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 흙수저는 질병도 대물림, 개인탓 아냐

[생생경제] 흙수저는 질병도 대물림, 개인탓 아냐

2017.04.03. 오후 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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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경제] 흙수저는 질병도 대물림, 개인탓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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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인터뷰]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우성 PD
■ 대담 : 김동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 김우성 PD(이하 김우성)> 서울 시내 구들을 보면 구별로 경제적인, 사회적인 지위의 차이가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정 구들은 부유한 구로 통칭되죠. 이 구들의 사망률을 보면 차이가 납니다. 건강에도 불평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점인데요. 건강 형평성과 사회적 불평등,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6명은, 물론 통계 조사이지만, 사회 경제적 차이에 따른 불평등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으로 어느 연구 결과 드러났습니다. 계속 문제제기가 되어 왔지만, 사회적 문제를 넘어서 이제 건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관련 정책을 시급히 마련하고 이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는 부분들,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오전 내내 이 뉴스가 화제가 됐는데요. 관련 보고서를 낸 책임 연구자입니다. 김동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전화로 연결해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김동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하 김동진)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굉장히 많은 양이라 저도 요약본만 지금 봤는데요. 국민의 건강 수준 제고를 위한 건강 형평성 모니터링 및 사업개발, 어떤 내용인지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 김동진> 본 보고서는 작년부터 시작한 3년 차 연구 보고서인데요. 국민의 건강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건강한 사람들의 건강 수준을 더 좋게 만드는 방법도 있고, 건강이 나쁜 사람들의 건강 수준을 좋게 끌어올려서 전체적 평균을 높이는 방법이 있을 거로 봅니다. 이 보고서는 후자의 경우보다 집중하고 있는데요. 사회경제적으로 불평등한 사람들의 건강 수준을 높여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건강 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찾는 연구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본 보고서의 연구 내용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만, 그 중에 하나가 오늘 말씀드릴 건강 불평등 인식에 관한 연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김우성> 건강 불평등의 인식, 정책 의제, 모니터링,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요. 일단 특이하게 불공정이나 불평등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것이 이른바 화두가 됐거든요. 어떤 배경인가요?

◆ 김동진> 일단 불평등 인식의 중요성을 말하기 전에 불평등 인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을 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기존 연구에 나온 정의에 따르면 불평등 인식이라는 것은 평등에 대한 원칙과 실제 개인이 경험하는 평등 사이 간극에서 비롯된 주관적 감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구체적으로는 취업, 승진 혹은 소득이나 일상생활에서 행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회적 기회에 대해 발생하는 사회적 박탈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불평등 인식이 중요한 이유는 불평등을 인식하고 있는 사회 구성원의 태도와 행동에 이러한 인식이 영향을 미치고 또 그러한 태도와 행동이 사회적으로 사회에 대한 보편적 불신이나 정치적 무관심에 영향을 주고 궁극적으로 사회 통합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기에 불평등 인식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불평등 인식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이렇게 가볍게 취급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사실 객관적 불평등 정도와는 별개로 작동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불평등 인식이 실제 객관적 불평등과 다르게 실제 객관적 불평등 수준이 높더라도 불평등 인식이 낮을 수 있고, 반대로 객관적 불평등 수준이 낮더라도 개인이 경험하는 불평등 인식 수준은 높을 수 있기에 이것들을 적절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 정책적 방향을 찾을 필요가 있기에, 개인적인 불평등 인식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우성> 사람들이 나는 왜 충분한 보건 혜택을 못 받고 수명이 단축되는가, 이러한 문제를 제기할 때 그 문제를 사회에서 찾느냐, 개인이 열심히 벌어서 관리해야 할 문제라고 바라보느냐, 이런 것들을 정리하는 것부터가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오늘 아침 언론에서 화제가 된 부분은 국민들 대다수가 불평등하게 느끼고 있다, 미래가 어둡다, 연구의 일부분만 뽑아서 기사화된 거니까요, 그런데 사회 불평등이 건강 불평등과도 연관 있다고 보고서에서 얘기하고 있는데요. 어떤 내용인가요?

◆ 김동진> 사회 불평등이 건강 불평등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사실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 세계보건기구에서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강조해온 내용입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그 보고서에도 잘 나타나 있는데요. 그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적 맥락에 의해 사회 계층이 발생하고, 그 사회 계층별로 건강에 유해한 환경에 차별적으로 폭로가 되고, 그러한 건강과 관련된 조건이나 물질적 자원에서의 가용성에 격차가 발생하고, 그에 따른 차별적 취약성이 결국 건강에서 차별적 결과로 이어짐을 나타내는데요. 예를 들어서 설명해드리면, 가난이 대물림되는 집안에서 태어날 경우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고 그에 따라 좋은 직업을 갖지 못하게 되면 열악한 사업장에서 주로 육체적 노동을 할 수밖에 없게 되고, 또 여러 가지 좋지 않은 환경에 노출된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어 질병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요. 또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지 못하다 보니까 질병에 적극적인 예방활동을 하거나 질병이 발생한 이후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사회적 불평등이 관여한다는 그러한 세계보건기구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최근 발표된 연구들은 건강 불평등 문제의 핵심은 결국 소득과 교육과 같은 사회적 불평등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겁니다.

