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늦은 '태자단지' 방문...텅 빈 내부엔 오물과 쓰레기만 [지금이뉴스]

한 발 늦은 '태자단지' 방문...텅 빈 내부엔 오물과 쓰레기만 [지금이뉴스]

2025.10.16. 오후 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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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시내 도로와 3번 국도를 연이어 갈아타고 1시간가량 차로 달리자 거대한 `태자(太子) 단지`가 나타났습니다.

영어 단어 `prince`(왕자)를 한문으로 바꾼 이름입니다.

한때 캄보디아에서 가장 큰 범죄 구역으로 꼽혔던 곳으로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을 감금한 채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을 하던 이른바 대규모 `웬치`(범죄단지)였습니다.

4층짜리 빌라 형태 건물들이 밀집한 태자 단지는 5m가량 되는 거대한 성벽 같은 담장에 둘러싸여 있었고,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꼭대기에 철조망이 쳐진 담장 주변에는 쓰레기와 오물이 방치돼 있었으며 주변에는 들개들도 어슬렁거렸습니다.

입구 경비초소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자 오래 방치돼 거미줄이 쳐진 보안 검색대가 보였습니다.

평소 관리자나 외부 손님이 드나든 것으로 추정되는 검색대 앞은 담장을 뚫고 설치한 철문이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영어로 `POLICE`(경찰)라고 쓰인 검은 티셔츠를 입은 채 캄보디아 내무부 소속이라고 밝힌 한 경찰관은 "안에 아무도 없느냐"는 물음에 "지난 6월부터 경찰관과 군인을 합쳐 30명이 태자 단지를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찰이 단속해 중국인들은 본국으로 추방하거나 교도소에 보냈고 캄보디아인들도 처벌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태자 단지 앞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50대 현지인은 "예전에는 중국인들이 단지 안에서 많이 나와 담배랑 음료수를 사 갔다"며 "그때도 밖으로 나오는 한국인은 없었다"고 기억했습니다.

인근 또 다른 슈퍼마켓 주인은 특파원이 한국인이라고 소개한 뒤 "잠깐 구경 왔다"고 하자 느닷없이 "한국인 대학생을 캄보디아인들이 죽였냐"며 화를 냈습니다.

그는 "지금 한국 정부와 언론 보도로 캄보디아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더는 말하기 싫다고 했습니다.

프놈펜에서 범죄 단지에 감금된 한국인 여러 명을 구조한 재캄보디아 한인회 관계자는 16일(현지시간) "태자 단지와 망고 단지는 진즉에 텅텅 비었다"며 "지난해 한국 언론에서 관련 보도를 한 뒤 올해 현지 경찰이 집중 단속에 나서자 다 떠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태국과 라오스 국경 지역으로 범죄 단지를 옮겼다"면서도 "캄보디아 정부 단속이 느슨해지면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한국 정부가 합동대응팀을 파견하고 언론도 본격적으로 취재에 나서자 전날 시아누크빌에서도 보이스피싱 조직이 웬치를 정리하고 떠났습니다.

오창수 시아누크빌 한인회장은 "어젯밤에 웬치 한 곳이 정리됐다"며 "컴퓨터 모니터까지 싹 들고 빠져나갔다"고 말했습니다.


오디오ㅣAI 앵커
제작 | 이 선

#지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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