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 누구? 반응은?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 누구? 반응은?

2015.04.10. 오후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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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산속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바지 주머니에서 손바닥 반 만한 크기의 메모지가 발견됐습니다.

이 메모지에 쓰여있는 55글자의 내용이 드러나면서 정치권에 폭풍이 몰아닥친 모양새입니다.

이 메모지에는 우선 성완종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언론사 기자와 통화하며 언급했던 현 정권의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이 등장합니다.

성완종 전 회장은 어제 경향신문 기자와 50분간 통화하며 옛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전후한 시점인 2006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10만 달러(1억여 원)를, 2007년 허태열 전 실장에게 7억 원을 줬다고 했습니다.

[인터뷰: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경향신문 보도)]
"김기춘 실장이 대한민국에서 제일 깨끗한 사람으로 돼 있잖아요. 그 양반도 2006년 9월 달에..."
(몇 년이요?)
"2006년 9월 벨기에하고 독일하고 가셨잖아요. VIP 모시고 그때도 갈 때 이 양반 그때 야인으로 놀고 계셨죠. 그 양반이 모시고 가게 돼서 그 양반한테 10만 불 내가 달러로 바꿔서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내가 전달해 드렸고, 뭐 수행비서도 따라왔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이게 서로 신뢰관계에서 오는 일이잖아요. 서로서로 돕자 하는 의미에서."

전화에서는 2006년 9월이라고만 언급했는데요.

메모지에서는 '2006년 9월 26일'이라는 더 구체적인 날짜와 '독일'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김기춘 전 실장은 "맹세코 돈을 받은 일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인터뷰: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너무나 황당하고, 황당무계하고 매우 악의적인 허위사실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참 분노를 금할 수가 없어요. 9월 26일 날 나한테 돈을 건넸다는데 나는 9월 23일에 출국했어요. 9월 26일에 서울에 없었습니다. 롯데 헬스 제가 회원이긴 한데, 운동복 입고, 운동하고 옷 갈아입는 데도 사람이 많아요. 거기서 무슨 거금을 주고 할 이유도 없고, 분위기가 아닙니다. 헬스에 운동하러 가면서 수행을 데리고 오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또 제가 그때 야인으로 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야당 국회의원이었어요. 그분이 큰돈을 주고 교제를 해야 할 그런 대상도 아니었어요."
(성완종 전 회장이 정치하시는 데 도움이 되시라면서 돈을 건넨 일 없습니까?)
"한 푼도 받은 일 없습니다."

성완종 전 회장은 김기춘 전 실장의 선임인 허태열 전 실장에게도 7억 원을 건넸다고 말했는데요.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지에도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인터뷰: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경향신문 보도)]
"허태열 실장, 국회의원 당시에 제가 만났잖아요. 물론 공소시효 같은 건 지났지만, 2007년 대선 캠프 때 제가 많이 도왔어요. 잘 아시다시피 기업 하는 사람들이, 권력 핵심에 있는 사람들이 얘기하면 무시할 수 없는 거잖습니까. 그래서 많이 도왔는데…그때 내가 한 현금 7억 주고 (그냥 현금으로 주셨어요?) 네. 현금으로. 우리가 리베라호텔에서 만나서 몇 차례 걸쳐서 7억을 주고. 사실 그놈 가지고 경선을 치른 겁니다. (먼저 연락하셨어요? 아니면 허태열 실장이 이렇게 저렇게 다 연락 올 때 그때 그냥 응하시는 방식으로 하셨어요?) 아이 어떤 사람이 그렇게 지저분하게, 그렇게 적은 돈이 아닌데 (먼저 자청해서) 갖다 주면서 할 놈 누가 있습니까."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박근혜 정부 초대 비서실장입니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역할을 했고, 이후 '정치적 칩거기'에도 당 지도부에 들어가 박 대통령을 대변했던 친박계 원로급입니다.

[인터뷰:허태열, 전 비서실장 (2013년 2월)]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 만드는 국정철학을 성공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모든 능력을 다 바쳐서 보좌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시장과 도지사, 국회의원을 두루 거쳤던 허 전 실장은 비서실장에 임명된 지 불과 5개월 만에 경질됩니다.

허태열 전 실장은 오늘 보도자료를 내고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클린경선 원칙 아래 돈에 대해서는 결백할 정도로 엄격했기 때문에 금품거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성완종 리스트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참여 의원들을 비롯한 캠프 요원들은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면서 어렵게 캠프를 운영했다"는 겁니다.

성완종 전 회장의 주머니에서 나온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는 '유정복 3억'이라는 메모도 있었습니다.

성완종 전 회장은 그제 기자회견에서 "2007년 옛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 당선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고 밝혔었죠.

유정복 인천시장은 2007년 대선 당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비서실장으로 활동했습니다.

친박계 대표적 실세라고 할 수 있는데요.

유정복 시장은 "성 전 회장과는 (2012년) 19대 국회 개원 후 알게 된 사이로 2007년 당시에는 전혀 알고 지내지 못했다"며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원 한 푼 받은 적이 없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 이름 옆에는 1억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검사 출신으로, 4선 의원과 한나라당 대표를 지냈던 홍준표 지사는 최근 경남 지역 무상급식 중단으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홍 지사는 "성 회장을 잘 알지도 못하고, 돈을 받을 정도로 친밀감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자신의 이름이 왜 거기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중진 정치인을 빙자하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지낸 3선 의원 홍문종 의원의 이름엔 2억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인 홍문종 의원은 지난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에 이주영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뛰기도 했습니다.

홍문종 의원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며 음모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19대 국회 이전에는 성 전 회장을 만난 적도 없고 개인적으로 둘이 만난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액수 없이 이름만 적혀 있었습니다.

이병기 실장은 김기춘 전 실장의 후임으로, 지난해 6월 국정원장에 내정한 뒤 8개월여 만에 비서실장으로 전격 발탁됐습니다.

2004년부터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으며 정치적 조언을 했고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박근혜 캠프 선거대책부위원장을 맡아 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병기 실장은 성완종 전 회장이 자신에게 검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도움을 거절했기 때문에 인간적으로 섭섭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완구 국무총리 또한 이름만 적혀 있었는데요.

이완구 총리는 성완종 전 회장과 같은 충청권 출신으로 오래전부터 가깝게 지내왔고, 16대 국회 당시 자민련 소속으로 일할 때 같은 당적으로 친분을 쌓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서 성 전 회장의 자살을 이 총리가 선포한 '부정부패와의 전쟁'과 연계시키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다 '성완종 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자 당황하는 모습입니다.

[인터뷰:이완구, 국무총리 (지난 3월 12일)]
"저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습니다. 정부는 모든 역량과 권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구조적 부패의 사슬을 과감하게 끊어내겠습니다."

이완구 국무총리의 측근인 최민호 총리 비서실장은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은 19대 국회에서 1년 동안 같이 국회의원을 한 것 외에는 별다른 인연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은 하나같이 '금품을 받은 적이 없다', '성완종 전 회장과는 인연이 없다'고 펄쩍 뛰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의 말을 재반박할 성완종 전 회장은 지금 말이 없습니다.

이제 진실을 밝히는 몫은 검찰로 넘어갔습니다.

리스트에 등장한 인물이 현 정권 핵심실세를 포함해 모두 유력 정치인인 만큼 검찰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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