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속 추석 맞이하는 20대들에게 명절이란?

청년실업 속 추석 맞이하는 20대들에게 명절이란?

2015.09.25. 오후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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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속 추석 맞이하는 20대들에게 명절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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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홍대]청년실업 속 추석 맞이하는 20대들에게 명절이란?-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임희수 연구원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 방 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5/09/25 (금)
■ 진 행 : 최영일 시사평론가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이런 말이 있죠. 명절만큼 들뜨고 기분 좋은 날도 없을 텐데요. 하지만, 청년실업 속에 명절연휴를 맞이하는 20대들은 명절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임희수 연구원과 라디오 홍대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임희수 연구원(이하 임희수): 예. 안녕하세요.

◇최영일: 입장에 따라 다 다르긴 하겠지만요. 20대들은 명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임희수: 20대에게 명절은 빨간 날, 회사나 학교 안가고 쉬는 날 정도의 의미가 큽니다. 여기서 조금 더 전통적인 가족관을 가졌다면 친척 보는 날 정도로 생각합니다. 데이트 하는 날, 영화관 가는 날이라며 일반 주말 정도로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물론 그냥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 친구들도 있고요.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20대에게 명절은 부담스러운 날이라는 의견이 일반적입니다. 평소에 자주 교류하지 않던 친척들과의 어색한 자리, 끊임없이 쏟아지는 불편한 질문들, 전통적인 절차나 관습의 어렵고 낯섦 등이 20대에게 명절을 반갑지만은 않은 자리로 만들고 있습니다.

◇최영일: 고향에 내려가는 경우도 많지만요. 내려가지 못하는 20대들도 많겠죠?

◆임희수: 네 그렇습니다. 못가는 경우도 있고 안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취업준비, 고시준비로 하루가 아쉬운 취준생의 경우 명절이라고 쉴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사실 고향에 내려갈 수도 있지만 내려가는 것이 마음이 불편한 경우가 더 많지요. 고향에 내려가 봤자 취업은 언제 할 거냐는 질문을 피할 수가 없을 텐데, 차라리 서울에 혼자 남아있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는 경우도 많습니다. 서울에 남은 20대들은 추석선물 배달이나 백화점 등에서 추석 단기로 할 수 있는 반짝 알바를 통해 용돈을 벌기도 하고요. 긴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가거나 취미생활을 하며 보내기도 합니다.

◇최영일: 고향에 내려가면 20대들은 명절 연휴를 어떻게 보내나요?

◆임희수: 보통은 잘 차려진 명절음식을 배불리 먹고 잠을 자거나 tv를 보는 등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마가 차례상 차리고 치우는 걸 돕기도 하고요. 가족들과 고스톱을 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차례가 끝난 후에는 아르바이트를 가거나 저녁때는 친구들과 만나고 영화관으로 데이트하러 가는 등 보통 주말과 비슷한 일상을 보냅니다. 특히 모바일과 떼놓을 수 없는 20대의 경우 인터넷이 터지지 않는 시골이 내려가면 답답함을 느낍니다. 그럴 때는 책을 보거나 tv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하고요.
그러나 최근에는 절차가 많이 간소화 되어서 차례를 안지내거나 친척과의 교류 없이 가족끼리만 보내는 집도 많아졌습니다. 명절이라고 전통적 관습을 따르기보다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서 가족 중심의 휴일을 즐기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달라진 것인데요. 올 추석의 경우 긴 연휴로 인해 해외출국자가 역대 최대라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해외나 국내 여행지로 명절을 이용해 여행을 가거나 도심 속에서 휴가처럼 즐기는 가족 중심의 명절 보내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고향을 내려갔다 서울로 바로 올라오지 않고 중간에 다른 국내 여행지를 들른다고 해서 ‘D턴족’, 또 명절을 맞아 여러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도심 호텔에서 바캉스를 즐긴다고 하여 ‘호캉스족’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습니다.

◇최영일: 친지와 가족들은 관심을 갖고 걱정을 해서 여러 이야기를 하시지만요. 듣는 당사자는 괴로울 때가 있죠. 20대들은 어떤 소리를 듣기 싫어하나요?

