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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자전거도로에서 사고가 났습니다.
당연히 119에 전화하겠죠.
그런데 자전거도로 이정표를 보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119는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나연수 기자가 직접 현장에 가서 알아봤습니다.
[기자]
휴일을 맞아 양평 자전거도로를 달리던 40대 부부.
갑자기 아내가 바닥에 세게 넘어지면서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곧장 119로 전화한 남편, 초행길이었지만 다행히 자전거도로 이정표가 눈에 띄었습니다.
[인터뷰:119 신고 당시]
"현 위치가 양평 넘버49."
(음식점 이름입니까?)
"아닙니다. 여기 이정표."
(주변에 혹시 간판이나 전신주 있으면….)
"간판 번호가 넘버 49번인데, 000한정식이라고 보여요."
(다른 간판 같은 건 안 보이나요, 선생님?)
"그러니까 여기가 자전거도로라서요."
전화가 연결된 곳은 경기 남부지역 통합 신고를 받는 수원소방서.
전화는 다시 양평소방서로 건너갑니다.
[인터뷰:119 신고 당시]
"양평텃골이라고 돼 있습니다."
(석골이요, 석골?)
"텃골이요. 텃골. 텃밭할 때 텃골이요."
(혹시 북한강 철교 인근인가요?)
"여기요? 자전거도로인데…."
신고자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온 식당 이름을 기억해내고서야 소방서는 간신히 위치를 알아냅니다.
결국 사고 지점을 알리는 데만 6분이 흘렀습니다.
[인터뷰:신고 당사자]
"저걸 못 알아 듣는 순간,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죠. 초행길이고 주변에 아는 데도 없고, 주변에 식당을 말하라는데 여기가 어디 식당이 있습니까."
보시다시피 자전거도로 주변에는 눈에 띄는 지형지물이나 건물이 없습니다.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는 건 바로 이 자전거이정표 뿐인데, 이정표조차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겁니다.
국토교통부가 4대강 자전거길을 따라 5백여 미터간격으로 세운 자전거 이정표.
하지만 소방본부 위치 시스템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인터뷰:경기소방본부 관계자]
"저희가 관리하지 않는 다른 기관에서 저희한테 얘기를 안 하고 설치했으면 저희가 모를 수도 있죠."
긴급 신고 안내 문구까지 붙여놓고 정작 협조를 구해야 할 소방본부에는 이정표의 존재조차 알리지 않은 이유가 뭘까.
지나온 거리를 알려주는 용도일 뿐,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위치 좌표 역할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입니다.
[인터뷰:국토교통부 관계자]
"소방서라든지 주변에 종합병원에서 넘버링을 알아야 되는 부분이고요."
(알리시면 되지 않을까요?)
"그런 개념 아닙니다. 할 필요도 없고요. 왜 그렇게 예산 낭비를 합니까?"
한마디로 정부 기관끼리 손발이 안 맞은 것입니다.
지난 3년간 자전거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840여 명, 부상자는 3만 9천여 명.
자전거 시설 확보에만 열중할 게 아니라 사용자의 안전까지 염두에 둔 발상의 전환이 아쉽습니다.
YTN 나연수[ysna@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자전거도로에서 사고가 났습니다.
당연히 119에 전화하겠죠.
그런데 자전거도로 이정표를 보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119는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나연수 기자가 직접 현장에 가서 알아봤습니다.
[기자]
휴일을 맞아 양평 자전거도로를 달리던 40대 부부.
갑자기 아내가 바닥에 세게 넘어지면서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곧장 119로 전화한 남편, 초행길이었지만 다행히 자전거도로 이정표가 눈에 띄었습니다.
[인터뷰:119 신고 당시]
"현 위치가 양평 넘버49."
(음식점 이름입니까?)
"아닙니다. 여기 이정표."
(주변에 혹시 간판이나 전신주 있으면….)
"간판 번호가 넘버 49번인데, 000한정식이라고 보여요."
(다른 간판 같은 건 안 보이나요, 선생님?)
"그러니까 여기가 자전거도로라서요."
전화가 연결된 곳은 경기 남부지역 통합 신고를 받는 수원소방서.
전화는 다시 양평소방서로 건너갑니다.
[인터뷰:119 신고 당시]
"양평텃골이라고 돼 있습니다."
(석골이요, 석골?)
"텃골이요. 텃골. 텃밭할 때 텃골이요."
(혹시 북한강 철교 인근인가요?)
"여기요? 자전거도로인데…."
신고자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온 식당 이름을 기억해내고서야 소방서는 간신히 위치를 알아냅니다.
결국 사고 지점을 알리는 데만 6분이 흘렀습니다.
[인터뷰:신고 당사자]
"저걸 못 알아 듣는 순간,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죠. 초행길이고 주변에 아는 데도 없고, 주변에 식당을 말하라는데 여기가 어디 식당이 있습니까."
보시다시피 자전거도로 주변에는 눈에 띄는 지형지물이나 건물이 없습니다.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는 건 바로 이 자전거이정표 뿐인데, 이정표조차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겁니다.
국토교통부가 4대강 자전거길을 따라 5백여 미터간격으로 세운 자전거 이정표.
하지만 소방본부 위치 시스템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인터뷰:경기소방본부 관계자]
"저희가 관리하지 않는 다른 기관에서 저희한테 얘기를 안 하고 설치했으면 저희가 모를 수도 있죠."
긴급 신고 안내 문구까지 붙여놓고 정작 협조를 구해야 할 소방본부에는 이정표의 존재조차 알리지 않은 이유가 뭘까.
지나온 거리를 알려주는 용도일 뿐,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위치 좌표 역할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입니다.
[인터뷰:국토교통부 관계자]
"소방서라든지 주변에 종합병원에서 넘버링을 알아야 되는 부분이고요."
(알리시면 되지 않을까요?)
"그런 개념 아닙니다. 할 필요도 없고요. 왜 그렇게 예산 낭비를 합니까?"
한마디로 정부 기관끼리 손발이 안 맞은 것입니다.
지난 3년간 자전거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840여 명, 부상자는 3만 9천여 명.
자전거 시설 확보에만 열중할 게 아니라 사용자의 안전까지 염두에 둔 발상의 전환이 아쉽습니다.
YTN 나연수[ysna@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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