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통] 경찰이 본 할머니의 '수상한 행동'...풀리지 않는 의혹들

[뉴스통] 경찰이 본 할머니의 '수상한 행동'...풀리지 않는 의혹들

2015.07.21. 오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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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상주의 ‘살충제 음료수'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인 할머니가 구속됐습니다.

그런데 어제 영장실질심사에서 경찰이 매우 구체적이고 다양한 정황 증거를 제출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정확한 범행 동기를 찾아 나선 경찰은 피의자 할머니가 사건 전날 마을회관에서 피해 할머니들과 화투를 하다 이 중 한 명과 다퉜단 증언에 주목했습니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
"소집단 사이에서 상당 기간 잠재되어 있던 갈등이 사실은 축적되었다가 촉발 요인으로 폭발되었다고 그렇게 평가할 수 있는데요. 화투가 하나의 촉발 요인이 되었다라고 지금 알려져 있는 것 같아요. 이른바 화투를 통해서 인간적인 모멸감도 주고. 그런데 그것이 단순히 그 화투가 살인의 요인이라기보다는 상당 기간 내적인 갈등이 축적이 돼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이것이 마치 화학작용처럼 촉매로 돼서. 그래서 이것을 표현적 동기라고 합니다, 감정적인 손상. 그래서 그와 관련돼 있는 모두가 나의 적. 아와 피아로 간주를 해서 그것에 대한 일정한 공격행위와 위해행위를 해야 되겠다 라고 하는 표현적 동기가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할머니와 다툰 다음 날, 그러니까 사건 당일입니다. 피의자 할머니는 평소 다니던 길이 아닌 마을회관 우회도로를 이용했는데요.

이 길을 따라 마을 회관에 도착하려면 전날 자신과 다퉜던 피해 할머니의 집을 지나게 됩니다.

경찰은 피의자 할머니가 범행을 실행에 옮기기 전 자신과 다퉜던 할머니의 집안을 살펴봤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
"과연 내가 예상하지 못 했던 그와 같은 또 다른 상황이 있는 것인지 또는 다른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 것인지. 나의 불안감 자체를 실질적으로 해소를 하려고 하는 그와 같은 심리인 거죠. 범죄자가 범죄 현장에 다시 나타나는 이유도 지금 내가 일정한 행위 자체가 진화, 발전이 되고 전개되고 있느냐. 내가 혹시 예상치 못한 다른 요소가 있는 것이 아니냐 등을 직접 확인 함으로써 본인이 현재 느끼는 여러 가지 불안감을 해소하려고 하는 차원으로 피해자 할머니의 생활 영역을 재확인하는 것이 아닌가 추정됩니다."

농약을 마신 신 모 할머니는,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밖으로 나왔습니다.

신 모 할머니는 피의자 할머니가 타고 온 스쿠터 옆에 쓰러졌는데요.

피의자 할머니는 구급차가 마을회관으로 들어온 순간, 구급차를 힐끗힐끗 바라보기만 하고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쓰러진 친구를 피의자 할머니는 외면한 걸까요?또 신 모 할머니를 태우는 구급대원의 눈을 의도적으로 피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본능적인 회피 본능이라고 지적하는데요.

[이웅혁, 경찰대 교수]
"저것이 일반 잠재적 범죄인들이 불안하거나 무엇인가 원칙적인 것과 마주쳤을 때 회피 본능 중에 하나이고 회피 모습인데요. 예를 들면 성범죄자의 의혹이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신고를 해서 접근을 했을 때 마치 나는 아무 일이 없던 것처럼 다른 데를 응시하고는 합니다. 그와 같이 상당히 유사한 모습이 아니겠는가. 사실은 구급차라고 하는 도움을 주려고 하는 대상이 등장을 했으면 사실은 반가워하거나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하거나 누가 어떻다 라던가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보통인데 상당히 그것에 대해서 오히려 부담을 느끼는 것이죠. 마치 일정한 제복을 입고 등장을 했기 때문에 나의 여러 가지 혹시 비행이 직간접적으로 알려질 우려가 있지 않을까 해서 본능적인 회피행동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추정을 합니다."

피의자 할머니의 옷과 스쿠터에서 나온 살충제 성분에 대해 피의자 할머니는 토사물을 닦아주다 묻은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숨진 할머니의 위액과 토사물 등 타액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전혀 나오지 않아 의문점은 더해가고 있는데요.

[이웅혁, 경찰대 교수]
"옷에서는 살충제가 검출이 되었고 그런데 토사물에서는 검출이 안 되었다. 이 점이 상당히 어제 범죄혐의가 소명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 이렇게 평가를 하는 것이죠. 왜냐하면 할머니의 가장 결정적인 증언이 나는 묻은 것 자체가 이것을 닦아주려고 해서 묻었다라고 했는데 막상 토사물에는 전혀 농약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검증이 되었단 말이죠. 그러면 이 할머니가 진실이 아닌 거짓을 얘기하고 있구나라고 하는 강한 하나의 반증이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경찰이 다양한 증거를 제시했고, 피의자 할머니가 구속이 됐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많습니다.

피의자 할머니는 상주 이 마을로 이사를 오면서 피해 할머니들과 70년을 동고동락한 사이라고 하는데요.

과연 동전 내기 화투로 싸운 사람에 대한 앙갚음을 위해 70년 지기 친구들을 희생양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피의자 할머니는 특이한 정신 병력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또 결정적 증거품들을 왜 눈에 잘 띄는 집 주변에 그대로 방치해 놓았을까 하는 점도 의문입니다. 보통 피의자의 범행에 사용한 물건을 은폐하거나 폐기 시키기 마련인데 말이죠.

쌀 농사를 그만 둔 지 20년이 넘었다는 피의자 할머니가 3년 전 부터 시판이 금지된 농약을 어떻게 구할 수 있게 됐는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
"사실은 독극물 관련된 여러 가지 사건사고에서 가장 기초적인 것이 그 독극물이 어떻게 유통이 됐고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이 경로를 밝히는 것이 가장 기초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2012년도에 단종이 되었고 또 어떤 면에서 본다면 지방에서 비공식적으로 많이 사용이 되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공식적인 루트로 구입을 했는지 밝히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경찰 수사가 앞으로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그와 같은 부분인데요."

비단 이번 '살충제 음료수' 사건 말고도 국내에서는 농약과 관련한 범죄나 음독사고가 자주 발생해왔는데요.

대체로 농촌에서 발생하는 독극물 사고, CCTV가 없는 곳에서 발생하고, 치밀한 계획에 의해 실행되기 때문에 실수로 인한 사고인지,고의에 의한 범죄인지 밝혀지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독극물 미제 사건은 우선 2004년 9월 대구시 중구 달성공원에서 발생한 농약 음료 사건인데요. 당시 노숙자인 60대 남성이 농약이 든 음료 3병을 발견해 모두 마시고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끝내 범인은 잡히지 않았습니다.

2007년 5월 경북 영천의 한 재래시장에서는 장사를 하던 할머니 2명이 가판대에 놓여있던 '농약 음료수'를 마시고 사망했지만 범인 검거에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지난 2013년 충북 보은의 한 식당에서는 고독성 살충제가 든 콩나물밥을 먹은 6명 중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이 역시 범인을 잡지 못했습니다.

할머니 2명이 사망하고 3명을 중태에 빠뜨린 경북 상주 살충제 음료수 사건. 결정적 증거는 없고 정황상 증거만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혹여 피의자 할머니가 악의적으로 누명을 쓰는 사건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하겠죠.

하루빨리 경찰이 불명확한 부분들에 대한 진실을 밝혀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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