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의 뜨거운 감자...'주적'과 '적'의 차이는?

대선판의 뜨거운 감자...'주적'과 '적'의 차이는?

2017.04.21. 오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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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냐 아니냐 이 문제가 대선판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핵무기로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을 주적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이유가 뭐냐는 쪽과 평화 통일을 지향해야 할 남북 관계에서 북한을 단순히 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쪽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데요.

취재 기자 연결해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강정규 기자!

공세를 펴는 쪽에서는 '주적'이란 표현이 국방백서에도 명시가 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먼저, 우리 국방백서에 '주적'이란 표현 있습니까?

[기자]
국방부에서 2년마다 발간하는 국방백서의 최신판은 2016년 판인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주적'이란 표현은 없습니다.

대신,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 라고 적혀 있습니다.

주적이나 적이나 같은 말 아니냐 이런 주장도 있어서 제가 직접 국방부 대변인에게 질문을 했는데요.

국방부도 조금 헷갈렸던 것 같습니다.

처음엔 주적과 적이란 말이 같은 뜻이라고 했다가 질문이 계속되자, 국방백서에 쓰여 있는 그대로만 이해해 달라고 번복을 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문상균 / 국방부 대변인]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이 주적과 같은 뜻으로 보고 계신 겁니까?)
"네. 그렇게 이해를 하셔도 됩니다. 하여튼 거기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더 이상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이 주적이라는 표현의 부활이라고 인지를 하고 계신 것입니까?)
"그렇게까지 제가 말씀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표현 그대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 그렇게 이해를 하시면 되겠습니다."

[앵커]
국방부도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은데, 그만큼 이 문제가 해묵은 논쟁이기도 하지만,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주적의 개념도 계속 바뀌어왔기 때문이라고 봐야 겠죠?

[기자]
주적이라는 표현은 1995년 국방백서에 처음으로 등장했습니다.

1994년 남북 실무접촉에서 북측 대표가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한 것이 계기였습니다.

그러나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주적이란 표현은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6.15 선언을 통해 북한이 화해와 협력의 대상으로 바뀐 만큼 더 이상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해선 안 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 건데요.

이에 따라 2004년 국방백서에서는 주적이란 용어가 삭제됐습니다.

대신 '직접적 군사위협'이라는 표현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다가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잇따르면서 분위기는 다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2010년 국방백서는 다시 북한을 '적'으로 규정했습니다.

다만, 과거 논란을 겪었던 주적이란 표현은 피했고요.

북한 주민을 제외한 김정은 정권과 군대를 우리의 적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이 개념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종합하면 '주적'은 아니지만 '적'이라고 정리해 볼 수 있는데 무슨 차이가 있는 건가요?

[기자]
아주 미묘한 차이지만, 간극은 제법 큽니다.

먼저 주적이란 말은 북한을 전쟁의 주요 대상으로 본다는 뜻입니다.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의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 우리 헌법 66조 2항에 부합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3항에서 대통령이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명시된 대목과는 충돌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2010년 이후 국방백서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으로 적의 대상을 좁혔고요.

북한 주민이나 군사 안보 이외의 분야에 대해서는 포용의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통일부도 북한은 적이자 동반자라는 입장을 내놨는데요.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평화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는 두가지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북한에 대한 대통령과 군의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의 근거가 여기에 있는 것 같은데, 역대 대통령들은 어땠습니까?

[기자]
주적이란 표현이 국방백서에 처음 등장한 1995년 이후 역대 대통령들이 북한을 주적이라고 부른 사례는 찾기 힙듭니다.

남북 간 화해 협력을 추구했던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기간에 북한을 주적이라고 부른 적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0년 우리 군이 지난 10년 동안 주적 개념을 정리하지 못했다며 문제 제기를 한 적은 있고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05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에 북한은 군사적으로 우리의 주적이라고 말한 적이 있지만, 대통령이 되기 전의 발언이었습니다.

[앵커]
우리 처럼 분단을 겪은 다른 나라들의 사례는 어떻습니까?

[기자]
과거 동서독이나 중국과 타이완도 서로를 주적이라고 명시하지는 않았습니다.

먼저 독일의 사례를 보면, 과거 서독은 국방백서에 동독과 소련을 군사적 위협이라고 표현했고요.

중국 국방백서는 타이완을 독립분열 세력으로, 타이완은 중국을 심각한 위협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지난 2001년 국방부가 미국과 일본, 러시아, 베트남, 이스라엘 등 8개 나라의 국방백서를 조사한 결과 주적 용어를 사용하는 국가는 없었다고 합니다.

[앵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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