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까지 갖고 갈 것"...비선의 실체, 무엇이 더 남았나?

"무덤까지 갖고 갈 것"...비선의 실체, 무엇이 더 남았나?

2016.10.31. 오후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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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 최순실 씨가 1위이고 정윤회 씨가 2위, 박근혜 대통령이 3위에 불과하다."

2014년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 파문 당시, 이 문건을 작성한 박관천 전 경정,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검찰 조사에서 한 말입니다.

2년이 지나 이 발언이 현실로 드러난 지금, 언론의 이목은 다시 박관천 전 경정에게 쏠려 있는데요.

그때 그는, 어떻게 최순실 씨가 서열 1위라는 판단을 했던 걸까요?

조선일보 기자가 지난 토요일, 박 전 경정을 만나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박 전 경정의 대답인데요.

"말할 수 없다. 나와 내 주변이 다칠 것 같았다. 이 부분에 대해선 무덤까지 갖고 갈 것이다."

'무덤까지' 가져갈 이 부분, 무엇이 더 남아 있다는 걸까요?

여기에 대해 박 전 경정은 "정말 죄송하다. 이건 말할 수 없다."고 끝내 입을 닫았습니다.

당시 이 보고서에 담긴 내용은 최순실 씨 남편, 정윤회 씨가 이른바 '청와대 핵심 3인방' 등과 정기적으로 만나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 등을 논의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박 전 경정은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 지시로 조사해 보고서를 올렸지만, 정작 보고서를 받은 김 전 비서실장은 가타부타 반응이 없었다고 합니다.

"현실 판단을 잘하신 것 같다." 말하자면, '권력 실세의 힘을 알고 나서 비굴해졌고 타협했다'는 뜻이라고 박 전 경정은 회고했습니다.

박관천 전 경정은 이후 청와대 근무에서 경질됐고, 자리를 옮길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장 사무실에 서류 상자 2개를 옮겨두고 열쇠로 서랍을 잠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음날 갑자기 발령이 취소됐고 서울 도봉서 정보과장으로 최종 발령이 나면서 이틀 만에 서류 상자를 도로 들고 나왔습니다.

이 이틀 사이,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직원이 이 문건을 몰래 복사해 기자에게 유출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었습니다.

하지만 박 전 경정은 누가, 어떤 의도로 문건을 유출해 넘겼는지 '지금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문건 유출 당사자로 지목된 최 모 경위는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당시 최 경위는 유서 14장을 남겼는데, 가족들에게 남긴 내용을 제외한 8장 분량에 '민정비서관실'이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문건 유출 혐의로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후배에게 남긴 부분입니다.

"힘들어 마라, 이해한다. 민정비서관실에서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 모 경위 유족 / 2014년 자살 당시 기자회견 : 내용 보시면 민정라인에서 회유한 내용이 있을 겁니다. 저희 동생이 억울하게 누명을 써가면서 세상을 떠났기에 여러분들한테 세상에 알리는 걸 호소하기 위해 이렇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유서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16년 동안 경찰 생활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했지만, 이번처럼 힘없는 조직임을 통감한 적이 없다."

"경찰 정보분실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이런 선택을 한다."

2년 전, 최 경위의 죽음 뒤에는 어떤 진실이 남아 있었을까요?

그 죽음이 박관천 전 경정이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이야기와도 연관되어 있을까요?

나연수 [ysna@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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