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4] '빗나간 예측'에 세금 80억 '줄줄'

[현장 24] '빗나간 예측'에 세금 80억 '줄줄'

2013.10.07. 오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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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낙동강 상류의 수질을 개선하겠다며 만든 정화 시설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애초부터 처리 용량 예측이 잘못 돼 나랏돈 80억 원이 줄줄 새고 있습니다.

급기야 가동 중단을 고민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황보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낙동강 상류인 경남 진주시 대곡천 자연정화시설.

미생물을 이용해 마을에서 나오는 생활하수와 농공단지 폐수를 처리하기 위해 지난 2003년 말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5년 전 바로 옆에 하수처리장이 들어서면서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처리해야 할 오폐수 양이 3분의 1로 줄었기 때문입니다.

2002년 말 9억 4천만 원을 들여 이곳 경남 김해 신어천에 지어진 자연정화 시설은 사정이 더 심각합니다.

예상대비 30% 웃돌던 유입량은 2년 전 21%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무려 11%까지 낮아졌습니다.

심지어 비가 오지 않을 때는 처리한 물을 다시 끌어 올려 재처리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물이 부족하면 미생물이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쓰는 방법입니다.

낙동강 상류에는 환경부가 직접 관리하는 이런 시설이 5곳이나 있습니다.

건설비 51억 원에 매년 운영비까지 포함해 국고 80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시설 대부분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어천과 대곡천 2곳은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고 다른 두 곳은 가동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판정이 나왔습니다.

설계 당시 유입되는 물을 최대 9배나 많이 잡는 등 시설을 너무 크게 지은 것입니다.

[인터뷰:안유환, 낙동강유역환경청 과장]
"하수처리장이 가동되면서 점오염원이 줄어들어서 유입량이라든지 오염도는 좀 떨어지는 추세입니다. 연말 정도에 전문가 회의 통해서 가동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처리 비용 예측도 터무니없이 빗나갔습니다.

예닐곱 배는 기본이고 예상보다 무려 15배 가까이 많이 드는 곳도 있습니다.

[인터뷰:주영순, 새누리당 국회의원]
"환경 기초 시설은 일회용 시설이 아닙니다. 따라서 정말 필요한 지역에 필요한 시설 용량 설계를 통한 효율적 운영이 필요합니다."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지어진 시설에서 한 번, 예상을 크게 벗어난 처리 비용에서 또 한 번.

한 푼이 아쉬운 세금이 낙동강 상류에서 줄줄 새고 있습니다.

YTN 황보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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