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전 가로막는 현실에.. 기업인의 눈물

재도전 가로막는 현실에.. 기업인의 눈물

2016.03.20. 오전 07:0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사업 후 다시 일어서려고 발버둥치는 기업들

하지만 재기를 가로막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고 합니다.

홍상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 실패한 경험은 벤처나 창업가들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훌륭한, 또 생생한 교과서라고 생각합니다. 마음 놓고 창업하고 재도전하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 더욱 개선해나가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기사]
실패를 밑거름으로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사회, 실패가 주홍글씨가 아닌 더 나은 성장을 위한 기회로 여겨지는 문화. 현실은 과연 어떨까요?

2004년, 디지털 도어록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를 경험한 송계원 사장.

새로운 제품들을 개발하며 재창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앞길이 막막합니다.

지난해 초부터 세 차례 재창업 자금을 신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처음엔 제품개발이 완료되질 않아서, 두 번째는 매출 실적이 없어서 지원이 안 된다는 답을 들었던 송 사장은 올해 1월, 이 조건들을 모두 갖춰 다시 도전에 나섰습니다.

이번엔 틀림없이 통과될 줄만 알았는데 돌아온 답은 또, 탈락.

이번엔 송 씨가 지원대상 요건에 맞지 않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올해부터 재창업 자금 신청대상이 '신용등급 5등급 이하 저신용자'로 세분화 되어, 얼마 전 4등급으로 신용등급이 오른 송 씨는 자격이 안 된다는 겁니다.

[송계원 : 4등급이면 신용이 좋은 겁니까? 그건 아니잖아요. 4등급도 일반 창업 지원 융자 대상은 안 된다고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이야기하거든요. 공무원들은 기준을 준수할 뿐이지, 그 대상 여부에서 빠진 우리 같은 사람들 입장은 생각하지 않죠.]

올해 재창업 지원 예산이 천억 원으로 대폭 확대됐지만, 지원 대상 사각지대에 놓인 송 씨에게는 먼 이야기일 뿐입니다.

세 번 도전했지만, 또다시 재창업의 꿈이 꺾여버리고만 그는 끝내 눈물을 보였습니다.

[송계원 : 사업에 실패하면 사회는 물론이고 가족으로부터 신용을 잃게 되는 거예요. 가정까지 유지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가는 거예요. 사업 실패자가 노숙자가 되는 이유는 가정이 있으면서 노숙자가 되는 이유는, 실패한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 겁니다.]

30년 동안 원단의 실만 연구해 '실 박사'라는 별명이 붙은 김철현 사장.

김 사장은 2008년, 거래처 부도로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해 폐업을 해야 했습니다.

[김철현 : 제가 비록 실패를 봤다고 누가 얘기하더라도 나는 그게 실패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왜?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3년 후, 그는 다행히 정부로부터 1억 원의 재창업 자금을 지원받아 양말 등을 만드는 새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 추가 지원금 5천만 원을 더 받아 신소재 개발로 특허등록도 하고 벤처 인증까지 획득해 지난해엔 중국에 2천만 원 수출실적까지 올렸습니다.

하지만 재기에 성공했다고 하기엔 요즘 회사 사정이 여의치 않습니다.

회사 밑천이 됐던 지원 자금이 이제는 허리띠 졸라매고 갚아야 할 빚이 됐기 때문입니다.

[김철현 : 대단히 좋은 정책이죠. 저한테는 너무나도 감사한 융자였고 신용이니까요. 그런데 문제가 뭐냐면 1억5천만 원인데 지금 현재 갚는 금액이 월 500만 원이 조금 넘죠. 그러니까 엄청난 부담이 저한테 오죠.]

[기자 : 그러면 그 돈 갚느라 제대로 사업도 못 하시는 거예요?]

[김철현 : 결제대금도 제대로 못 주죠.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못 가져가죠. 제 월급은 아마 가져간 적이... 몇 개월 됐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어렵게 버텨가는 거죠.]

김 사장은 얼마 전, 회사 운영을 위해 추가 자금 지원을 신청했다가 탈락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모범생처럼 융자를 갚고 사업도 열심히 했는데 재심사에서 떨어진 겁니다.

[김철현 : 기업인들이 돈 들어갈 데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그런 것들을 보고 제대로 평가해주고 오히려 지원해주는 정책이 되어야지, 안 떼먹히려는 정책으로 가면 그게 진짜 재창업을 지원해주는 제도라고 보기엔 어렵다고 봐요.]

죽음의 계곡.

창업 후 3년에서 7년 차. 제품을 만들고 수익을 내기 전 회사가 적자에 빠지면서 도산 위기에 몰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창업 이후 3년 차에 접어든 기업의 생존율은 38%, 5년 차에 접어들면 창업 기업 10곳 가운데 7곳이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하고 실패합니다.

한 번 실패했다가 재창업한 중소기업의 경우 사업 초기 생존율은 압도적으로 높지만, 역시 4년 차에 접어들면서 다시 위기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창업 이후에도 꾸준한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영달 /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지원자금) 집행기간이라든가 조건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이분들이 현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에 맞춰서 할 수 있게끔 그런 내용을 조정해줘야 하는데 총리실 직속이라든지 대통령 직속이라든지 그렇게 해서 재도전이나 재창업이 가능하게끔 하는 통합기구 출범이 필요합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