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8585] "고속철 시험장비는 총체적 부실"

[YTN 8585] "고속철 시험장비는 총체적 부실"

2008.02.01. 오전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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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YTN 8585, 오늘은 얼마 전 보도해드린 고속 열차 시험 장비의 성능 부실 문제를 다시 한번 제기합니다.

고속철 시험장비는 이 장비를 발주한 철도기술연구원 내부에서도 '총체적 부실'이라고 평가하는 연구원들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100억 대의 국민세금이 들어간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김승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고속열차가 시속 420km의 높은 속도에서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지 시험하는 주행 시험기입니다

철도기술연구원이 발주하고 주식회사 효성이 제작했는데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고속 열차 시험에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당초 사업완료 시한을 2년 가까이 넘겨 준공식까지 마쳤지만 시험기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녹취:철도기술연구원 관계자]
"너무 돈을 조금 들여가지고 너무 기대치를 크게 가지고 있는게 아니냐. 너무 일정에 맞춰 가지고 R&D 개념이 들어가 있어야 되는데 너무 공사하듯이 하는 것 같다는 외부 지적 있었다."

고속열차 주행 시험기의 부실은 철도기술연구원 내부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됐습니다.

준공식을 불과 4개월 앞둔 지난 해 7월.

철도기술연구원의 내부 회의자료는 주행 시험기 사업이 '총체적 부실'로 판정내려질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주행 시험기 뿐만 아니라 제동시험기 등 다른 두 시험기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외부감사를 받을 경우 이 사업이 '국고 낭비의 전형적 사례'가 돼 '연구원 존폐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녹취:당시 사업 담당 연구원]
"효성에서도 기본적으로 너무했고 연구원도 넋 놓고 있었죠. 아주 문제가 많았죠. 언젠가 한번은 터졌어야 할 문제였죠."

철도기술연구원은 부랴부랴 TF팀을 꾸려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결국 제대로된 시험기를 완성하지 못한 채 지난해 11월 준공식을 치렀습니다.

하지만 당시 장비 심의를 위촉받은 한 전문가는 연구원의 준공 승인 서류에 끝까지 서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시험결과도 제출하지 않은 시험기를 승인해줄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녹취:고속철 시험 장비 전문가]
"심사할 때는 시험 결과 등을 봅시다라고 했는데 그걸 제가 받지를 못해서, 왜 안했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철도기술연구원과 효성은 사업 추진 과정에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현재 장비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감독기관인 건설교통부도 YTN 보도 이후 조사를 벌여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완공은 됐다는데 제 기능을 못하는 고속철도 시험기, 그래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감독기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 말 준공한 고속철 시험장비는 모두 일곱 종류.

철도기술연구원이 발주하고 주식회사 효성이 제작한 이 장비들에는 100억 원이 넘는 국가예산이 들어갔습니다

YTN 김승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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