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퇴직자 일자리도 방만...20분에 130만 원 지급

'공기업' 퇴직자 일자리도 방만...20분에 130만 원 지급

2013.10.24. 오전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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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이 퇴직자들에게 다시 일할 기회를 주면서 수억 원에 달하는 급여를 방만하게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고작 20분 일하고 130만원이나 받은 사례까지 있지만 한번도 적발된 적이 없었습니다.

김대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공기업인 한국남동발전은 지난해 자사 퇴직자 단체인 '시니어직능클럽'과 근로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퇴직자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고 현장에서 이들의 경륜을 나누겠다는 취지입니다.

클럽 회원 62명이 올 들어 8월까지 받아간 급여는 2억 원 정도입니다.

얼핏 보면 별로 큰 돈이 아니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이들이 일을 한 내역을 보면 생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시니어직능클럽 회원들의 발전소 출입 기록을 살펴봤습니다.

A 씨는 지난 1월 7일 인천에 있는 신영흥 발전소 건설현장을 방문해 1시간여 동안 머물고 출장비 30여만 원을 포함해 130여만 원을 받았습니다.

합의된 지급 기준을 적용하면 32시간은 일해야 받을 수 있는 금액입니다.

지난 2월 인천의 영흥 화력 발전소를 방문해 2시간여 동안 머문 B씨도 130여만 원을 받았습니다.

단 20여 분을 머물거나 출입기록조차 없이 한 번에 130여만 원을 받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발전소는 국가 주요시설인 만큼 출입장치가 고장났거나 기록을 대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인터뷰:남동발전 관계자]
"기록 안 하는 경우는 없죠, 외부인은. 목표시설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기록을 하죠."
(며칠 연속으로 갈 경우에는 다음에 또 오면 기록을 안 하나요?)
"그때그때 기록은 다 해야되죠. 차량은 특히 기록이 다 돼야죠."

남동발전 측은 확실한 출입기록은 보지도 않은 채 지역 발전소가 올린 업무보고 내용만 믿고 허술하게 돈을 내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남동발전 관계자]
"담당 직원이 (퇴직자들이) 오시면 확인을 하고 어디 가서, 오늘은 어디 가서 점검을 하라는 것까지 같이 하거든요. 매일매일 그것을 확인하고 점검하고 보고서를 받아서 최종적으로 대가를 지급해주는 시스템입니다."

터무니없이 많은 급여가 지급됐지만 퇴직자들은 입을 꾹 다물었고 회사도 이 사실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부좌현, 민주당 국회의원]
"급여를 타는 사람들이 과연 현장에 와서 제대로 일을 하고 급여를 타갔는지에 대해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예산을 관리함에 있어서 더 엄격하게 관리를 하고..."

남동발전 임직원들은 한 달 전 요란하게 윤리경영실천대회를 열고 투명하고 공정한 직무 수행을 다짐하는 서약서를 제출했습니다.

YTN 김대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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