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 집단감염..."아픈 원장 대신 부인이 채혈 지시"

C형간염 집단감염..."아픈 원장 대신 부인이 채혈 지시"

2015.11.27. 오후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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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네 병원에서 초유의 집단 C형간염 감염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20일 서울 양천구의 다나 의원을 다녀간 환자 18명이 C형간염 확진 판정을 받은 겁니다.

감염자는 모두 피로 해소와 다이어트 목적으로 수액 주사를 투여받은 환자들.

C형간염은 체액을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감염병으로 일반적으로 수혈이나 투석 과정에서 감염됩니다.

방역 당국은 다나의원이 수액 주사를 놓는 과정에서 주사기를 재사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 의원의 주사 처방률은 98.12%.

사실상 약 처방을 받은 환자는 어김없이 주사까지 맞고 돌아갔다는 건데 다른 병·의원의 5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이렇게 빈번하게 주사를 놓으면서 개당 100원밖에 안 하는 1회용 주사기를 반복해서 사용했다는 겁니다.

병원이 폐쇄된 후 애초 18명이었던 C형간염 양성환자는 일주일 만에 67명으로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는 의원 원장과 부인, 전·현직 간호조무사 2명도 포함돼 있습니다.

상식을 벗어난 병원 운영 방식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 의원 원장은 지난 2012년 교통사고로 뇌내출혈을 일으킨 뒤 손을 떨거나 걷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후유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뇌 손상으로 뇌병변장애 3급, 언어장애 2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불편한 몸으로 제대로 진료를 할 수 있었을지 의아한데요.

아니나다를까, 원장을 대신해 의료인이 아닌 원장의 부인이 간호사들에게 채혈을 지시하는 등 일부 의료 행위를 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C형 간염은 어떤 질환일까요?

피로감 구역·구토 증상이 동반됩니다.

소변의 색깔이 진해지거나 피부나 눈 주위가 노랗게 변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초기에는 잘 나타나지 않아 발견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또 일단 감염되면 70%는 만성이 돼 간 경화나 간암 등 중증 질환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안상훈, 연세대 의대 소화기내과 교수]
"간 경화가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본인이 알 수가 없습니다. 간 수치가 높으면 검사를 하는데 높지 않더라도 바이러스를 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C형 간염에 대한 항체 검사는 한 번씩 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서울 양천구보건소는 다나의원을 업무정지 처분하고 원장과 부인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하지만 C형간염 양성환자 수는 계속 늘고있는 데다 병원 개원 이래 다녀간 환자 2천 2백여 명 가운데 천 백여 명은 소재 파악이 안 돼 전수조사가 여의치 않은 실정입니다.

게다가 C형간염 바이러스의 잠복 기간이 최장 150일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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