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의 두 얼굴 ..."한국인 위령비 안 돼"

나가사키의 두 얼굴 ..."한국인 위령비 안 돼"

2016.05.27. 오전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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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 오바마 미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으로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인 위령비가 있는 히로시마와는 달리 나가사키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한국인 위령비 설립을 허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나가사키에서 최명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히로시마 평화공원 안에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3만 명을 위로하는 한국인 위령비가 있습니다.

지난 1970년 공원 밖에 세워진 뒤 국적 차별 논란이 일자 1999년 히로시마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공원 안으로 옮겼습니다.

[고타니 오토 / 초등학생 : 일본인뿐만 아니라 한국인을 비롯한 다른 외국인도 원폭으로 희생된 것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히로시마와 함께 피폭된 나가사키시가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대하는 태도는 딴 판입니다.

해마다 대규모 위령제를 열고 핵무기 근절을 호소하는 등 평화도시 이미지를 쌓는 데 공을 들이고 있지만, 한국인 위령비를 세우게 해달라는 재일동포들의 요청은 3년째 뭉개고 있습니다.

'비문에 강제노역 문구가 들어 있다','위령비가 지나치게 크다','디자인이 튄다'는 이유 아닌 이유를 대고 있습니다.

원폭 피해를 부각하며 평화 도시를 자처하면서도 한국인 희생자는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는 겁니다.

[강성춘 / 나가사키 재일거류민단 단장 : 거북이와 용을 넣었더니 일본에서는 묘비로 보인다고 해서 단순한 디자인을 제출했더니 완전하게 묘비로 보인다며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우익단체는 한술 더 떠 한국인 위령비 설립을 저지하기 위한 서명 운동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나가사키 한인 원폭 희생자는 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대부분 강제노역에 동원됐거나 돈을 벌러 왔다가 무고하게 희생된 사람들입니다.

원혼이라도 위로해주자는 목소리에 나가사키는 귀를 닫고 있습니다.

나가사키에서 YTN 최명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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