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업자 눈치 보느라 기숙사 인원 줄인 대학교에 붙은 현수막

임대업자 눈치 보느라 기숙사 인원 줄인 대학교에 붙은 현수막

2018.09.04. 오전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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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업자 눈치 보느라 기숙사 인원 줄인 대학교에 붙은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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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 학생들이 개강한 지 하루 만에 학교 외벽에 현수막을 걸고 학교와 학교 주변 임대업자들을 질타했다.

경북대는 2017년 7월부터 교내에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제2 기숙사를 짓고 있다. 지상 14층 지하 1층 전체 면적 2만2388제곱미터 규모로 학생 1210명을 한 번에 수용할 계획이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학생을 대상으로 임대수익을 내는 임대업자들이 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경북대 기숙사 건립반대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공사장 진입로를 막으며 공사를 3개월가량 지연시키기도 했다.

임대업자들 대부분이 임대업으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고령 노년층으로 "기숙사가 생기면 생계유지가 어렵다"면서 행동에 나선 것이다.

결국 학교는 임대업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1210명을 수용할 수 있던 기존 계획안을 바꿔 332명을 줄인 878명을 수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이번에는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학생이 아니라 임대업자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재학생 2만 2000명인 경북대 기숙사 수용 인원은 총 4100명으로 현재 수용률은 18.6% 수준이다. 교육부 권고 기준인 25%에 크게 미치지 못하며, 임대업자와의 합의안대로 기숙사 인원을 축소하면 수용률은 22%에 그치게 된다.

임대업자 눈치 보느라 기숙사 인원 줄인 대학교에 붙은 현수막

학생들은 학교가 학생과 의논해야 할 문제를 임대업자와 의논했다고 비판하면서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학교가 인원 감축에 합의한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경북대학교 총학생회는 "임대업자들이 학생 단위가 총장 면담에 입장하자 '어른들끼리 행정 관련 얘기하는데 학생들이 뭘 안다고 여기 들어오냐?'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경북대학교 학생들은 기숙사 건립을 원안대로 추진하기 위해 방학 중에도 꾸준히 반대 시위를 진행해왔다. 졸업식에서도 기숙사 인원 감축 반대 구호를 제창하기도 했지만, 학교는 여전히 임대업자들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경북 지역 언론들은 경북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임대업자들과 문서로 합의한 것은 없지만 구두로 합의된 상황이라 안 지키기도 어렵다"며 학교도 곤란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학교가 학생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 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9월 개강 환영 현수막 대신 학교와 임대업자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내걸게 됐다.


[사진 = 경북대학교 총학생회]
YTN PLUS 최가영(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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