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파동'에서 '공무원 과로사'로 번진 조류독감 사태

'달걀 파동'에서 '공무원 과로사'로 번진 조류독감 사태

2016.12.28. 오후 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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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 살처분하다가 사람이 죽는다'
과거 구제역으로 인한 공무원 사망 재현 논란

한 달 넘게 AI 관련 업무를 맡았던 40대 공무원이 어제(27일) 과로사했습니다. 농정과에서 근무하던 정 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방역 업무를 맡았고, 숨지기 전날 밤 10시까지 AI 거점 소독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AI 방역업무를 맡은 공무원들이 과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1년 구제역 파동 당시에도 방역업무를 하던 공무원들이 과로사 또는 사고로 사망하거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렸습니다.

당시 '사건 일지'는 끔찍한 수준입니다.

-2011년 1월 4일 오후 경북 고령군 구제역 초소에서 비상근무를 해온 보건소 직원 곽 모(46.여.7급)씨가 과로로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사망

-2010년 12월 28일 경기도 고양시청에서 근무하던 김 모(39) 씨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인근 병원에서 수술

-구제역 방역초소에서 근무하던 안동시 공무원 금찬수(50) 쓰러진 지 일주일 만에 사망

이들은 모두 구제역 등으로 야근과 새벽 근무를 반복하고, 미뤄둔 일반 업무를 처리했습니다. 당시 폭설로 인한 비상대기도 겹쳐 이른 새벽에 출근하는 등 모두 구제역으로 인한 극심한 업무 과다에 시달렸습니다.


2010년 12월 한 달만 해도 공무원 2명이 사망하고 28명이 구제역 방역 활동 중에 다쳤습니다. 환경미화원 3명과 수의사 2명, 민간인 1명도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2011년 구제역 파동 당시 126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전체 사상자의 77%가 공무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2016년의 방역은 어떨까요?

AI 방역활동을 하다 공무원이 과로사하자 황교안 권한대행은 "방역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체인력 확보 등 인력운영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2011년 구제역 파동 때에도 있던 지시의 반복에 불과합니다.
그로부터 약 5년이 지났지만, 방역활동에 동원되는 공무원들은 여전히 '12시간 근무'와 불규칙한 격무에 시달립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가축 살처분량이 2011년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는 겁니다.

2010년 말부터 2011년 5월까지 이어진 살처분 양은 1300만 마리, 그러나 현재 살처분량은 한 달 만에 2,700만 마리를 넘어섰습니다. AI 살처분을 시작한 1996년 10만 마리에 비하면 200배 늘었지만, 방역 역량은 제자리걸음입니다.

전체 가금류의 12%가 살처분 대상이었지만 투입되는 공무원 숫자는 그대로이다 보니 업무 과다에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충북 음성군에서는 살처분 인력이 부족해지자 음성군 공무원들이 자원해 독감 백신과 타미플루를 처방받고 현장에 투입되기도 했습니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살처분 용역업체도 나섰지만 역부족입니다. 살처분이 '기피 작업'이라 그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가 채우고 있는데 이들은 한국어도 익숙하지 않아 제대로 된 감염 안내교육이 안 된 상태로 작업에 투입되어 이들이 '제2의 질병 매개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자료 출처: 농촌진흥청

그러나 방역 당국은 살처분에 동원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각 지자체에서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이고, 용역업체에 정식 등록된 직원이 아니라 일용직 노동자라 파악이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AI 매몰 작업에 투입된 인력은 2만2천여 명. 이 중 관리대상인 인원은 만3천 명이 넘습니다. 이 가운데 32명이 의심증상을 신고했지만, 다행히 음성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올 수 있는 상태라 여전히 긴장 상태입니다.

AI로 인한 인명사고는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앞으로도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는 AI 최초 의심 신고 후 일주일이 지나서야 '경계' 위기경보를 했고, AI가 사실상 전국으로 퍼진 뒤인 한 달 만에야 최고 등급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습니다.

일본의 경우, AI 확진 판정 뒤 2시간 만인 밤 11시에 아베 총리의 '철저한 방역' 지시가 있었고, 다음 날 새벽 4시부터 방역작업을 시작해 AI 경보를 최고 등급인 3등급으로 올렸습니다. 이 모든 대책은 12시간 안에 이뤄졌습니다. 결국, 일본은 빠른 대응 덕분에 살처분 대상을 102만 마리까지 낮출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방역 '적기'을 놓치면서 한정된 인력을 한 달 가까이 무리하게 투입했고, 결국 예정된 '인명사고'로 이어진겁니다.
"방역하던 공무원 과로사"
'언젠가 본 뉴스'가 또 다시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사진 출처 = YTN, 뉴시스]
YTN PLUS 최가영 모바일PD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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