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상납했다"...성매매 호텔 장부 입수

단독 "경찰 상납했다"...성매매 호텔 장부 입수

2017.07.10. 오전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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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한 관광호텔이 대형 유흥주점과 연계해 버젓이 불법 성매매 영업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관할 경찰은 여러 차례 신고전화를 받고 출동하고도 매번 빈손으로 돌아간 것으로 YTN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먼저, 이경국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평일 밤늦은 시각, 셔츠 차림의 남성들이 삼삼오오 관광호텔 지하 유흥주점으로 향합니다.

안에 들어가자 유흥주점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성매매를 유도합니다.

[업소 관계자 : 2차(로 호텔에) 올라가시면 (성매매) 50분에서 1시간. 할 도리 다 하고, 다 잘하는 아가씨들이에요.]

만취한 손님이 접대 여성과 승강기를 타고 호텔 객실로 올라가는 모습도 쉽게 발견됩니다.

호텔 방 수십 개를 통째로 빌려 프런트를 거칠 필요가 없는, 이른바 '풀살롱' 형태의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는 겁니다.

[업소 여성 : (엘리베이터) 들어오세요.]

명백한 불법이지만, 업소 직원들은 경찰 단속에 걸린 적이 없다며 큰소리를 칩니다.

[업소 관계자 : 8년 동안 한 번도 간판 안 바뀌고…. 다른 유흥업소처럼 단속 맞고 간판 바꾸고 이런 적 한 번도 없어요. 그만큼 안전하고 탄탄한 가게니까….]

과연 그럴까?

지난달 27일 밤 불법 성매매 단속을 요청하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습니다.

[신고자 : 왜 단속도 안 하고 그럽니까? (뭘 단속 신고하셨어요?) 윤락. 성매매요.]

하지만 경광등까지 켜고 출동한 경찰은 성매매를 적발하지 못하고 30여 분 만에 빈손으로 돌아갔습니다.

현장에 은밀하게 접근해 미리 감시조가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기본적인 단속 규정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반포지구대 관계자 : 몇 호인지를 알아야지. 무턱대고 여기 있는 (객실을) 다 열 수 없단 말이에요.]

호텔과 유흥업소는 수십 차례에 걸친 경찰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최근 반년 동안 이 호텔에 대한 성매매 신고는 확인된 것만 30여 건, 하지만 단속 실적은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관할 서초경찰서는 해당 호텔과 유흥주점에 대한 합동 단속을 기획 중이라고 뒤늦게 해명했습니다.

YTN 이경국[leekk0428@ytn.co.kr]입니다.

[앵커]
이 같은 배짱 성매매가 이뤄진 배경에는 경찰과의 유착관계가 있다는 정황이 나왔습니다.

YTN 취재진이 이른바 상납 장부를 단독 입수했는데, 경찰에 돈을 건넨 시기와 액수가 구체적으로 적혀있습니다.

이어서, 양시창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YTN이 입수한 관광호텔의 비밀장부입니다.

설 명절을 하루 앞둔 지난 2014년 1월 29일, '순찰'이라는 항목 옆에 50만 원이 적혀 있습니다.

같은 해, 추석을 이틀 앞두고는 '회식비'로 100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장부를 작성한 전 호텔 관계자는 해당 항목들이 경찰에게 상납한 기록이라고 주장합니다.

경찰이 호텔에 순찰을 올 때는 본인이 직접 현금으로 50만 원씩 건넸고, 명절에는 직원을 통해 관할 지구대에 찾아가 100~200만 원씩 이른바 떡값을 전달했다는 겁니다.

[A 씨 / 전 호텔 관계자 : (순찰은) 그때, 그때 다른 분이 오셨습니다. 저희가 갖다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매니저 통해서 지구대장 찾아서 회식 때 보태 쓰시라고….]

그러면서 이 같은 관행은 지금도 계속될 거라며, 수차례 신고에도 제대로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도 상납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A 씨 / 전 호텔 관계자 : (순찰 와서)적당히 둘러보고 가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호텔뿐만 아니라 유흥주점에서도 당연히 상납이 있었고 현재도 있을 것으로….]

실제로 112신고가 접수되자 업소 직원들은 신고 사실을 미리 안 듯 경찰 도착 전에 단속에 대비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호텔 관계자 : 모니터 잘 봐야 해. 호실 (문) 열어주지 말라고 하고.]

이에 대해 호텔을 담당했던 지구대 경찰들은 하나같이 돈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관할 서초경찰서도 상납 관행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서초경찰서 관계자 : 우리 풍속단속반이랑 **지구대 쪽은 (돈 받은 사람이) 없다고 말씀드리고….]

하지만 경찰은 취재가 시작되자 문제가 된 지구대 근무 경험이 있는 직원들을 상대로 내부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돈을 준 구체적인 정황과 장부가 나온 이상 성매매 업소와 경찰의 유착관계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는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YTN 양시창[ysc0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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