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의 삶, 화폭에 담아요"

"고려인의 삶, 화폭에 담아요"

2015.01.31. 오전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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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50년 전, 많은 고려인들이 가난의 굴레를 벗기 위해 러시아 연해주 지역으로 건너갔었죠.

이들 고려인의 삶을 한 러시아 화가가 생생하게 화폭에 그려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김성훈 리포터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새하얀 도포를 입고 입에 곰방대를 문 노인.

뒤에 선 짐꾼의 얼굴에는 삶의 고단함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19세기 말, 연해주로 건너간 고려인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입니다.

[인터뷰:윤현노, 유학생]
"세밀한 묘사를 보면서 이 사람이 (우리)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러시아 화가, 안나 골로바노바 씹니다.

안나 씨는 어릴 적부터 이웃에 사는 고려인들을 보면서 그들의 삶에 호기심을 느꼈습니다.

전통 옷을 고수하고 민족 정체성을 지키며 역동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안나 씨는 대학원에서 고려인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 석사학위 작품으로 제출하면서 본격적으로 고려인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안나 골로바노바, 화가]
"대학원의 졸업 작품 주제로 고려인의 역사를 선택하게 된 것은 이 소재가 블라디보스토크뿐만 아니라 한국의 역사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무척 소중하고 흥미로웠습니다."

안나 씨는 고려인 집을 방문하거나 도서관과 박물관을 다니며 그림 소재를 찾습니다.

'한인들의 장터', '한인촌 풍경' 등 그녀의 대표작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습니다.

그녀의 그림은 독특한 소재와 사실적인 묘사로 러시아 화단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한-러 우호 협력을 위해 열린 국제 문화 학술제에 작품을 전시했고 1년 동안 7번의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인터뷰:나탈리아 아나톨레브나, 극동 국립 예술 아카데미 교수]
"안나는 모스크바 등 여러 곳에서 활동하면서 뛰어난 성과로 좋은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졸업한 지 얼마 안 돼서 벌써 개인작가로 자리 잡았고... 앞으로의 길에서 더욱 성장해나가길 바랍니다."

안나 씨는 오는 5월 부산에서 전시회를 열어 한국 관람객들과도 만날 계획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YTN 월드 김성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