극을 반대로 뒤집은 역 구조 QLED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이후 많은 연구자들이 저희가 개발한 구조로 QLED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기존 소자와 구동 방향이 정반대인 역구조 QLED에서는 일함수가 큰 인듐주석산화물(ITO) 전극이 음극으로 동작하고, 일함수가 작은 알루미늄 전극이 양극으로 동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희 연구진은 오랜 기간 OLED를 연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투명하고 일함수가 낮은 산화 아연(ZnO) 나노입자를 ITO 전극 위에 도포하면 전자는 산화아연 층에서 주입됩니다.

또한 몰리브덴 산화물(MoO3) 박막을 양공수송층과 알루미늄(Al) 전극 사이에 넣어 양공이 효과적으로 주입될 수 있도록 하여 역 구조가 효과적으로 동작할 수 있도록 하여 발광효율과 수명을 기존 구조보다 크게 높일 수 있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교수님은 어떻게 QLED와 같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인터뷰]
저는 안동군 예안면 부포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5학년까지 보냈는데 우리 동네가 안동댐 수몰지구여서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밤에는 호롱 불을 켜고 생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수몰이 되고 1975년 5학년 때 서울로 전학을 왔는데 거리의 네온사인과 전기 불이 무척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아마도 이때의 경험이 잠재의식에 있었는지 물리학을 공부하고 반도체 재료를 이용한 LED를 연구하게 된 것 같습니다.

특히 1994년에 박사학위를 받고 LG화학기술원에 들어가서 OLED 개발팀을 만들어서 처음으로 밝은 초록색 빛이 나는 OLED를 만들었을 때의 기쁨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QLED 기술력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볼 때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인터뷰]
QLED는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 활발히 연구하고 있는데 이들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기술력은 동등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양자점 합성에서부터 QLED 개발에 이르기까지 우수한 연구자가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이미 OLED를 세계 최초로 대량생산에 성공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고 디스플레이 산업 기반이 잘 형성되어 있어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인 QLED 상용화 경쟁에서도 가장 유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앵커]
앞으로 QLED가 어떤 제품이나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인터뷰]
QLED는 발광효율이 뛰어나고 색순도가 우수합니다.

따라서 자연색을 생동감이 있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디스플레이로 응용될 것입니다.

특히 플라스틱과 같은 기판에 만들어서 유연하게 휠 수 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와 투명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응용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앵커]
최근 물리학을 전공한 인재가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고 있는데요, 교수님의 전공이 물리학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해결되려면 앞으로 어떤 지원과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인터뷰]
잘 아시듯이 물리학은 과학 기술의 기초가 되는 학문이고 이를 기반으로 반도체, 전기 전자, 통신 등 다양한 응용 분야가 나온 것입니다.

최근에는 학문 간의 경계가 없고 융합 연구가 중요해지고 있는데, 물리학, 화학 등의 기초 학문에서 튼튼한 뒷받침이 되어야 창의적인 응용 연구도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물리학이 어렵다고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도 선택하는 학생이 감소하고 있고, 대학에서도 물리학과를 없애고 교양학부에 포함시킨 경우도 많습니다.

기업에서도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응용 학문을 공부한 학생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점점 물리학에 대한 전공 선호도가 낮아지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우리 산업은 이제 빠른 추격자 (fast follower) 단계를 넘어서 첨단 기술을 선도해 나가야 하는 (first mover) 단계에 왔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발견 또는 발명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물리학 교육입니다.

따라서 고교 과정과 대학 교양교육에서 물리학 교육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기업체에서도 물리학 전공자의 채용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공학 등 응용 학문을 전공한 사람들은 기존에 확립된 것을 더 개량하는 것은 잘하지만 기존에 없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은 어려워 합니다.

반면에 물리학자들은 새로운 것을 개척해 나가는데 연구에 익숙해 있으므로 우리 기업이 최선두로 앞서 가기 위해서는 더욱 물리학 전공자를 많이 채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지금까지 차세대 디스플레이, QLED의 상용화를 앞당기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이창희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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