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질 일 안한다"...관가 '변양호 신드롬' 확산

"책임질 일 안한다"...관가 '변양호 신드롬' 확산

2016.11.27. 오후 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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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우리 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가 10년 만에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관가에는 '책임질 일은 하지 않는다'는 복지부동의 이른바 '변양호 신드롬'이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현우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3일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 우려가 커지자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내부 독려에 나섭니다.

[유일호 /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지난 23일) : 최근의 국내 정치 상황으로 경제주체의 심리 위축도 우려되고 있습니다. 금년을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경제팀이 중심을 잡고 흔들림이 없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검찰이 면세점 특혜 의혹과 관련해 10년 만에 기획재정부를 전격 압수수색 하면서 빛이 바랬습니다.

앞서 기재부 출신인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검찰 조사를 받았고, 최상목 현 기재부 1차관 역시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무원들 사이에는 '변양호 신드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변양호 보고펀드 고문은 재정경제부 국장 시절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헐값 매각했다는 시비에 휘말렸다가 4년 동안의 법정공방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후 관가에서는 '책임질 일에는 손대지 않는다'는 복지부동의 분위기, 이른바 '변양호 신드롬'이 생겼습니다.

최순실 게이트는 '변양호 신드롬'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습니다.

가계부채 증가와 내수 침체,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 우려, 여기에다 사실상 경제 컨트롤타워마저 부재한 상황에서 임기 말 '복지부동'까지 겹치면 우리 경제는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김천구 /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정치적 불확실성이 좀 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소비를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가계부채나 고령화 등이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내년 상반기에 소비절벽이 나타날 가능성이 좀 더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정부 부처들이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 보다는 기존의 일이나 챙기려는 분위기가 확산할 경우, 관가 전체가 무기력증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YTN 김현우[hmwy12@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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