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신축 반대'...대학가에 무슨 일이?

'기숙사 신축 반대'...대학가에 무슨 일이?

2014.10.20. 오전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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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거난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위해, 각 대학들은 기숙사를 짓고 있습니다.

얼핏 들으면 좋은 일인 것만 같은데, 반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임성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거대한 산 한복판이 붉게 파헤쳐져 있습니다.

곳곳에는 굴착기가 서 있고 커다란 방음벽도 둘러져 있습니다.

이화여대가 학생 2천여 명이 살 수 있는 기숙사를 짓는 겁니다.

[인터뷰:유성진, 이화여대 기획처 홍보부처장]
"주변에 여러 기숙할 수 있는 공간이 열악하고 비용도 비싸고, 비용 절감과 안전성 측면에서 다 환영하고 있습니다."

홍익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풀이 우거진 이 땅에는 몇 년 뒤면 번듯한 기숙사가 만들어집니다.

학생들은 대환영입니다.

집 구하러 힘겹게 발품 팔지 않아도 되고, 집세도 대부분 한 달에 20만 원꼴로 쌉니다.

[인터뷰:문소영, 연세대 행정학과 2학년]
"자취도 너무 비싸고, 지방 학생들이 많은데 기숙사가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기숙사를 짓는 게 더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하숙집과 원룸 주인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임대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수요가 급격히 줄어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는 겁니다.

[인터뷰:대학가 원룸 임대업자]
"(연대·이대생) 6천 명이 더 들어가면 지금보다, 그러면 이 동네 원룸, 하숙촌이 다 없어지는 거나 마찬가지지..."

갈등은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홍익대는 기숙사 반대 주민들과 2년 가까이 법적 다툼을 벌이다 최근 어렵게 승소했고, 경희대는 3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기숙사 신축을 허가해달라고 구청에 탄원서까지 냈습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기숙사 반대 주민들과 대학을 상대로 1인 릴레이 시위 중입니다.

수도권 대학의 경우 기숙사 수용률은 14%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한 현실.

시민단체는 대학과 학생, 임대 주민들이 3자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혀나가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인터뷰:권지웅, 민달팽이 유니온 위원장]
"그런 논의를 학생들과 주민들과 함께 대학 당국이 했었다면 꼭 이렇게 대규모 기숙사를 지어서 일시에 타격을 받는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도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학생의 주거권과 주민의 생존권, 어느 것 하나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대학과 지자체, 이해당사자가 모여 해결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YTN 임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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