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월급 순이 아니잖아요!"…샌프란시스코 1인 여행 가이드 신익섭 씨 [지금 만나러 갑니다]

"행복은 월급 순이 아니잖아요!"…샌프란시스코 1인 여행 가이드 신익섭 씨 [지금 만나러 갑니다]

2019.11.24. 오후 8:32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끝없이 펼쳐진 자연의 위대함.

천 미터 높이 거대 바위의 앞에서 새삼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는다.

대자연이 살아 숨 쉬는 이곳은 캘리포니아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다.

설악산 국립공원의 9배에 달하고, 연간 관광객 5백만 명이 몰리는 곳이다.

관광객들이 너도나도 사진으로 추억을 남긴다.

요세미티 전문 여행 가이드인 신익섭 씨.

여행 상품 기획부터 관광지 안내까지 익섭 씨는 벌써 4년째 홀로 일하고 있다.

[신익섭 / 1인 여행 가이드 : 이 일대에 샌프란시스코 시내 투어, 나파밸리 와인 투어, 실리콘밸리 투어, 이런 것들도 다 하고 요세미티 투어도 다 하고 했는데 제가 이전에 마케팅에 오래 일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선택과 집중하는 게 한정된 자원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요세미티 쪽으로 나중에 전문화를 해서 요세미티 전문 투어 가이드로 일하고 있습니다.]

익섭 씨는 여행 가이드가 되기 전까지 선망받는 기업에 다니던 직장인이었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의 사원부터 홍콩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의 부사장까지, 흔히 말하는 억대 연봉자 반열에도 올랐다.

[신익섭 / 1인 여행 가이드 : (이전 직장에서) 아시아 지역의 사업 확장, 미국에 진출하는 그 부분을 맡아서 했습니다. (그런데) 본사가 예상치 못한 자금난에 직면하게 돼서 미국 쪽에 투자가 원래 약속대로 이뤄지지 않았어요. 어쩔 수 없이 사업을 철수하게 되면서 이쪽 미국 사업을 문을 닫기로 했죠.]

경력을 하나하나 쌓아올릴 때는 잘 몰랐는데 없어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하지만 익섭 씨는 이것이 하나의 전환점은 아닐까 생각했단다.

이제 평생직장이랄 게 없는 100세 시대 아니던가.

[신익섭 / 1인 여행 가이드 : 회사를 정리하고 다시 예전에 일하던 실리콘밸리로 돌아갈까 생각도 했는데 별로 내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구상을 하면서 일시적으로 우버 운전도 했고 또 평소 하던 사진 취미를 살려서 사진 관련된 일도 하고... (그런데) 아는 후배가 유럽 여행을 갔다 왔는데 요즘 많이 유행하는 여행 플랫폼에서 여행 상품을 찾아서 가족만 소규모로 했는데 너무나 좋았다고. 그게 어떤 건지 후배에게 여행 플랫폼 사이트를 물어봤고, 그래서 들어가서 이 근처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상품들을 보니까 제 생각에 더 재밌게 유익하게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1인 여행 기획자가 소규모 인원과 함께 관광지를 도는 것이 요즘 시대의 여행 문화다.

이 새로운 흐름은 익섭 씨에게 큰 기회가 됐다.

공백기에 잠시 했던 운전이나 사진 촬영마저 도움이 됐으니, 허튼 시간이 없었던 셈이다.

[윤두석·오주연 / 관광객 : 운전이면 운전, 요리면 요리, 리드면 리드, 못하는 게 없었고 일단 요세미티 전문가답게 해박한 지식과 여러 루트를 다양하게 소개해 주시고 무엇보다 저희 인생 사진 많이 남겨준 게 좋았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수익은 1/3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익섭 씨는 억대 연봉을 받을 땐 미처 몰랐던 또 다른 행복을 느낀다.

[신익섭 / 1인 여행 가이드 : 그분들이(고객들이) 고맙다고 표현할 때 그게 참 보람 있는 것 같고요. 그래서 고객들이 남겨주신 후기를 자꾸 읽게 돼요. 아, 이렇게 내가 제공하는 게 단순한 여행의 한 경험이 아니라 여행에 추가해서 어떤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리고 또 대화를 통해서 뭔가를 얻어갈 기회를 내가 제공하고 있구나, 그리고 그분들이 그런 걸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 때 이 일이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돈이 있으면 즐거운 일도 많겠지만 그렇다고 돈으로 행복을 살 순 없다.

내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방향을 잘 잡고, 매 순간 충실히 보낼 것.

그것이 진정한 삶이고 행복이 아닐까 익섭 씨는 생각한다.

[신익섭 / 1인 여행 가이드 : 오시는 분들이 한국에 어떤 경쟁 속에서 많이 지치고 그러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본인들이 열심히 살고는 있는데 그 방향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를 정확히 모르니까 열심히 일하면서도 불안해하고 더 힘들고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제 꿈이 하나 있는데요. 그 요세미티 지역이 굉장히 풍경도 좋고 그런 곳이거든요. 편안한 그런 곳인데 거기 와서 지치신 분들이 와서 오랫동안 머물면서 휴식과 힐링을 얻어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을 하나 마련하는 게 제 장기적인 희망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