◆임희수: 명절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같은 질문들이 친척이나 가족분 들에게서 나오니까 이게 스트레스가 되는 것 같습니다. 흔히 생애주기로 나누었을 때 20대 초중반은 취업, 후반은 결혼에 대한 스트레스가 큽니다. 그런데 명절에 오랜만에 만난 어른들께서 흔히 가장 스트레스인 부분을 콕 집어서 말씀하시곤 하죠.
첫 번째로 20대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취업 관련 질문입니다. 아직 취업을 못한 20대에게는 “취업은 했느냐”, “언제 취업할거니” 여기서 어른들 주변의 엄친아, 엄친딸을 소환해서 비교까지 하시면 최악이지요. “이웃집 00은 이번에 대기업에 들어갔다더라.” 이렇게 말을 꺼내시면 그다음 분위기는 냉랭해 지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결혼에 대한 질문이죠. 취업의 문을 겨우 통과한 20대에게는 취업 성공에 대한 축하나 격려보다는 “결혼은 언제 할 거니”, “돈은 좀 모아놨느냐”, “왜 아직도 남친/ 여친이 없는 거냐.” 등의 질문을 안부인사처럼 합니다. 사실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 뾰족한 답변을 할 수가 없거든요. 왜냐면 20대도 그 답을 모르기 때문이죠.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하셨으니 20대 입장에서는 답을 못하고 대화가 단절되거나 분위기가 안 좋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 번째는 신상과 외모에 관한 질문입니다. “너 어느 대학 다니더라?”, “네가 올해 몇 살이더라”와 같이 만날 때마다 말씀드려도 다음 해에 똑같이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죠. 거기에 외모에 대한 평가도 불편해합니다. “너는 살이 더 찐 것 같구나” “얼굴 좋아졌다”는 칭찬인지 아닌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그러니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 어른들, 가족 분들께서는 반가워서 관심의 표현을 해주시는 것은 좋지만, 칭찬과 격려로 먼저 말을 건네주시는 것이 어떨까요? 예를 들면 취업준비생 20대에게는 “00야 요즘 많이 힘들지? 너무 초조해 말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과정이라고 천천히 생각하렴.”이라든지, 취업에 성공한 20대에게는 결혼을 채근하지 말고 “00야 취업 축하한다. 고생 많았다. 앞으로 더 힘들겠구나.” 등과 같은 말로 대화를 시작해주시면 명절 분위기가 훨씬 좋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영일: 어렸을 때는 명절날이 즐거운 축제 같았는데요. 어른들에게 용돈 받는 날이기도 했죠.
요즘 20대들은 어떻습니까? 되려,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나요?


◆임희수: 아직 취업 전인 대학생의 경우는 용돈을 받는 편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 분들이 용돈을 챙겨주시면 마다할 이유는 없지요. 또 취업을 했다고 해도 어른들께서 기분으로 주시는 용돈은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알바나 인턴 등으로 돈을 버는 20대들은 오히려 할머니나 어른들께 선물 대신 용돈을 드리기도 합니다.

◇최영일: 명절증후군을 겪는 대상은 대부분 주부였지만, 최근에는 남편, 미취업자, 미혼자, 시어머니 등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20대들도 명절 증후군을 겪나요?

◆임희수: 20대를 대상으로 명절이 좋은지 싫은지 직접적으로 물어봤는데요. 놀랍게도 싫다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왜 싫은지를 물어보니 명절 자체는 쉬는 날이라서 좋지만, 사람들이 싫다고 하더라고요. 20대가 겪는 명절증후군은 명절에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오는 것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평소에 교류가 없던 친척, 가족과의 만남, 그리고 어른들이 물어오는 전혀 공감 안 되는 질문들이 어색하고 불편한 것이지요. 안 그래도 요즘 20대는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어려워하고, 공동체보다는 개인주의에 가까운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20대에게 가장 피하고 싶은 질문이 훅 들어오거나, 익숙하지 않은 전통적 가치관을 강조하시면 대화가 어려워집니다. 명절에 만난 20대 조카, 친척, 그리고 20대들은 어른들과 함께 즐거운 대화를 하시려면 공감이 가장 중요한 열쇠인 것 같습니다. 질문을 위한 질문보다는 진심어린 격려와 관심,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대화의 소재라면 명절증후군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영일: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임희수 연구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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