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② "전쟁으로 짓밟힌 삶"···고려인이 전하는 전쟁의 참상

글로벌 코리안
글로벌 코리안
2023.03.14. 오후 12:51
글자크기설정
<1>
일상이 된 '공습경보'
고려인이 전하는 대피 상황은?

[인터뷰: 세가이 비올레타 / 고려인·우크라이나 오데사]
"거의 모든 슈퍼마켓이나 건물 벽에 '제일 가까운 대피시설까지 120m'와 같은 안내문이 붙어 있어요. 그래서 공습경보가 공공장소에서 울리면 밖에 있는 사람들은 이 안내문을 따라가는 거예요. 주로 지하 주차장이나 지하층을 대피시설로 이용해요. 저도 한 번, 밖에서 이렇게 대피한 적이 있어요. 한 슈퍼마켓 주차장이었어요. 내려왔을 때 사람이 정말 많았어요. 내려와 보니 대피소에 작은 와이파이 공유기가 있었고 누군가는 노트북을 가지고 일을 했어요. 또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과 보드 게임을 하고 누군가는 그냥 가만히 공습경보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런 상황이 이제는 우리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 된 거예요. 보통 학교에서 수업하다가 공습경보가 울리면 바로 대피해요. 교육을 이렇게 진행하고 있어요. 공습경보가 자주 울린 날에는 아이들이 계속 내려갔다 나왔다가 하기도 하고 그냥 지하에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해요. 포격의 두려움이 오면 사람들이 각자 다르게 반응하는 것 같아요.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소리 지르고 또 누군가는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면서 계속 웃고 있기도 하죠. 저는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실제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제일 먼저 들어요. 마치 이 상황이 모두 꿈이어서 이 꿈에서 깨어나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올 것 같은 느낌이에요."

<2>
지옥과도 같았던 피란길
가족과의 '생이별'

[인터뷰: 세가이 비올레타 / 고려인·우크라이나 오데사]
"피란은 주로 본격적인 침공이 시작된 전쟁 초기에 일어났어요, 3월 3일쯤. 우리는 10km를 걸어가고 있는데 우리와 함께 또 다른 사람들도 같이 가고 있었어요. 이 장면도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죠. 국경까지 걸어가고 있는데 옆에 많이 어린아이들도 걸어가더라고요. 엄마들이 대부분 유모차를 안 가지고 나왔거든요. 유모차가 너무 무겁고 다른 짐이 너무나 많았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2~3살 먹은 아이들은 가다가 갑자기 무릎을 꿇기도 했어요. 다리가 너무 아프니까요. 또 남자들이 국경에서 다시 걸어 돌아오는 모습도 봤어요. 자신의 가족을 안전한 데로 보내고 본인은 (징병제로) 우크라이나를 못 나가니까 돌아오는 길에 우는 남자들도 봤죠."

<3>
피란 고려인 받아준 한국
다시 만난 '내 뿌리, 고국'

[인터뷰: 세가이 비올레타 / 고려인·우크라이나 오데사]
"어머니는 2022년에 한국에 정착하셨어요. 그전에도 계속 한국에 가고 싶으셨는데 서류 문제가 있어서 못 가고 계셨어요. 그리고 전쟁이 시작되고 우크라이나에서 누구나 나갈 수 있었을 때 어머니도 비자를 받고 한국에 갈 수 있었어요. 우크라이나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고려인들에게 지금은 아주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고려인들은 오래전 (열강들의) 전쟁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가게 됐고 지금 또 다른 전쟁을 마주하며 한국에 다시 돌아가는 거잖아요. 그렇게 많은 사람이 한국으로 피란을 떠났어요. 우크라이나와 한국은 어찌 보면 전혀 다른 나라인데, 고려인들이 지난 1년 동안 잘 적응한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이 많이 도와줬고 지금도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