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TV 아나운서, 달라진 진행 '눈길'

北 TV 아나운서, 달라진 진행 '눈길'

2016.08.12. 오후 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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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기종 / 前 수서경찰서 강력팀장, 강미은 /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정아 / 前 북한군 장교·통일맘연합 대표, 차재원 / 부산가톨릭대 교수, 양지열 / 변호사

[앵커]
딱딱한 말투, 아주 호전적인 태도, 이게 북한 아나운서들의 일반적인 진행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새 조선중앙TV를 보면 아나운서가 굉장히 자유로운 복장과 제스처까지 자유롭게 써가면서 명소를 소개하고 있다고 그러는데 궁금하시죠? 직접 먼저 화면 보시죠.

본인이 옷 입고 맵시 있고 보기 좋지 않습니까, 이러면서 참 어쩔 줄 모르는 그런 상황인데 여기서 우리가 알아봐야 되는 건 보기 좋고 맵시 있지 않습니까라는 얘기보다는 그만큼 자연스러워지고 자유로워졌다, 어떻게 보셨어요? 옛날에 북한에 계실 때 이런 거 한 번도 못 보셨죠?

[인터뷰]
네, 그리고 지금 저걸 보면서 제일 웃음이 나오는 게 뭐냐 하면, 왜 웃었냐면 차라리 기존의 강직했던 그런 방송보다 이번 방송은 오히려 더 어색하지 않나, 그겁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의 방송은 모든 것이 자유롭습니다. 그러니까 몸짓에 그만큼 자유로움이 묻어나오는데 저 사람들은 앞에 분명히 따로 감시하는 사람이 다 있거든요.

하라는 대로 꼭 시키는 그 자유로움하고 마음속에 우러나오는 자유로움 하고는 표현이 분명히 다르다는 거죠. 오히려 저 방송은 자연스러운 방송이 아닌 어색한 방송으로 더 나오는 게 아닌가, 저한테는 그렇게 보입니다.

[앵커]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참 줏대가 없어요. 또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그게 그렇게 되네, 이런 생각이 드네요.

[인터뷰]
저건 절대로 혼자 마음대로 못하거든요. 우리 대한민국의 방송처럼 생각하면 그거는 절대로 있을 수가 없습니다, 북한에서는.

[앵커]
그건 또 그렇게 보니까 그게 또 그럴 것 같아요.

[인터뷰]
제가 봤을 때 김정은 지금 위원장이죠. 김정은이 서구사회 특히 스위스에서 오랫동안 유학을 했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서방의 이런 방송 체제, 그리고 또 상당한 유연함, 그런 부분들을 상당히 어릴 때 부터 상당히 각인돼 있을 거예요.

머릿속에. 그렇기 때문에 본인 입장에서는 뭔가 촌스러운 이 방송 스타일을 바꾸자, 서구스타일로. 그래야 인민들에게 설득력이 생기는 게 아니냐. 그런 나름대로 고도의 전략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 같은데. 문제는 북한 사회가 이렇게 한다고 해서 바뀌는 게 아니잖아요.

이게 사실 어떻게 표피적인 것인데. 본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체제라든지 자신의 존엄을 건드리는 것은 가차없는 처벌을 내리지 않습니까?

일종의 당근과 채찍을 아주 병행해서 쓰는 부분인데.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과연 북한 인민들이 받아들이면서 어떠한 식의 반응을 보일까. 이런 부분들이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렇게 기대하기는 조금 진도가 빨리 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맞습니다.

[인터뷰]
저것의 진짜 자유로움을 보여주려면 일단 저 방송인 분들이, 저 사람들은 정말 일일 생활총화라는 걸 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주 일일생활총화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자기비판을. 내가 한 주일 동안 무엇을 잘못했으며 한 주일 동안 생활할 때 당과 수령에 충성이 얼마나 부족했다, 이런 자아비판이거든요.

그 자아비판을 저 방송인들은 하루에 매일 합니다. 그 자아비판부터 일단 풀어놔야 저 사람들이 진짜 자유로움이 방송에 나오지, 나오지 욕망만 가지고는 절대로 안 된다는 거죠. 뒤에서는 계속 조이면서 앞에 나와서는 자유롭게 해, 누가 그렇게 하나요?

