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노숙 금지..."어디서 자나?"

서울역 노숙 금지..."어디서 자나?"

2011.08.20. 오전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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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다음주 월요일(22일) 새벽부터 서울역 대합실 안에서의 노숙이 금지됩니다.

시민 편의를 위한 조치라고 하는데 서울역 주변의 노숙인 수백 명은 당장 어디서 자야할지 고민입니다.

김웅래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인터뷰:한혜영,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이용하기에는 훨씬 더 안전하다고..."

[인터뷰:손동식, 대전시 반석동]
"노숙인 분들이 잘 데가 없으니까..."

올해로 8년째 노숙 생활을 하고 있는 A 씨.

어디를 가든 쫓겨나기 일쑤였지만 그나마 서울역은 지내는 데 수월했습니다.

공공시설이어서 그런지 다른 곳보다는 덜 인색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노숙인]
"일반 건물에 가면 서로 문제만 생기는데 서울역은 그래도 수용 인원이 많으니까... 새벽 2시 반부터는 서울역 대합실 사용이 가능했으니까..."

하지만 당장 월요일부터 이마저도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코레일 측이 시민 편의를 위해 서울역 대합실에서의 심야 노숙 행위를 막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박종승, 서울역장]
"설문 조사를 해 보니까 (이용객) 75% 정도가 우리(코레일) 입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혹서기와 폭우를 피해서 22일, 월요일부터 서울역에서의 취침을 전면 금지하려고 합니다."

혹서기를 피했다고는 하지만 노숙인 지원 단체들은 벌써부터 혹한기가 걱정입니다.

[인터뷰:이정규, 다시서기 현장지원팀장]
"강제적으로 이분들이 밀려나면 혹한기나 기온 급강하 등의 상황 속에서 건강이나 생명도 위협받을 수 있는..."

이같은 우려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도 실태 조사에 나섰습니다.

일일이 노숙인들을 만나 이번 퇴거 조치에 대한 의견을 묻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성택, 국가인권위원회 침해조사과 조사관]
"인권적으로 (노숙인들의) 일상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고, 필요하면 정책 권고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시민 편의와 노숙인들의 잠자리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의견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노숙인들의 안전한 생활을 위한 대안이 시행된 뒤에 퇴거 조치를 이행해도 늦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YTN 김웅래[woongra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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