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속으로] "웃음, 그 찰나의 순간을 위하여"...소극장 개그맨

[사람속으로] "웃음, 그 찰나의 순간을 위하여"...소극장 개그맨

2015.04.10. 오전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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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개그맨 하면 흔히 TV에 나오는 유명 연예인들을 떠올리실 텐데요.

대중에게 웃음을 주겠다는 꿈 하나로 소극장 무대를 누비는 개그맨 지망생의 삶은 어떨까요?

사람을 통해 세상을 보는 YTN 연속 기획 '사람 속으로', 오늘은 김대근 기자가 꿈을 이루기 위해 애쓰고 있는 소극장의 개그맨 지망생을 만났습니다.

[기자]
[인터뷰:김영재, 개그맨 지망생]
"안녕하세요. 저는 24살 김영재입니다. 개그맨이라는 꿈을 안고 1년 전 하동에서 서울로 올라왔고요. 지금은 소극장 무대에서 기본기를 닦으면서 언젠가 TV 무대에 설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막이 오르고, 관객들의 환호 속에 영재 씨는 쉴새 없이 다른 사람으로 변신합니다.

소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은 여느 프로 개그맨 못지 않습니다.

[인터뷰:김영재, 개그맨 지망생]
"관객들 앞에서 제가 무대 위에 서 있다는 것 자체가 좋더라고요. 저의 작은 몸짓 하나에도 관객들이 웃어주는 게 고마워서 '이런 기분이구나' 느끼고 제가 여기에서 더 에너지를 쏟아야지 관객들에게 받는 반응이 더 많으니까."

웃음이 터지는 건 단 몇 초의 순간.

그 찰나를 위한 고민은 끝이 없습니다.

[인터뷰:홍상일, 동료 개그맨 지망생]
"'나를 깨운 자가 누구냐. 으악.' 이것만 '으악' 하고, 말은 또박또박하게 하는 게 전달력이 더 좋을 것 같고, '나를 깨운 자가 누구냐' 이렇게 하면…."

[인터뷰:김영재, 개그맨 지망생]
"저는 1, 2분 안에 그 사람들에게 모든 걸 보여줘야 되기 때문에 1, 2분 안에 나를 평가하는 자리에서 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늦은 밤, 이제 배우의 옷을 벗고 24살 청년으로 돌아올 시간입니다.

공연을 하고 하루에 받는 돈은 밥값 5천 원.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버는 40만 원이 한 달 수입의 전부입니다.

20대 중반, 언젠가 홀어머니도 책임져야 하는 장남이지만 방송사의 공채 개그맨이 되는 길은 하늘의 별이 되는 것만큼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인터뷰:김영재, 개그맨 지망생]
"이렇게 해서 몇 년이나 더 할까 하는 막막함도 있고, 이 생활을 얼마나 더 해야 끝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런 현실에 당연히 지쳐있을 거라는 생각에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인터뷰:김영재, 개그맨 지망생]
(현실과 차이가 나는 부분 때문에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때요?)
"그런데 저는 이걸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는데, 정말 필요한 대사면 해드릴게요."
(아니, 아니. 그냥 솔직하게.)
"저는 그런 생각은 한 번도 안 들어요. 오히려 더 나왔을 때 하루를 깔끔하게 끝냈다는 뿌듯함이 들 뿐이지 쓸쓸하다거나 이런 건 한 번도 든 적이 없어요."

언젠가 TV 무대에서 속 시원한 시사 개그를 선보이고 싶다는 영재 씨.

'답답하고 억울한 일이 많은 세상,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막힌 가슴을 뚫어주고 싶다.'

놓치고 싶지 않은 이 꿈 하나가 영재 씨에게는 고된 오늘을 사는 이유입니다.

[인터뷰:김영재, 개그맨 지망생]
"'어, 누구다' 해서 명동 거리의 김수현처럼은 아니지만 나 하나쯤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계속 똑같은 거리를 걷더라도 그런 마음을 갖는 것 같아요. 돈 100만 원 주는 것보다 좋을 것 같은데요."

[인터뷰:김영재, 개그맨 지망생]
"반갑습니다. 2016년 개그계의 혜성 같은 신인, 김영재입니다. 반갑습니다."

YTN 김대근[kimdaegeu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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