그렇게 하기가 힘든 거죠. 그래서 대한민국의 자유를 본딴 저런 방송의 문화를 지금 이끌어내려고 하지만 그 자연스러움의 진짜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움은 정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때까지는 항상 북한 방송을 보면 나이 드신 여성분이 나오셔서 한복 입고 굉장히 무섭게 말씀하시잖아요. 백배 천배로 원수를 갚겠다고 되게 무서운 말씀을 굉장히 많이 하셨는데 너무 이런 모습을 보니까 당황스럽고 자유로운 척 하지만 사실 김정은이 올해에만 해도 60명 공개처형 했다고 하니까 너무 너무 공포정치를 하고 있는데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차피 북한에서야 시청률 같은 건 상관 없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보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앵커]
그거는 참 부러운 방송환경이에요. 시청률 신경 안 쓰는 것.

[인터뷰]
김정은이 잠깐 잘못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렇게 하는 배경에는 본인도 유럽 출신이기도 하고 북한 주민들도 요즘 한국 방송을 많이 보잖아요.

그러니까 어떻게 한다는 걸 많이 보니까 우리도 뭔가 세련된 걸 해 보자라고 하는 것 같은데. 차라리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근엄하게 이렇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 차별성이 확실히 있으니까 우리는 저렇게 하는구나 하는데 비슷한 걸 하니까 더 촌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더 한국과 비교가 되니까 더 이상해지는 것 같아요.

[앵커]
그게 진짜 그럴 수 있을 거예요. 제가 볼 때는. 지금 그런데 북한 같은 경우에 신조어도 지금 많이 나오고 있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변하기는 변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변화가 긍정이냐 부정이냐는 어떤 신조어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거든요. 그런데 예를 들자면 군당지도원, 이런 게 있다고 하더라고요.

[인터뷰]
군당지도원이라고...

[앵커]
여기 있구나, 한참 찾았어. 군당지도원, 군복무 여부. 이게 그러니까 앞자를 딴 거군요. 우선 엄친딸, 이게 여성에 해당되는 거잖아요.

[인터뷰]
그러니까 여자...

[앵커]
여자가 군대 갔다 오면 뭐가 좋은 거예요?

[인터뷰]
여자가 당원이고 군복무 했으면 솔직히 만약 범죄를 저질러서 보안소에 갇혀도 함부로 어떻게 못합니다. 감옥에 들어가도 그 효과가 조금 많이 떨어지고요. 그런데 지금 여기에서는 군복무 했고 당원이고 지식이 있고 도덕 있고 재력이 있는 이 정도면 적어도 간부 스타일로 나간다는 거죠. 북한의 간부는 대한민국에서 말하는 또 다른 권력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의 간부가 되면 일단은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간부인 와이프를 두게 되면 남편도 당연히 승진을 같이 하는 그런 부분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먹고살려고 하면 일단 돈만 있는 게 아니라 권력과 돈이 함께 있어야 된다는 걸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입니다.

[앵커]
우리 김정아 대표는 이건 잘 모르겠는데 이거는 다... 왜냐하면 군에서 장교 하셨고 이거 다 갖추셨는데.

[인터뷰]
군당지도까지는 갖추었는데 원이 없습니다.

[앵커]
그게 제일 중요한 모양이에요.

[인터뷰]
원이 없어서 탈북했어요.

[앵커]
그게 중요한 게 왜냐하면 여성이 남성을 바라볼 때 바라볼 때는 손오공이 대세라면서요. 손오공이 뭐냐. 손전화기, 우리 휴대전화죠. 그리고 오토바이. 오토바이 소유하는 것. 그다음에 공부를 지원할 수 있다. 이건 여성이 남성을 바라보는 거죠. 남성이 여성을 바라보는 것 아니죠?

[인터뷰]
남성이 여성을 바라볼 때는 최근 신조어가 현대가재미라는 용어가 또 나왔다고 합니다.

[앵커]
왜냐하면 지금 여쭤보는 거예요. 여성이 남성을 보는 것 맞죠?

