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여아 엉덩이 만져도 성추행" 판결 [YTN FM]

"3세 여아 엉덩이 만져도 성추행" 판결 [YTN FM]

2012.08.24. 오후 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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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4일 (금) 법원, "3세 여아 엉덩이 만져도 성추행" 판결 - 김민수 춘천지법 공보판사

[YTN FM 94.5 '출발 새아침'] (오전 07:00~09:00)

김갑수 앵커 (이하 앵커) :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아이들 예쁘다고 엉덩이를 두드리거나 뽀뽀를 하는 경우가 많죠. 물론 자기 아이 말고 낯선 아이에게도 그런 모습이 있어왔습니다. 서구에서는 이런 광경을 보기 어렵다는 거죠. 통념상으로도 그렇지만 법적으로도 안 되는 일인데, 우리나라도 변화가 많습니다. 앞으로 연세 많으신 분들 옛날에 이랬다는 생각만으로 행동하실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만3세 여자아이의 엉덩이를 만진 행위도 성추행에 해당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는데요. 이런 판결을 내린 춘천지법에, 김민수 공보판사 연결해 이 의미에 대해 말씀 나누겠습니다. 김 판사님 안녕하세요?

☎ 춘천지법 김민수 공보판사 (이하 김민수) :
네, 안녕하십니까.

앵커 :
인터넷 검색해보니, 과거에도 3세 아이와 관련해 많이 논란이 있어왔더군요. 이번에 이런 판결이 내려진 과정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김민수 :
판결 내용을 설명 드리면 60대 남성이 아파트 1층 입구에 술이 취한 채 앉아 있다가 만 3세 6개월인 여자 아이의 볼을 꼬집으며 엉덩이를 때리고 성기 부위를 옷 위로 만져서 강제 추행했다는 협의로 춘천지방법원에 기소가 됐습니다. 그런데 재판과정에서 피고인은 이와 같은 행동을 한 적이 없고 설령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여자아이가 귀엽다는 뜻에서 가벼운 애정표현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법원은 피고인 여자아이의 성기 부위를 옷 위로 만졌다는 혐의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렇지만 피고인이 여자 아이의 볼을 꼬집고 엉덩이를 때렸다는 사실은 증거에 의해 인정된다고 판단한 다음에 이처럼 신분 관계가 전혀 없는 여자 아이의 볼과 엉덩이를 만지는 행동은 도덕관념에 반하고 피해자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후 피고인에게 벌금 250만원 및 성폭력치료강의 40시간의 수강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한 것입니다.

앵커 :
그러면 일단 범죄 사실 행동은 볼을 만지는 것과 엉덩이를 만진 거군요?

김민수 :
네, 그렇습니다. 볼과 엉덩이를 만진 행동입니다.

앵커 :
만 3년 6개월이면, 4살, 5살이라고도 불릴 수 있는, 그러니까 아주 어린나이는 아니군요?

김민수 :
네, 그렇습니다.

앵커 :
그리고 노인이 술도 마신 상황이었군요. 어쨌든 그동안 7~10살 되는 아이들 성추행 사건은 꽤 있었고 유죄도 내려지고 그랬는데 3세 여아라는 게 논란인 것 같습니다. 증거능력이 있겠느냐. 3세 아이의 말을 어떻게 법원에서 인정할 수 있겠느냐는 것 등인데 이번 판결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김민수 :
재판부에서 판단할 때에도 아이가 3세라는 점을 신중히 판단해서 판단을 한 것이고요. 그리고 또 가해자의 시각에서 볼 때는 성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목적이 아니라 단지 만 3세의 여자아이가 귀엽다는 의미에서 엉덩이를 만진 것은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여지도 있을 것입니다. 과거에는 그런 행동들을 비교적 넓게 허용하는 관행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가해자의 시각이 아니라 피해자가 느낄 성적수치심이나 혐오감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판단되어야 하고요. 그와 같은 엄격한 기준은 피해자가 나이어린 아동인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인식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판결은 친분 관계가 없는 어린아이에 대한 성인의 애정표현행위가 과연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는가에 대해서 이와 같이 변화된 사회인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
과거 유사사례에서 재판 결과는 대체로 어떻게 나왔습니까?

김민수 :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나이가 7살 정도 이상인데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지난 3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7세 여자아이의 얼굴을 양 팔로 껴안고 볼에 입술을 스친 40대 남성에 대해서 벌금 1,5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고요. 지난 7월에는 여덟 살 여자아이를 껴안아 들어올린 30대 남성에 대해서는 벌금 500만원과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의 수강을 명하는 판결을 내린바 있습니다. 또한 광주에서 광주 고등법원이 지난 6월에 아파트 단지에서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의 성기를 옷 위로 잠깐 만진 50대 남성에게 벌금 3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하면서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의 이수를 명한 사례도 있습니다.

앵커 :
갑자기 드는 생각이 60대 후반의 북한의 고위 관료가 미국 방문을 했다가 백인 여자 아이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국제적으로 떠들썩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판결이 달라진 성추행 기준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성적수치심을 느꼈을 때 그것이 범죄라는 건데, 3세라는 것이 중요한 기준이 될 것 같은데, 의사 표현이 쉽지 않은 시기 아니겠습니까. 이것을 어떻게 판단하시는지요?

김민수 :
추행의 판단과 관련해서 피해자가 성적수치심 같은 감정을 꼭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느껴야만 추행이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성인이라고 할 지라도 깊이 잠든 상태에서 추행을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제 3자, 즉 일반인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봤을 때 성적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낄만한 행동이 객관적으로 있었는지 여부라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아동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가 아동의 심리적 성장이나 성적 정체성의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 또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입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요.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정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서 피해자의 의사, 나이,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 시대의 성적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판결은 만 3세 아이라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해서 추행여부를 객관적으로 일반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앵커 :
혹시 김민수 판사님이 이번 판결과 관련해서 여론을 알아보신 바가 있습니까?

김민수 :
언론보도라든지 이런 것은 자세히 읽어봤습니다.

앵커 :
각종 토론 사이트에서 이와 같은 논쟁이 붙은 것과 댓글을 보면, 수적으로는 이 판결을 비판하는 글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무서워서 살겠느냐, 세 살짜리 아이 귀엽다고 쓰다듬었다고 범죄가 되고 벌금 내야 한다니, 이런 반발들이 좀 있거든요. 여기에 대해서 논리적 설명뿐 아니라 사회를 설득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문득 해봤어요. 사회통념과 부딪히는 문제는 고민하셨습니까?

김민수 :
이번 판결이 아동에 대한 성인의 가벼운 애정표현행위가 모두 다 추행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아닙니다. 이번 사건의 특징을 보면 이번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엉덩이를 만지자 여자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는데요. 이 점을 보면 여자아이가 피고인의 행동에 대해서 두려움과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피고인과 여자아이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는데 보호자도 없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정서적인 어떤 교감도 없이 일방적으로 여자아이의 볼과 엉덩이를 만진 것이었고요. 이를 옆에서 목격한 초등학교 4학년 학생도 피고인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여자아이의 부모에게 알린 것입니다. 이런 사정을 재판부가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피고인의 행동은 앞서 본 대법원 판례 기준에 따라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인데요. 무엇이 사회통념상 허용하는 진정한 의미의 애정표현이고, 무엇이 범죄 행위로 처벌받는 추행인지 여부는 결국 앞서 설명 드린 대법원 판례에서 제시하고 있는 판단 기준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앵커 :
아마도 앞으로 판결 추세는 지금 내린 것과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예상도 되고요. 알겠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춘천지법 김민수 공보판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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