◇ 김우성> 사실 작년부터 계속 흙수저, 금수저를 얘기하고 있는데요. 그러면 흔히 지역적으로도 가난의 대물림이나 부의 이전에 대한 차이가 통계학적으로 나타나지 않습니까? 그러면 조금 가난한 동네에서 아버지 직업이 변변치 않은 친구들은 나도 우리 아버지만큼 그렇게 오래 살지는 못하겠다는 인식을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 김동진> 그렇습니다. 대표적으로 사회 경제적인 격차가 발생할 수 있고, 넓게는 지역적으로도 지역의 박탈 정도, 혹은 지역에서 가용한 자원 보유 여부에 따라서 그러한 사회적 불평등이 결국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차별적 결과를 낳게 되는 겁니다.

◇ 김우성> 사회적 불평등은 사실 많은 요소가 있습니다. 개인의 교육에 대한 투자 등이 있는데요, 건강 불평등에 대한 문제는 사실 조금 다른 차원으로 국가나 혹은 지역사회가 나서야 할 문제이지 않나요? 어떻게 보십니까?

◆ 김동진> 그렇습니다. 건강불평등과 관련해서 사실 최근 많은 연구들이 이뤄지지 않아서 우선 건강 불평등이라고 하면 개인의 책임이라고만 치부하기 쉬운데, 사실은 개인이 어쩔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사회적으로 발생할 수 있고, 그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책임으로만 물을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책임을 공동 구성원이 공동 대응을 해야 하며 그러한 대응의 구조적인 가장 첫 번째 책임은 국가나 우리 사회의 중앙 정부가 책임을 질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 김우성> 결국 엮여있는 문제이긴 한데요. 쉽게 제가 이해한 바를 되풀이하다보면, 질병까지 대물림 되는 것을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데 지금 사실 우리나라 의료보험 제도, 물론 저비용, 저부담, 저효율, 이런 얘기가 나오지만 세계 유례없이 잘 갖춰진 편이며 보건의료비 지출을 정부가 늘리고 있거든요. 지금 여러 가지 특정 질환에 대해서요. 조금 개선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 김동진> 사실 우리나라도 특히나 사회적 취약계층의 건강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상당한 재원을 투입하고 있는데요. 그렇지만 한 가지 제가 가장 느끼기에 아쉬운 점은, 사회자께서 지적하신 바로 그 부분이 아닌가 싶은데요. 앞서 사회적 불평등과 건강 불평등이 매우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고 말씀드린 것처럼, 건강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 불평등을 발생시키는 각종 사회 정책을 재점검하고 재검토해서 이를 보다 형평적으로 방향을 전환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방법이지만, 현재 우리나라 건강 정책은 주로 의료 정책 위주로 설정되어 있다 보니 건강불평등을 사전에 예방하지 못하고 대부분 사후적 대책이 되어 효과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 김우성> 결국 구조적 문제에 해결점이 있는데요, 구조는 놔둘 수밖에 없는 상황, 사후 약방문이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인데요. 해외는 괜찮은 사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 김동진> 건강불평등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접근 시도하는 국가는 스웨덴, 노르웨이가 대표적인데요. 이들 국가의 경우 건강 불평등 완화 정책의 핵심이 소득불평등 정책이라고 명시해놓고 소득 불평등을 감소하기 위한 정책을 건강 정책의 일환으로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들입니다. 또 그 외에 외국에서 건강불평등 인식을 가장 선제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영국으로 들 수 있는데요. 보통 건강 정책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서 주로 실시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는데, 영국의 경우 건강 불평등 정책을 모든 부처에서 실시할 수 있도록 터놨습니다. 각종 노동부, 교육부 등에서 건강 불평등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자원 배분을 해줘서 모든 부처에서 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한 사회 정책을 실시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있다. 지역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각종 정책에 대해서도 박탈 지수가 높은 지역에서 실시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보다 자원 배분을 많이 해줘서 지역 간 건강불평등도 완화시킬 수 있는 그러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고요. 특히 우리나라에서 하나 벤치마킹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그러한 정책을 단기적으로 일회성으로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또 정책을 평가하고 하는 정책들을 매년 통계를 생산하고 평가하는 것, 그렇게 해서 건강 불평등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 그것들이 가장 저희가 본받아야 할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 김우성> 결국 사회적 불평등과 엮여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본 것이 선진국 사례이고요. 특정 부처의 업무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관련 부처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 부러운 얘기 같고요.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나 이런 것들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지금 이제 대선이 한 달 가까이 남았거든요. 이런 부분은 사실상 광범위하고 큰 의제라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포함될만한 주제인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실현 가능한, 당장 정책화시킬 만한 중요한 의제가 있다면 몇 가지 제안해주시죠.

◆ 김동진> 지금 각종 당에서 대선 후보에 대한 말씀을 드리긴 곤란합니다만, 여러 가지 영국에서 저희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정책이 무엇이 있냐면, 출발점에서의 동일한 형평적인 출발, 그러한 아동 정책을 예를 들 수가 있는데요. 영국의 경우에는 가장 먼저 아동에서의 건강이나 아동에서의 사회적 출발점에서 소득이나 교육에 대한, 성인이 되었을 때까지도 공정한 출발선에서 인생에 대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아동에 대한 여러 복지 혜택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최근에는 저출산 대책이나 이런 것들을 대표적으로 아동에 대한 정책들을 많이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보다 건강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우리나라 벤치마킹할 수 있는 정책들이 많을 거로 생각됩니다.

◇ 김우성> 부모가 가난해서 아이부터 벌써 건강을 해치면 안 된다, 그런 것은 국가가 기회의 평등을 봐야 할 부분이라는 점, 와 닿는 부분입니다. 연구 보고서 굉장히 긴데요, 잘 살펴보고 또 한 번 연락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 김동진> 감사합니다.

◇ 김우성> 지금까지 김동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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