[인터뷰]
맞아요.

[인터뷰]
남성이 여성이 아니고. 왜냐하면 남성이 여성한테 오토바이 소유를 바란다, 이건 말이 안 되거든요. 여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닐 수 없잖아요.

[인터뷰]
북한의 아까 본 군당지도원이라든가 이런 것은 조금 한물 간 거예요. 그래서 최근에 많이 바뀐 게 열대메기라든가 현대가재미, 지금 손오공 같은 다양한 용어들이 나오는데 결국 이거 하나를 통틀어서 말하면 군당지도원이 왜 옛날 말이냐면 지금 군대 가는 것이 1등 바보라고 합니다.

가장 머저리 등신이나 가는 곳이 군대가는 것이라고 주민들이 말하고요. 돈만 있으면 입단도 돈 주고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지금 손오공 같이 결국은 저게 손전화기라든가 오토바이라든가 대학 지원, 돈이지 않습니까?

세 개 합치면 오직 돈이거든요. 결국 재력이라는 거죠.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 그렇게 지금 현재가 많이 바뀌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인터뷰]
저는 열대메기라고 그래서 열대지방에 메기가 있나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요. 보니까 열대메기가 열렬한 사랑, 대학졸업 당증 메고 있고, 그다음에 이불장, 집장 등 기물을 제공해 주는. 이런 사람이 인기라고 하는데. 앞에 글자만 보고 열대메기라고 그래서 열대 무슨 메기가... 그 생각을 했는데 북한도 상당히 돈에 좌지우지되는 것 같습니다.

[앵커]
남북한의 공통적인 게 있어요. 앞자를 따서 약자를 만든다는 것. 그게 공통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인터뷰]
북한에서는 기존에 완전히 없던 유행어이고요. 그리고 이 문화가 나오기 시작한 게 한류열풍 때문입니다. 결국 한류 드라마가 북한 주민들을 지금 저렇게 유행어를 바꾸는 사람으로 만들어준 거죠.

[앵커]
그런데 어쨌든 이런 분위기만 본다면 아까도 말씀하셨듯이, 강 교수님이 잠깐 말씀하셨죠. 굉장히 북한이 변하고 있구나라고 얘기를 하지만 올해만 공개처형된 사람이 60명이랍니다. 공개처형 보신 적 있으세요?

[인터뷰]
9살 때 봤어요. 그런데 지금도 가장 힘든 게 그때 그 사람 죽는 공포감은 아직도 끔찍하고 그게 평생 잊혀지지 않아요. 제가 하반신 마비로 자살시도해서 기억을 다 잃었을 때도 그 기억은 안 잊혀지더라고요.

그 기억이 정말 오래 남거든요. 그런데 그 공개처형을 제가 9살 때 초등학교 때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가자니까 학교 줄 서서 졸졸졸졸 따라가서 사람 죽는 걸 서서 구경하고 그리고 졸졸졸 따라서 집에 온 그 기억밖에 없고. 그날 하루 종일 제일 힘들었던 것은 그 사형을 보겠다고 3시간 거리를 그 어린 나이에 학교 전체 전교가 모두 줄 서서 노래 부르며 갔다가 노래 부르며 돌아오거든요.

줄 맞춰서. 그러니까 그 기억이 제일 힘들어요. 공개처형이 지금 더군다나 김정일 시대에 비해서, 김정은 시대에 와서 딱 2배로 늘었다는 게 현지인의 증언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늘 수밖에 없는 게 그만큼 살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거죠. 살기가 더 힘들어지고 사람들이 더 살기가 힘들어지니까 자연히 그 안에서 불만이 나올 것이며 범죄자가 나올 것이며 그것을 북한 당국은 묵인을 하게 되면, 한 사람이 묵인하게 되면 다수가 움직이니까 할 수 없이 그것을 또 처형하는 이런 식의 공포정치가 진행되고 있다는 거죠.

[앵커]
어쨌든 한쪽에서는 너무나 다른 모습, 또 다른 쪽에서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기 때문에 극단이 존재하는 사회, 건강하지 못하다는 또 다른 증표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다섯 분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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