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닝] 난데없는 '남한 핵무장론'?

[이브닝] 난데없는 '남한 핵무장론'?

2014.10.21. 오후 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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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년 전에 개봉했던 영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한 장면입니다.

같은 제목의 소설이 베스트 셀러가 됐었는데, 우리나라가 비밀 핵무기 개발에 나선다는 소재로 큰 화제를 일으켰었죠.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소설에서만 나왔던 건 아닙니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는 대표적인 핵무장론자인데요, 정 전 대표의 주장 들어보실까요?

[인터뷰: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2012년 6월)]
"우리는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원하지만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역설적으로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합니다."

북한이 핵보유국이라고 공식 선언한 뒤에 나온 발언인데요.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심심찮게 핵보유 주장이 제기돼왔습니다.

2008년, 당시 한나라당 김성동 의원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도 핵개발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고요.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도 2006년에 우리도 장기적으로 핵개발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갑자기 핵무기 얘기를 꺼낸 이유는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때문입니다.

핵무기가 안 되면 핵개발 능력이라도 갖춰야 한다고 문 전 후보자가 주장했는데요.

미국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한 발언으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왕선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이 제창한 통일대박론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문 전 후보자는 통일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면서 기술적 핵보유국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제적 약속에 따라 핵무기를 보유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기술적으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인터뷰: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기술적 핵무기 보유국이 돼야 합니다. 일본처럼 유사시 몇 개월 이내에 우리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문 전 후보자 주장은 일부에서 제기됐던 핵무장론과 유사하지만 핵무기 자체가 아니라 기술만 보유하자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핵무장론의 경우 미국에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던 만큼 기술적 핵보유국론도 유사한 반응이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익명을 요구한 미 의회 소식통은 기술적 핵보유국론도 한반도 안보 정세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중국이 북한에 대해 핵포기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이 사라지고 한국에 대한 신뢰감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한편 한미 원자력 협력 협정 개정을 위한 협상에서도 기술적 핵보유국론은 군축을 중시하는 미국측 대표들을 자극할 수 있기때문에 논란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됩니다.

워싱턴에서 YTN 왕선택입니다.

[앵커]

들으신 것처럼 미국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정적 반응이었는데요,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미국에 언제까지 국방을 의존할 거냐, 자주국방을 위해 맞는 말인데 뭐가 문제냐는 반응도 있지만, 핵원료 농축시설이 필요한데 미국이 허락하겠냐며 국민을 호도하지 말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핵무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더라도 이런 주장을 하는 건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주장하는 핵무장론 때문에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의 압박을 받게 된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우리가 핵무기 개발을 외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는 건 모순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문창극 전 후보자는 지금 공직자가 아니고 그냥 개인일 뿐이죠.

자기 소신을 밝히는 거야 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나 공직자라면 핵무장론이 국익에 끼칠 영향을 꼼꼼히 따져보고 발언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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