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어머니 살해범, 형사된 아들이 잡았다

13년 전 어머니 살해범, 형사된 아들이 잡았다

2017.12.04. 오후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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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심판이었다', 이렇게 표현해도 될까요?

13년 전 어머니를 살해한 범인을 형사가 된 아들이 마침내 체포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진 겁니다.

형사 K 씨는 고등학생 시절이던 지난 2004년 6월 25일,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당시 어머니는 자녀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친척이 운영하는 노래방에서 임시로 카운터 일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노래방을 찾은 범인이 술값이 비싸다며 시비를 걸었고, 시비 끝에 어머니는 범인의 흉기에 찔려 숨지게 됩니다.

당시 수사본부까지 꾸려졌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았습니다.

사건은 장기미제사건으로 분류됐고 사건은 이대로 잊히는 듯 했습니다.

세상 모두가 잊어도 아들의 뇌리 속에서는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3년 꿈에 그리던 형사가 된 뒤 틈이 날 때마다 사건 현장을 맴돌았고 수사 기록도 되씹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단서는 털끝만큼도 없었습니다.

세월은 자꾸 흘렀고, 어머니 사건도 반쯤 포기했을 무렵, 하늘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일까요.

뜻하지 않게 K 형사 앞에 범인이 나타나게 됩니다.

지난달 21일 밤, 대구 중구에서 집에 가던 22살 여성이 흉기로 폭행을 당하고 손가방을 뺏기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당시 범인의 모습이 CCTV에 찍혔는데요.

경찰은 범인이 담배를 피는 모습을 확인했고, 주변에 떨어져 있던 담배꽁초를 모조리 수거해 DNA를 분석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K 형사는 강도 사건의 범인이 어머니 살해범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DNA 감식 결과 13년 전 어머니 살해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의 DNA와 일치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두 사건의 범인이 같은 사람이라는 뜻이었죠.

K 형사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 살해범의 검거가 눈앞에 온 이 때, 떨리는 마음으로 밤낮없이 수사하던 K 형사에게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어머니의 살해범을 직접 잡고 싶은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범인을 직접 마주쳤을 때 행여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미리 차단코자 했던 경찰 수뇌부의 판단이었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K 형사는 동료들을 믿었고 의연하게 장기 휴가를 떠납니다.

범인은 결국 검거됐죠.

이번 사건을 맡았던 수사진 사이에서는 '하늘의 심판'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한을 풀어준 K 형사, 어머니에 대한 그의 사랑과 사건을 향한 그의 집요함이 정말 하늘을 감동시킨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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